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법 개정에 마음 바쁜 신창재·이중근 회장
상속법 개정에 마음 바쁜 신창재·이중근 회장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2-24 14:02
  • 승인 2014.02.24 14:02
  • 호수 1034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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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승계 아직 못했는데…이를 어쩌나”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법무부의 상속법 개정안 마련으로 혼란을 느끼는 총수들이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새롭게 개정된 상속법은 기존과 다르게 ‘상속재산의 50%를 배우자에게 우선 배정하라’고 명시하고 있고,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마치지 못한 총수들이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이대로 가다가 기업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는 부인과 며느리가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들린다.

재산 50% 배우자에 우선 배정…후계구도에 영향
부영·동국제강·교보 등 자산 승계율 저조 ‘눈길’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재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고령의 오너들이 현역에 있음에도 자산 승계율이 낮은 기업들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개정될 상속법은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선취분으로 인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점은 자산승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수가 먼저 사망할 경우 주식자산의 절반이 배우자에게 상속됨에 따라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후계구도 문제다.
 
금슬이 좋고 배우자가 경영에 욕심이 없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배우자가 야심을 갖고 후계구도에 손을 뻗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더불어 지분의 반을 받은 배우자가 어느 자녀의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서 수년간 준비해온 경영권 승계가 한순간에 뒤바뀔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라면 회사가 통째로 배우자에게 넘어가는 모습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또 사전에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면 정상적인 경영 승계를 하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해당 경우에도 법적 분쟁 소지는 없어지지 않는다. 부인이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게 되면 자산 승계가 원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전증여는 상속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 역시 “경영권 승계를 지속적으로 준비해 왔다면 모를까, 전혀 준비가 안 된 총수일가는 다소 다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승계율 전무한 기업도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대주주의 의도와 다르게 기업 경영권이 자녀가 아닌 배우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재산의 형성 경위를 고려해 선취분을 감액할 수 있는 제도를 둘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 몰린 기업은 어디일까.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기준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의 경우 자녀에 대한 평균 주식 자산 승계율은 30.03% 에 그쳤다.

대표적으로 부영(회장 이중근), 동국제강(회장 장세주) 등은 각각 3.25%, 6.35% 의 한 자릿수 승계율로 평균치를 하회했다. 교보그룹(회장 신창재)은 총수일가의 자산승계가 전무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이중근 부영 회장은 1941년생으로, 나이에 비해 승계율이 너무 낮다.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전체 일가 자산의 2.8%만을 물려줬을 뿐, 다른 자녀들이 받은 지분을 모두 더해도 3.25%에 불과하다.

이 회장이 들고 있는 주식 자산은 약 1조8000억 원 수준으로 3남1녀의 자산을 합친 610억 원에 비해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 있는 이 회장의 그룹 전체 지분 96.7%를 어떻게 물려주느냐 하는 것이 기업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관건으로 보인다.

동국제강도 거의 비슷하지만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두 아들이 학업 중이어서 조금 더 복잡해진다. 장 회장은 두 아들에 대한 계열사 주식자산을 거의 승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장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보유한 1297억 원의 주식자산 가운데 장 회장 부부의 자산은 1296억 원이다. 두 아들의 주식자산은 85억 원 수준이다. 다만 이제 막 60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경영권 승계에 나설 때까지 다소 여유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승계율이 전무한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의 상황은 어떨까. 신 회장은 현재 교보생명보험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평가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10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장남 신중하씨와 차남 신중현씨에게는 지분을 전혀 물려주지 않았다. 신 회장이 이제 60줄에 접어든 비교적 젊은 나이고 두 아들도 30대 초반으로 젊은 편이라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 회장은 2010년 부인과 사별하고 지난해 말 재혼한 것이 변수다. 물론 결혼 이후 재산이 증가한 부분에 대해서만 재산 선취가 가능하고, 증액에 대한 기여도를 따진다고 하지만 분쟁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특별히 신경 쓸 것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의 한 관계자는 “지분 승계는 너무 개인적인 일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의 경우 “신 회장은 재혼을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혼 이후 기여도를 따진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어 경영권 승계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산 승계율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 세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평균치 30.03%에 못 미치는 기업은 총 26곳에 달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제한을 받는 62개 그룹 중 총수가 있는 그룹이 43곳임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숫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선 배우자가 없는 현대차(회장 정몽구), 두산(명예회장 박용곤), LS(명예회장 구태회), 현대(회장 현정은) 등만 속이 편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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