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재계에 미치는 영향
6·4 지방선거, 재계에 미치는 영향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6-02 10:47
  • 승인 2014.06.02 10:47
  • 호수 1048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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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등장으로 냉가슴 각종 현안 대립 등 ‘후폭풍’ 예고

삼성·현대의 이목 집중, 한전부지와 뚝섬 부지
재계와 정계, 구분선은 ‘흐릿’ 이해관계는 ‘뚜렷’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의 시선이 6·4 지방 선거를 향해 멈춰 있다. 이번 선거의 향방에 따라 재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먼저 각 지역의 부지 개발과 관련해 여·야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개발에 대한 철학, 이해관계 등이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또 생활임금제 등 재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현안도 즐비하다. 재계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재계 출신 후보들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향한 관심도 매우 높은 눈치다.

선거가 한 달도 넘게 남았을 때부터 재계는 걱정을 쌓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등장이 시발점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지난달 8일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재계에선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재계 저격수라고 불렸을 만큼 재계를 향해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박 원내대표는 대기업 관련 사안들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멀지 않은 사례로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들 수 있다.

외국인촉진법이란 지주회사 소속 손자회사가 외국기업과 합작해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손자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현행 지주회사체제에 예외를 인정한 해당 법은 소관상임위인 통상산업자원위를 통과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법제사법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박 원내대표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허용하는 법으로 사실상 재벌 특혜법”이라고 비판하며 법안을 보류시켰다.

시간이 지나 여야합의로 통과방침이 정해지긴 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끝까지 “내 손으로는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의사봉을 간사의원에게 넘기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2011년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도 비슷했다. 당시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갖고 있을 수 없었는데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소유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였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야당의원들은 “법이 통과되면 금융계열사를 팔지 않고 버틴 기업만 혜택을 보게 된다”고 반발했고 결국 공정거래법 개정은 무산됐다. 또 박 원내대표가 초선의원에 올랐을 시절엔 금산분리 등과 관련해 대기업들이 냉가슴을 앓게 만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땐 강도 높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2012년 총선을 앞두고서는 “(다수당이 되면) 재벌총수 사면금지 등을 포함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재벌세 신설에 목소리를 냈다.

그야말로 재계 입장에선 반대편에 서있는 강성 중에도 강성인 정치인이다. 이렇다 보니 재계에선 박 원내대표가 야당의 원내전략을 총지휘할 사령탑으로 들어서자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나아가 이러한 우려의 시선은 선거와 선거 후폭풍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그러지 않아도 강경한 박 원내대표인데 선거 이후 정국이 야당 쪽으로 유리하게 흐르면 당장 재계로선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계산이다.

정부여당이 규제개혁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도 강성 사령탑이 이끄는 야당이 순순히 동의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 역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규제완화 작업의 속도가 더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과 재계, 야당과 노동권

이런 분위기를 실제 현안에 비춰보면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생활임금제다. 큰 그림으로 그리면 여당과 재계, 야당과 노동권의 대립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생활임금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들은 생활임금제 도입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당론 차원의 입장을 내세운 적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가능케 할 목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현재 서울 노원·성북구, 경기도 부천시가 실시하고 있다.

s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보다 30〜40% 정도 높은 수준이다.

적용 대상은 지방자치단체 및 출연·출자 기관의 소속 근로자로 성북구의 경우에는 소속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143만2492원으로 정했다. 근로자 급여가 이보다 적으면 구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처음 이 법안을 실시한 미국의 경우에는 지방정부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거나 재정지원을 받는 민간업체는 연방정부가 정한 법정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재계 역시 이 현안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먼저 야권과 노동계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되면서 최저임금을 만족할 수준으로 인상하지 못했고, 현행 최저임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 쪽에선 생활임금제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근로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최저임금제를 쓸모없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유일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많은 지자체가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재원 대책도 없이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도 반대한다. 생활임금제의 반대는 비슷한 맥락이다. 한계기업 도산, 경영악화 등이 이유다. 더불어 생활임금제가 지자체 소속 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삼다 보니 공공부문 근로자와 민간부문 근로자들의 임금 차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월 이후, 개발사업 운명 판가름

또 한 가지, 개발 사업과 관련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하철 등 개발 사업이 화두로 떠올랐다.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개발 호재 편승 기대감은 높아질 전망이다.

부동산·건설업계는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이 용산개발 재추진, 지하철 조기 착공 등 개발 계획을 내놓자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각 지역에서도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선거를 계기로 각종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많은 후보들의 공약 중 다수가 지역개발과 관련돼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특히 서울에선 한전부지와 뚝섬이 관심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한전부지는 재계 순위 1위와 2위에 서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경쟁구도에 있는 지역이다.

한전부지는 총 넓이 7만9341.8㎡,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4830억 원, 실제 시세는 3조~4조 원까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삼표레미콘 부지(2만7828㎡)에 건설을 추진하던 110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서울시의 층수규제로 무산된 상태다. 유일한 대안이 될지도 모르는 한전부지가 탐이 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의 수용인원이 4000~5000명에 불과해 약 2만 명에 달하는 관리직 임직원들이 서울·수도권에 흩어져 근무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반대로 삼성그룹은 한전부지가 급하지는 않지만 삼성생명이 2011년 한전 부지와 인접한 옛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를 2436억 원에 사들인 상태라 마음이 편하다.

또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 복합상업시설 개발 방안을 내놓은 바 있고, 서울시도 한전 부지와 코엑스, 감정원 부지, 서울의료원, 잠실운동장 등을 연계 개발토록 유도할 방침이라 유리한 입장이다.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하반기가 되면 이들의 경쟁 구도가 서서히 정리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어느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서 시정 계획이 변할 것이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 역시 “개발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정리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선거가 끝나고 하반기에 들어서야 조금은 윤곽이 나오지 않겠냐”면서 “시정 계획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가 애매하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을 위해 현재 제3종 주거지역인 한전 부지를 종 상향해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준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250%인 용적률은 800%로 높아지고 층수제한까지 사라져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축도 가능해진다.

다만 박원순 현 시장이 지난 4월 발표한 이 계획안이 6·4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으며 최종 계획이 확정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비슷한 지역이 바로 뚝섬 부지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뚝섬 부지 개발과 관련돼 박원순 현 시장이 추진한 대표적 규제 사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대로 박원순 후보 측은 현재 추진 방향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현대자동차 뚝섬개발사업은 정 후보가 사업 주체였던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형제지간이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6·4 지방선거에 출마선언을 한 재계 인사에 대한 관심도 볼거리다. 예년에 비해 줄긴 했지만 면면은 만만치 않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잘 알려진 대로 현대중공업 대주주이고, 풀무원을 창업했던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동양그룹 임원 출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인천시장 새누리당 후보로 도전했다.

과천 시장에는 두 명의 재계인사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박연우 전 동부그룹 동부팜가야 대표가 과천시장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 박 후보는 풀무원 부사장과 동부그룹 동부팜가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또 다른 도전자는 이성재 전 한독약품 이사다. 이 전 이사는 ㈜팜리 대표이사와 한독약품 마케팅 이사 등으로 26년간 기업에 몸담았고 현재 과천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처럼 재계와 정계의 구분선이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지는 가운데 선거와 재계의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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