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인터뷰]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2-10 14:49
  • 승인 2014.02.10 14:49
  • 호수 1032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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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기능 못해”

[일요서울Ⅰ강휘호 기자]서민들은 연말정산, 국민연금, 근로자 증세 등 납세의 의무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더욱이 정부 정책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서민들은 납세의 의무와 권리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해 일었던 국민연금 폐지 운동은 국민들이 납세에 대해 얼마나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과연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일요서울]은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55)과의 대담을 통해 납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강제징수는 국민의 재산자유권 빼앗는 행위
지하경제 양성화, 단기간 내 이룰 수 없어


한국납세자연맹은 부당한 조세제도와 세금징수, 예산낭비를 견제하고 방지한다는 기조로 출발한 시민단체다. 사실 국민들은 정부가 세금을 내라고 하면 무조건, 아무런 의심 없이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 거둬들인 세금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 김 회장 역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다.

그는 “돈으로부터 권력이 나오는 시대다. 국세청 같은 최고의 권력기관에 맞서 반대 입장에 선다는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현재 세법은 너무 어렵고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납세자연맹 회장이라는 나조차도 세금을 챙기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적극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세수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특히 김 회장은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열을 올렸다. 김 회장은 “국민연금공단은 자꾸 사보험과 국민연금을 비교하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다. 애초에 사보험과 공보험은 비교대상이 될 수가 없다. 연금은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국민연금은 19세기에 만들어진 가부장적 제도다. 젊은 사람이 노인을 부양하는 구조 아닌가. 19세기에는 가능했지만 젊은 층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21세기에는 기본 골격조차 유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나라 남성 하위 20%의 평균 수명은 67세다. 지역가입자 하위 20%는 62세 정도다. 전부 연금 받아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라며 “소득재분배 기능을 해야하는 것이 공보험인데, 국민연금은 절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할 수 없다. 갈수록 부자는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을 빨리 죽는다. 수명격차가 그만큼 벌어졌는데 어떻게 재분배가 되겠는가. 이것만 가지고도 연금폐지의 이유는 명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잡한 세법, 개혁만이 해법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말정산·정부 세법정책 등 납세자연맹은 거의 대부분의 세금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국가가 개인 재산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논조였다.
그는 “국가에서 국민이 소비를 할지 저축을 할지, 정해주는 자체가 말이 되는가? 국가에서 개입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면 소비까지 감시해야 하지 않겠냐”며 “아예 국민들의 자유성이 박탈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보자. 400조 원이 되는 연금은 지금 어딘가에 투자되어 있다. 누가 이득을 취하고 있나? 정치권과 대기업이다. 빚에 허덕이는 개인사업자가 연금을 내면 이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개인사업자를 침범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세금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떤 불합리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언론에 나오는 것만 안다. 그러니 국민들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라며 “지하경제를 양성화 시킨다고 하는데 지하경제를 단시간 내에 양성화 시키는 방법은 없다. 조금씩 제도를 구축해나가야 하는데 한 번에 세수를 확보하려고 하니 세금 신고를 하는 개개인들만 쥐어짜는 모양새다. 게다가 연말정산도 사실 너무 복잡하다. 정산 항목만 해도 30개가 넘는다. 근로소득자가 챙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회장의 말은 정부 차원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탈세, 세금 미납 등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국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결된다”며 “아이가 잘못하면 그것은 부모 탓이다. 뇌물을 주면 봐주기가 십상이고,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누가 성실히 임하겠나. 선진국은 국민들이 더 양심적이라 세금을 잘 내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정치권이 나서 탈루 가능성을 없애야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와 같은 세금 관련 현안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굳은 신념을 전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김 회장은 “나는 원래 한 건설 회사의 세무담당자 출신이다. 내가 일을 하고 있던 1994년 당시 우리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는데 480억 원이라는 세금폭탄을 맞았다. 이후 6개월에 걸쳐 이를 조사해봤고, 결국 유권해석 한 장으로 480억 원의 고지서가 취소됐다. 너무 어이없고 말이 안 되는 법이 아닌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 한국에서 세금이라는 부분은 매우 열등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국가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쉽게 걷고 쉽게 쓰려는 성향이 있다. 반대로 연맹 입장에선 견제해야 하지 않겠냐. 견제하는 역할, 예산 낭비를 막는 역할, 적법하게 그리고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징수를 하게끔 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전했다.

연맹의 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연맹을 운영할 자금이 없어 신용카드 돌려막기도 해봤다. 그런데 어느 날 현금 서비스가 안 되더라. 은행 창구에 가서 물어봤지만 요주의 인물로 체크되어 있다면서 서비스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때 ‘재정을 독립하지 않으면 연맹은 변질되기 마련이다’라고 생각했다. 돈 때문에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변질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우리는 우리만의 수익구조를 철저하게 마련해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의 반대편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중립적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진보냐 보수냐를 따진다. 가끔 정당에서 자리를 하나 맡아달라는 연락도 왔지만 전부 거절했다. 우리가 14년여의 활동을 하면서 한 가지 깨우친 점이 있다. 우리가 열심히 순수하게 하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것, 열심히 하면 길은 있다는 진리, 그리고 선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바라고 이 일을 한다면 일시적으로 좋을지 모르지만 결코 국민들에게 치부를 감출 수는 없다”며 “올해 역시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국민연금의 불합리를 꼭 밝히고 폐지될 수 있도록 뛸 것이다. 말했듯이 세금은 자유와 결탁돼 있다. 악한 사람이 혜택을 받는 일이 너무 많다. 세금으로 사기를 당한 국민은 자살까지 하는데 사기를 친 단체는 잘 먹고 잘산다. 이와 같은 모습을 꼭 없애 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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