CJ제일제당 vs 사조해표, 연어캔 전쟁
CJ제일제당 vs 사조해표, 연어캔 전쟁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6-16 13:41
  • 승인 2014.06.16 13:41
  • 호수 1050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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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업계 1위' 승자 위한 치열 경쟁

판매액 vs 판매량 산정 기준 다른 점유율 공방
소비자 혼란 가중…논란 자정 노력 필요해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1등 연어캔’이라는 호칭을 얻기 위해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우리가 업계 1위다”라고 주장하고, 사조해표는 판매량을 내세워 “우리야말로 1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러한 와중에 동원F&B 역시 주도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야말로 ‘연어 전쟁’이다. 올해 연어캔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6배인 6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1위 제품에 대한 인식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의 싸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혼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은 연어캔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CJ제일제당과 동원F&B의 주도권 싸움이 주를 이뤘다. 연어캔 시장 선두주자인 CJ제일제당이 시장 매출 1위를 달렸지만 동원F&B에서 연어캔이 출시되자 1위 자리를 위협받기 시작했다. 뒤이어 비교적 조용했던 사조해표까지 ‘1위’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연어캔 전쟁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가 연어캔 판매 1등이라고 각각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형성된 연어캔 시장은 향후 4년 내 1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시장규모는 작년대비 6배 늘어난 6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불과 1년 만에 무섭게 커지고 있는 연어캔 시장은 국민 통조림으로 불리던 참치캔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마트와 이마트에서의 연어캔 점유율은 10% 이상의 점유율 상승세를 보였다. 롯데마트가 연어캔 제품이 처음 출시된 지난해 4월 이후 월별 수산물 통조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출시 1년인 지난 4월에는 전년대비 15.2%p 상승한 20.1%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연어캔 매출 비중은 10% 전후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따라 연어캔 전체 시장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연어캔 출시 1년 보도자료를 통해 점유율 1위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로부터 나흘 뒤 사조해표 역시 “연어캔 판매 1위”라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한 쪽의 말이 틀리거나 맞다고 단정짓기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두 회사 모두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 자료를 근거로 삼고 있지만 점유율 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잡았다면 사조해표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했다.

지난 3월 연어캔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따져보면 CJ제일제당이 40%로 1위, 동원이 34%, 사조해표가 25%로 3위에 그친다.

그런데 판매량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산출하면 순위는 완전히 뒤바뀐다. 판매금액에서 3위에 그쳤던 사조해표가 38.8%로 판매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1위가 된다. CJ제일제당은 근소한 차이인 37.7%로 2위, 동원F&B는 23.5%로 3위다.

이처럼 판매금액과 판매량에서 결과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조해표가 가진 가격경쟁력 때문으로 보인다. 사조해표의 연어캔 제품가격은 경쟁사보다 저렴하다. 연어캔 1개(135g) 당 CJ제일제당은 4480원, 동원은 4980원, 사조해표는 3300원이다. 경쟁사보다 1000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때문에 사조해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했고, 이것이 판매량 1위로 이어진 비결로 지목된다.

즉,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가 본인 회사에 유리한 통계치를 활용해서 1등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진짜 1등’이 누군지를 놓고 혼란을 느꼈다. 서로 1등이라고 주장하는 상황 자체가 1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린 게 된 것이다.

같은 논쟁 번복 중 기준 필요

더욱이 연어캔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올 초 CJ제일제당과 동원F&B는 ‘색깔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지난해 12월 동원F&B가 “붉은 통살을 확인하세요”라는 TV 광고를 시작하자 CJ제일제당에서 “알래스카 연어는 붉은 색소 걱정 없어요”라며 반격하고 나선 것이다. 동원F&B는 고급 어종 ‘코호 연어’는 익혀도 붉은 살코기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반면 CJ제일제당은 ‘알래스카 연어’에 색소를 넣지 않아 연어살이 하얗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CJ제일제당과 동원F&B의 시장 점유율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던 때였던 만큼 색깔 논란은 네거티브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공방은 결국 법정 다툼까지 예고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CJ제일제당은 ‘알래스카 연어캔’을 설 명절 선물세트에 대폭 포함시키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1월 한 달 매출이 월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선물세트를 제외하고, 마트에서 낱개나 묶음으로 판매되는 점유율은 경쟁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이 연이어 일어나자 일각에서는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되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일어나는 논란을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엎치락뒤치락 시장 선점을 위해 갖은 논란이 일어나는 연어캔 시장은 여전히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1위가 누구인가를 단정짓기는 힘들다.

다만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얘기할 때 판매량보다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의 판매량 격차가 근소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에는 CJ제일제당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량은 대형마트 등 유통점에서 행사를 통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시장규모는 금액 기준에서 평가되는 편이므로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가진 사조해표의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오랜 불경기 속에서 소비자에게 가격요소가 그 어느때보다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어캔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선두주자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연어캔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1위 타이틀 싸움으로 번진 전쟁의 향후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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