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휴대전화 고발문화 ‘독약론’
[심층취재] 휴대전화 고발문화 ‘독약론’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1-20 10:33
  • 승인 2014.01.20 10:33
  • 호수 1029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락 없는 도촬·도녹 인권 침해 심각하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개똥녀, 버스녀, 분당선 만취녀, 버스 패륜남, 지하철 문신남 등 잊을 만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새로운 동영상과 함께 OO남, OO녀가 등장한다. 이 동영상 속의 주인공들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을 고발하는 행위라도 남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초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최근에는 폭행 현장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는커녕 휴대전화부터 들이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휴대전화 고발문화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움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대… “도 넘었다”
범인 검거 증거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난 2005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개똥녀’사건이다. 애완견을 데리고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한 여성이 자신의 개가 지하철에 배설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치우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개똥녀는 소위 말하는 ‘개념 없는’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휴대전화 고발문화의 시초였다.

버스녀, 막말남, 문신남 등 넘쳐나는 ‘OO人’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는 지하철에서 40대 남성이 땅콩을 까먹고 있었다. 그는 먹던 땅콩 껍질을 바닥에 버리고 태연하게 자신이 내려야 할 역에서 내렸다. 이 남성은 ‘땅콩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았다며 훈계하는 노인에게 주먹을 들이대고 심한 욕설을 퍼부은 20대 남성은 ‘1호선 막말남’, 지하철 승강장에서 줄을 서라는 노인에게 욕설을 퍼부은 남성은 ‘부산 지하철 막말남’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달리는 고속버스 좌석에 앉아 자위행위를 한 남성은 ‘고속버스 변태남’, 지하철 4호선에서 아이를 “예쁘다”며 만졌다는 이유로 들고 있던 1.5리터 페트병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가격한 엄마는 ‘지하철 할머니 폭행녀’,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한 70대 노인에게 반말과 욕설을 한 여학생은 ‘지하철 패륜녀’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다가 제지하는 남성에게 심한 폭언을 하며 몸싸움까지 벌인 중년 여성은 ‘분당선 담배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OO녀, OO남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시설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한다. 그리고 그 영상을 상황설명과 함께 대형 웹 사이트에서 올리거나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린다. 사진과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그에 알맞은 별명과 함께 비판과 비난을 퍼붓는다. 개똥녀 사건이 발생했던 2005년 이후 이러한 휴대전화 고발문화는 꾸준히 이어졌다. 고발문화는 SNS의 발전과 함께 좀 더 손쉽고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더욱더 성장해왔다. 지금은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 중 OO녀, OO남 사진을 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 정화에 도움” vs “인권 침해”

사진 및 동영상 속 OO남, OO녀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개똥녀·땅콩남처럼 공공장소에서 동물의 배설물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또한 폭언과 폭행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이 웹상에서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과 상관없이 타인의 사진을 허락 없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초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누리꾼 ‘이’씨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휴대전화로 타인을 촬영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씨는 “타인을 함부로 촬영하는 것은 인권침해, 초상권 침해다. 왜 그렇게 타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회사원 신모(30)씨도 “휴대전화로 타인을 촬영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다”며 “사진만으로 모든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애먼 사람 잡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엉뚱한 사람이 비난을 받은 사례도 있다. 몇 년 전 버스에서 노인을 때렸다는 사진이 올라와 ‘버스 패륜남’으로 비난을 받았던 일이 있다. 그러나 버스기사는 “맞은 사람은 노인이 아니다. 또 일방적이 아니라 서로 폭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알고 보니 노인으로 보였던 흰머리 남성은 40대 남성이었다. 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내용만 보고 누리꾼들이 쌍방폭행을 패륜으로 오해한 사건이었다. 개똥녀 사건 당시에는 사건과 상관없는 여성들의 신상정보가 웹 사이트에 떠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거제도 마티즈 동영상(길거리에 정차해 있던 마티즈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의 경우 누리꾼들이 차적 조회를 토대로 신상 털기에 나섰다가 이름이 똑같은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처럼 휴대전화 고발문화는 초상권 침해, 마녀 사냥 등과 같은 비판을 받아왔다. 또 눈앞에 발생하는 사건에 직접적인 도움 없이 휴대전화만 들이댄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화 <10억>에는 칼을 맞고 죽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어느 남성이 카메라로 촬영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여성이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다. 이때 영상 속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을 둘러싸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영상 안에는 “와 대박이다”라는 촬영자의 목소리도 들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경찰신고나 직접적인 도움 없이 비겁하게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비판과 함께 ‘나중에는 살인 사건도 구경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폭행의 경우 상대방이 도망을 가는 바람에 경찰이 붙잡지 못했지만 후에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토대로 가해자를 검거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 ‘소나기’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다. 앞에서 범죄가 일어나는데 증거가 될 촬영을 하는 것이 나쁜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나모(25)씨는 “고발문화가 정착되면 다른 사람들이 촬영할까 겁이 나서 폭언이나 폭행 등 나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유는 ‘수다’
개입하지 않는 것은 ‘당연’

그렇다면 직접적인 개입 대신 사진을 이용해 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근영 심리학 박사는 “막말과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의 일에 개입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봉변을 당하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나에게 보복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온전히 감당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개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영상을 보면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들도 하지 않는데 혼자 개입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일종의 동조행위다”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튀는 행동을 꺼린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개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피해를 입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사람’이다 보니 굳이 개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박사는 인터넷 버전의 ‘수다’라고 설명했다. “내가 오늘 버스를 타고 오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라고 친구와 수다 떠는 것이 인터넷을 이용해 전국적인 수다로 변했다는 것. 장 박사는 “소셜 네트워크의 핵심은 가십과 수다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라며 “막말남과 같이 안 좋은 내용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길가다가 일어난 훈훈한 장면들도 똑같이 공유된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알선’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 검찰 기소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이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홍창)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은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문병욱(62) 라미드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또 검찰은 같은 혐의로 문 회장의 동생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룸살롱 업주 박모씨를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 회장은 2005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라마다 호텔 지하 2~3층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며 호텔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문 회장은 룸살롱 업주 박씨와 같이 지분 50%를 가지고 있었으며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매일 10개에서 많게는 50개의 호텔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룸살롱의 규모는 2269㎡이며 월 임대료는 무려 7300여만 원이다.
현재 문 회장은 유흥업소를 임대했을 뿐 동업 관계는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을 통해 챙긴 부당 이익 환수를 위해 70억 원을 추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마다호텔은 2009년과 2012년에도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영업 정지된 바 있다. <이>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