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보다 발전으로 선회…일단 긍정적 전망 쏟아져
딸려오는 부실 자회사들 검증 없었나…그림자 드리워
우려하는 금융투자업계 “앞서 인수한 ‘DKT’ 떠올라”
에너지는 ‘빅 배스’ 실시…솔라ㆍ에너지캐나다 향방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그룹이 인수한 STX에너지가 사명을 변경하며 완전한 GS의 품으로 들어간다. 기존 GS그룹의 에너지사업은 GS칼텍스 등 정유부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물론 GS EPSㆍGS파워의 복합화력ㆍ열병합발전도 존재하나 STX에너지의 발전사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따져보면 영역이 겹치는 분야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GS그룹이 STX에너지 인수에 치중하면서도 정작 STX에너지 자회사인 STX솔라ㆍSTX에너지캐나다 등의 부실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 자회사의 실적은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재무현황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는 앞서 GS그룹이 GS에너지를 앞세워 인수했던 디케이티(DKT)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GS그룹이 품에 안은 STX에너지가 곧 간판을 바꿔 단다. GS그룹이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STX에너지의 새 이름은 GS이앤알(E&R)이다. GS그룹은 오는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인수작업도 곧 마무리할 예정이다.
실제로 GS그룹은 오랜만에 성공한 대형 인수ㆍ합병(M&A)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더 이상 한 몸이 아닌 LG상사와 연합 체제까지 구축해가며 포스코와 삼천리를 따돌릴 정도였다. GS그룹의 눈에는 STX에너지가 분명 매력적인 매물로 비쳤음에 틀림없다.
사실 그간 GS그룹의 대형 M&A 성적은 좋지 않다. 그나마 2009년에 인수한 쌍용(현 GS글로벌)의 덩치가 조금 있지만 이마저도 대형보다는 중형으로 분류된다. 앞서 2005년 인천정유 인수전, 2007년 하이마트 인수전, 2008년 대한통운ㆍ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모두 경쟁사에 밀리거나 중도 포기한 것들이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의 M&A 전략을 두고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절치부심한 GS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대한 의지를 굳게 다졌고 결국 STX에너지를 품에 안았다.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재계 순위 8위이던 GS그룹이 7위인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한 계단 뛰어오를 일만 남았다.

오랜만의 대형 M&A
시너지 기대에 들뜬 GS
이러한 GS그룹을 두고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증권가는 좀 더 신중했으나 낙관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신한금융투자는 GS그룹이 STX에너지를 인수할 당시 단기적 이득보다는 중장기적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S가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익은 많지 않으며 내년 주당순이익(EPS) 개선 효과도 0.2% 상승에 그친다”면서도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GS와 STX에너지 간의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특히 2016년 가동될 예정인 북평 석탄 화력발전소로 GS는 성장성과 발전원 다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평 석탄 화력발전소는 STX에너지가 짓는 국내 최초의 민자 화력발전소다. 석탄을 발전원으로 사용해 타 발전원인 LNG나 석유에 비해 가격은 낮고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증권의 경우에는 GS그룹의 4분기 실적발표 직후 적정주가를 하향하면서도 투자포인트에는 STX에너지를 빼놓지 않았다. 현대증권은 지난 10일 GS에 대해 4분기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놨다며 적정주가를 8만 원에서 6만7000원으로 하향했다. 다만 1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을 감안해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STX에너지를 인수해 GS EPS, GS파워와 함께 복합발전설비가 더욱 증가했고 2016년 충남 보령 LNG터미널 공사가 완료되면 보유 발전설비의 수익성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모기업 기업어음에
해외 광산 반납까지
하지만 GS그룹이 STX에너지를 품는다고 해서 바로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일단 STX에너지는 그간의 부실 털어내기로 숫자상의 손실이 막대하다. 앞서 STX에너지를 인수했던 일본 오릭스는 STX에너지 재매각을 앞두고 ‘빅 배스(Big bath)’에 가까운 털어내기 작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에너지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에 비해 기타비용이 지나치게 많아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은 360억 원 수준이지만 기타비용은 1900억 원에 이른다. 2012년 동기 누적 기타비용이 100억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20배에 가까운 차이다.
이는 STX그룹 계열사와 관련한 투자자산의 손실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에 몰린 STX건설의 기업어음을 STX에너지가 받아주다가 모두 날리게 된 것을 포함시켰다. 또 해외 광산과 광구에 투자한 지분들도 모두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거나 반납해 손실로 이어졌다. 돈줄이 막힌 STX그룹이 자금 마련을 위해 바겐세일한 대가를 STX에너지가 호되게 치른 셈이다.
뿐만 아니라 STX에너지가 보유한 자회사의 부실은 아직 처리되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그중 STX솔라는 사업부문 자체가 전 세계적인 불황에 빠졌던 태양광인데다가 청산 이슈까지 불거지며 크게 흔들렸다. STX에너지의 주인이던 일본 오릭스가 지분을 늘리기 위해 STX솔라를 청산할 뜻을 보였던 것이다. 이후 STX솔라는 청산이 아닌 유지로 결정됐지만 이미 실적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또 STX에너지캐나다도 해외 광산과 광구에 투자를 계속해왔지만 돌아온 성과는 손실 뿐이다.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셰일가스로 인해 현지 가스가격이 떨어져 STX에너지캐나다의 영업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게다가 보유한 광구에서 셰일가스가 발견돼도 막상 개발에 나서지 못하면서 손실폭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STX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 가운데 실적에 기여하는 곳은 한 곳도 없어 비용만 늘고 있다”면서 “STX솔라와 STX에너지캐나다는 STX에너지의 재무부담을 불러오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 먹는 하마’?
리스크 다시 봐야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TX에너지 자회사들의 상황이 앞서 GS그룹이 인수했던 디케이티(DKT, 옛 대경테크노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DKT는 GS글로벌이 2010년 사들인 플랜트설비 제조업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DKT가 GS칼텍스ㆍGS건설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판단했다. 인수 후에는 울산에 있는 DKT 공장까지 두어 차례 방문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향후 그룹 계열사의 플랜트를 담당하며 연매출 1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DKT는 GS그룹의 ‘돈 먹는 하마’에 가까웠다. 인수 이후 전직 경영진의 분식회계에 가려졌던 추가 부실이 시작이었다. 게다가 업황이 나쁜 상황에서 DKT 홀로 실적이 좋을 리도 만무했다. GS그룹은 DKT를 살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DKT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당시 DKT의 인수가격은 650억 원이었지만 지금까지 DKT에 들어간 GS그룹의 자금만 해도 1000억 원이 넘는다. DKT 자체에서도 인수 당시보다 불어난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이 만만찮다. 만약 DKT의 부진이 이어지면 GS글로벌은 재무적투자자(FI)에게 일정수익률 미달로 추가적인 보상까지 치러야 한다.
결국 GS그룹의 리스크 계산이 빗나가면서 ‘DKT 홍역'을 치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STX에너지의 자회사인 STX솔라ㆍSTX에너지캐나다의 부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형 M&A에 몸사렸던 GS그룹이 오랜만에 대어를 건지면서 부실 자회사 계산에는 미숙했을 수 있다”면서 “앞서 DKT의 사례가 있는 만큼 부실 관리에도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