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주부 이연희(41·가명)씨는 나이답지 않은 외모와 몸매로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상당한 미인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입 주변에 길게 패어있는 일명 ‘팔자주름’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얼굴에 팔자주름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요즘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특히 얼마전 스포츠센터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팔자주름을 제거하는 귀족성형을 해보라’는 소리를 들은 후로 더욱 그렇다.강남토박이로 어느 누구보다 강남의 문화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는 이씨에 따르면 주변에서 귀족성형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중년여성들은 상당히 많다. 그는 “찜질방이나 동창회, 교회 모임 등 주부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성형수술에 대한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며 “그중 최근의 화두는 단연 귀족성형에 관한 것”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리 불황이라해도 자신의 건강과 외모에 대해서만큼은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많다. 수술을 해서라도 스스로 만족을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성형수술에 무관심하면 왠지 모르게 위축되고 도태되는 기분“이라는 그는 “조금이라도 젊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팔자주름 문제로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마치고 수술 날짜까지 잡아놨다는 이씨는 “귀족성형은 단순히 눈과 코 성형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일반 성형수술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는 무조건 눈을 크게 하고 코를 높이는 수술이 오히려 촌스럽게 여겨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귀족성형을 한 사람들은 수술을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이미지가 몰라보게 고고하고 세련되게 변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부잣집 사모님답게
이씨는 일례로 같은 아파트 주민 K(45)씨의 예를 들었다. 대기업 고위 간부인 남편과 부유한 집안형편으로 인해 일명 ‘사모님’ 소리를 듣고 사는 K씨지만 팔자주름으로 인해 그의 인상은 매번 어둡고 다소 신경질적으로까지 보였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수술전 K씨는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하고 꾸며도 왠지 촌스럽고 빈곤해 보이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팔자주름 제거 수술 후 K씨의 이미지는 몰라보게 변했다. 이씨는 “수술 후 K씨는 말그대로 부티가 줄줄 흐른다. 그의 성공사례를 보고 귀족성형을 고려하는 이들도 상당수”라며 “나도 갈등을 겪은 끝에 날짜를 잡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번 효과보면 빠져들어 중독우려
그러나 수술날짜까지 잡아놓고도 이씨는 확실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나이들어 생기는 주름을 굳이 수술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주변의 만류도 그렇지만 특히 이씨가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중독’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그는 “귀족 성형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 K씨가 현재는 귀족성형에 완전히 빠져든 상태”라며 우려를 표했다. K씨는 얼굴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K씨의 수술부위는 얼굴뿐 아니라 신체 각 부위로 확대됐다. K씨는 지난해 목과 무릎의 주름을 펴는 수술을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목 전체에 길게 파이는 주름을 제거함으로써 목선이 파인 옷을 자신있게 입게 됐으며 스커트를 입었을 때 드러나는 무릎의 주름을 완화함으로써 다리를 곱고 길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봤다”는 것이 K씨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K씨의 욕심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씨는 “K씨는 얼마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손 수술까지 받았다”고 귀띔했다. K씨의 유난히 깡마르고 주름이 많은 손은 그에게 있어 늘상 콤플렉스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값비싼 반지를 끼고 치장을 해도 울퉁불퉁하고 일을 많이 한 듯 투박한 손은 ‘부잣집 마나님’ 다워야 할 그의 이미지에 과히 치명타였다.이씨는 “귀족성형을 받은 이후 K씨는 몰라보게 우아하고 세련되게 변했다”며 부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씨는 귀족성형으로 ‘변신’한 K씨를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의 귀족성형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중이다.“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여자의 욕망이지만 굳이 신체부위에까지 일일이 손을 댈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다. 이씨는 “한 군데를 손대면 굳이 고치지 않아도 될 부위에도 손을 대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귀족성형 “유행처럼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문제있어…”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쓰는게 귀족성형 특징강남역에 위치한 영앤영 성형외과의 허재영 원장은 귀족 성형에 대해 “자기만족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하나의 트렌드”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귀족성형이란 말이 있는가.▲원래 의학명은 아니나 콧볼에서 부터 입꼬리까지 길게 사선으로 내려오는 움푹 패인 골(nasolabial fold) 부위를 융기시키는 수술을 일컫는다. 한 듯 안 한 듯하면서 이미지를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개선시키는 수술을 총칭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사람들이 유독 팔자주름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인가.▲팔자주름이 깊게 패인 사람은 인상이 어둡고 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입이 돌출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입가에 주름이 파였다고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선적으로는 깊은 팔자주름으로 인해 돌출된 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이 돌출된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권한다. - 수술받은 이들의 만족도는 어떤가.▲이미지나 인상이 한결 밝고 부드러워졌다며 만족스러워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 귀족성형을 하는 이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고객층은 다양하다. 70~80% 정도는 누구에게 보이기보다 자기만족을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다. - 수술 후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나.▲직장인의 경우 금요일에 수술할 경우 월요일에 무리없이 출근할 수 있다. 물론 일정 기간 동안 안정을 취하는 것은 필요하다.- 귀족성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어떤 수술이나 그렇듯이 귀족성형 역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 하나의 유행처럼 무조건 남들이 한다해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의사와 정확한 상담이 중요하다.- 고통이 크거나 수술이 복잡하지는 않은가.▲고통이나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시술법을 사용하고 있다.- 수술방법은 어떤가.▲입안의 점막을 절개해서 삽입물을 넣어주는 방법으로 시술된다.- 팔자주름외에도 수술을 원하는 신체부위가 있나.▲귀족성형을 원하는 이들은 목과 무릎의 주름, 울퉁불퉁하고 깡마른 손 등 보통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에까지 신경쓰는 특징이 있다. <이수향 기자>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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