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메트로ㆍ코레일]추돌 사고 뒤 숨은 ‘지피아’ 조직들
[서울 메트로ㆍ코레일]추돌 사고 뒤 숨은 ‘지피아’ 조직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5-12 10:54
  • 승인 2014.05.12 10:54
  • 호수 1045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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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1600명 승진 잔치 까지

신호 체계 오류 미리 알고도 대처 안 해…이유는?
방만경영이 가장 큰 문제…직원 대거 승진 논란도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 2일 발생한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또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사장 장정우)의 미흡한 안전조치나 엇갈리는 발표 등은 세월호 참사 때 나타난 문제가 그대로 반복되는 듯한 모습이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전제일을 외치던 장정우 사장에 대한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 후 코레일이 운영하는 경인선 전동차가 신호기 고장으로 역주행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피아’를 지목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이들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서울메트로 역시 앞서 문제가 됐던 ‘관피아’의 또 다른 무대였다. 장정우 사장은 도시교통 본부장을 지낸, 서울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김명년 전 사장과 김학재 전 사장은 행정 제2부 출신이고, 손장호 전 사장은 교통관리실장이었다. 아울러 역대 서울메트로 CEO 15명 가운데 10명이 서울시 고위 관료직을 거친 인물이다.

게다가 추돌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신호기의 관리업체 대표가 국토교통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의 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호기술협회는 신호기술과 관련된 유일한 협회로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지정·위탁받은 시설점검 업무를 할 수 있다. 해당 협회의 회장인 한봉석 회장 역시 철도청 출신이다.

이것이 이들을 향해 “평균 2년에 그치는 CEO의 짧은 임기와 견제 장치가 부족해 방만한 경영의 실태가 만연했다”는 비판이 일어나는 이유다. 실제 서울메트로는 매해 2000억 원이 넘는 적자 속에 열차와 운전제어시스템에 제대로 투자도 못하는 실정이다.

또 공공기관 대부분이 2000년대 초반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했지만 서울메트로는 지난해에야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서울시 감사에선 서울메트로가 퇴직자 2400여 명에게 퇴직급여 70억 원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투자를 줄였지만, 인건비와 복리후생 비용은 거의 그대로인 모습이다. 그야말로 관피아의 아지트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코레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철도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코레일의 방만경영 이면에 철도 관련 기관에 철도고-철도대 출신이 끈끈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이력만 보더라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철도대학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다양한 철도 관련 산하기관과 철도협회들은 일감 나눠먹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설치와 점검의 주체가 같다면 서로 짬짜미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현재 협회 회원사인 코레일테크가 신호설비 전원장치 외주를 담당하는 부분도 이러한 일례다.

향후 안전도 보장 못하는 실정

때문에 지피아가 해체되지 않는 이상 향후 안전 문제도 보장할 수 없다는 목소리 역시 높다. [일요서울]의 취재결과에서도 현재 서울메트로가 가진 신호체계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지피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신호체계에 대한 불신이다. 또한 서울메트로의 승진 논란이 여전히 높아 시민들의 지적과 내부 갈등 봉합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메트로지하철노동조합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은 자동운전시스템(ATO)과 수동운전시스템(ATS) 병행 운전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돼 왔다. 노조가 낸 성명에도 “ATO·ATS 두 개의 신호설비 체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2중 신호체계로 운용되는 지하철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수많은 신호 장애가 나타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신호체계를 혼합하면 신호전달 체계도 복잡해진다는 설명이다. 신호 체계를 한 가지로 사용할 경우 3단계만 거치면 된다. 그런데 두 체계를 복합할 경우 ATO 열차용 신호에서 ATS용 신호를 추출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사고가 난 열차 역시 5단계에 걸친 신호체계를 받다 오류를 냈다.

일각에선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안전인력·예산 축소가 화를 일으켰다고 질타한다. 서울 메트로는 주요사업들마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와중에 ‘안전운행’을 외치고 있었다. 2008년부터 설비 유지·보수 부문의 핵심 업무로 볼 수 있는 차량기지 구내 운전, 전동차 경정비 등 4가지 업무를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2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서울메트로 업무보고 자리에서 장정우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취임(2013년 2월) 이후 사망사고가 없었다”고 자평했던 것이 우스운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안전 인력의 부족과 방만한 시스템 운영이 화를 부른 것”이라면서 “분명하게 문제가 야기됐고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서울메트로가 변화를 맞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메트로의 승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1600여 명에 가까운 직원의 승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선심성 인사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충분히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4급 815명 ▲5급 599명 ▲6급 108명 등 4급 이하 직원 최대 1522명을 승진시키기로 했다. 규모는 전체 서울메트로 정규직 직원(9044명)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사고를 낸 것도 질타를 받아야 하는 이러한 시국에 승진은 말도 안 된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노조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는 “누군가 직원들의 대거 승진을 막기 위해 일부러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더해졌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안전실태를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과 말바꾸기, 확실한 현장 대응을 하지 못한 점 등은 참사 애도 물결 속에서도 ‘안전’이라는 개념에 여전히 둔감한 듯 보인다.

실제 경찰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고는 열차에 정지 표시를 알리는 신호기 오류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은 사고 발생 14시간 전인 2일 새벽 신호기 오류 발생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서울메트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사고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까지 “신호기에 이상이 없었다”고 한 변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서울시가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 안전점검에 나섰지만 신호기는 일상점검 대상이라는 이유로 제외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서울메트로가 이번 사고에 대해 남아 있는 대처라도 잘할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장정우 사장은 지난 9일 사고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표는 사고 수습이후에 수리 될 전망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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