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에 피의자신문조서 원본 통째로 주며 증언 훈련
“검찰 잘못된 수사 덮으려 경찰수사 물밑조종” 주장도
제이유네트워크(JU네트워크) 재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열린 재심 네 번째 심리에서 “검찰이 증인들에게 위증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이 주장한 이들은 과거 제이유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주수도(57·수감중) 전 제이유네트워크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한 증인들이다. 증인 A씨와 B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검찰이 제이유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검찰과 함께 사건 조사에 참여하면서 증언, 수사자료 등 검찰에서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했다.
두 사람의 증언으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경찰이 과거 제이유 사건 피해자들이 주 전 회장 구속 이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설립한 H사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찰은 주 전 회장이 H사를 사실상 옥중경영하고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사정기관이 H사에 대한 주 전 회장의 옥중경영 소문을 듣고도 조사하지 않다가 재심이 진행되는 지금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공교롭다”고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전 회장에 대한 심리에 JU사건 당시 핵심 증언을 한 증인이 다시 등장했다. 과거 주 전 회장에 대한 재판 때 이들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주 전 회장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과거 증언 내용을 완전히 뒤집었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당시 검찰 수사는 위증 등 허위 증거로 완성된 ‘부실수사’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증인들에 따르면 위증 부분은 검찰이 주 회장의 유죄 입증을 위해 증인들을 사주한 것이나 다름없다. 증인들은 재판부에서 자신들의 위증이나 잘못된 증언에 대해 “검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이 과거 JU재판에서 이처럼 증언한 이유는 수사 검사가 “이렇게 해야 내가 당신들의 피해를 회복시켜 줄 수 있다”고 말한 때문이다.
증인들은 이날 심리에서 사건과 관련된 핵심 질문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게 답했다. 또 증인들은 2006년 재판 당시 위증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사와 사전에 입을 맞춘 대로 증언했다”고 폭로했다.
“검사가 시키는 대로 증언”
이날 나온 증인들은 제이유 수사 당시 자신들의 증언이 검찰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A씨의 증언을 들어보면 A씨는 자신이 과거 한 증언이 검사와 사전에 그렇게 하기로 협의된 내용일 뿐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 회장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A씨에게 “증인들이 모두 같은 답변을 한 것을 보면 답변이 사전에 예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예정되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A씨는 “검사가 증거인들을 모아놓고 한 이틀 정도 교육을 시켰다. 물론 검사가 답변 이런 거를 쭉 다, 문제들을 만들어놓고 증인들을 한 명씩 앉혀 놓고 쫙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워낙 검사가 말이 빨라 (질문 내용을)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고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가 검사하고 (말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는 그나마 마케팅에 대해서 좀 알고 그래도 내용에 대해서 조금 알다 보니까 검사가 “A씨는 잘 아니까 걱정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봤을 때는 시간이 없으니까 거의 다 하지도 않고 나는 빠지고 다른 사람 다시 오래서 앉혀 놓고 계속해서 또 질문하고 묻고 아닌 거는 또 아니라고 가르쳐 주고 그렇게 한 기억이 난다”고 답변했다.
또 변호인은 “증인이 진술한 ‘증언 연습’이라는 용어는 증인이 진술한 내용이 있다. 그 증언 연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지금 설명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A씨는 “한 이틀 정도 우리들이 검사하고 같이 한 걸로 기억이 된다”며 “하루 연습해서는 시간이 부족했다. 연습하다가 그 다음 날 다시 또 오라 해서 갔더니 검사가 질문 문항을 쫙 다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것 가지고 한 명씩 앉혀 놓고 이렇게 읽어주면 거기에 대해서 아는 것도 ‘예’라고 답하게 했고 모르는 것도 ‘예’라고 답하도록 시켰다”고 털어 놓았다.
또 A씨는 “다 ‘예’라고 한 것은 아니고 답을 ‘예’가 되도록 만들어 놨다. 뒤에 뭐 좀 (질문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고 힘들고 이런 부분, 특히 우리 증인들은 나하고 B씨가 추천한 분들이기 때문에 이것 하고 난 뒤에도 같이 얘기들을 많이 했다. <중략> 그리고 질문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예’라고 답변하도록 서로 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B씨 증언도 A씨와 별로 다르지 않다.
B씨는 “검사가 나에게 피의자신문조서 원본을 통째로 주며 복사해서 숙지하라고 했다”며 “이는 내용을 숙지한 다음 그에 맞는 반대 증언을 하라는 취지였는데, 증언 내용은 대부분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한 것 이었다”고 말했다.
주 전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B씨는 제이유에 있을 때 프린스직급까지 올랐고, 정기적으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제이유의 마케팅플랜에 관하여 강연을 했다. 또 그는 제이유의 교육위원장, 층별 운영위원장이었고, 판매원들로 구성된 전국 운영위원회의 부위원장 등의 직책으로 제이유의 회의에 항상 참석했다. 그 때문에 제이유를 둘러싼 상황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B씨는 A씨와 함께 검사의 제이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사실이다”라고 답한 뒤 제이유 사건 검찰 수사에 대해 증언했다.
변호인은 “증인은 처음에 검찰수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나중에 검사의 수사에 협조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피해자들 검사 외면에 배신감
이에 대해 B씨는 “제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신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강의도 하고 프린스 직급에 갔는데, 검사가 고소해야 돈 받을 수 있다고 유도하였기에 고소를 결심하고 협조했다”고 말했다.
또 B씨에 따르면 검사는 제이유 사건을 수사할 때에는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해 놓고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서는 피해자들이 피해복구에는 전혀 관심 없는 태도를 보여 수사에 협조한 피해자들의 공분을 샀다.
2007년 6월경 주 전 회장은 일시라도 석방되면 최선을 다하여 보상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의사를 B씨를 비롯한 제이유 사태 피해자들에게 밝혔다. 이에 당시 피해자들은 구속수감돼 있는 주 전 회장으로부터 피해를 변제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피해복구를 위해 주 전 회장을 잠시라도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그리고 검사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반응은 초기 수사를 한창 진행할 때와는 180도 달랐다.
B씨는 “이 확인각서를 검사에게 보여주면서 피고인이 석방될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을 때 검사의 반응은 어떠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검사의 반응은 보상에 관심이 없었다. 피해보상이 되어도, 합의가 되어도 공소유지가 안되니 안 된다. 그러면서 형집행정지는 안 된다고 했다. 보상에는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담담하게 증언했다.
B씨는 주 전 회장을 고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검사는 ‘고소를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주수도의 은닉재산이 2000억 원 이상 있다’, ‘고소하면 돈 받게 해 주겠다’는 말을 하며 고소하기를 종용하길래 (중략)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엄청난 은닉재산이 있으니 피해자들이 고소를 하면 그 은닉재산으로 돈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고소를 종용했다는 의미다. 또 이와 관련해 변호인이 “증인이나 A씨는 피고인의 은닉재산으로 돈을 받게 해주겠다는 검사의 말이 없었다면, 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이유는 전혀 없었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B씨 등은 제이유의 판매원들은 돈을 받게 해주겠다는 검사의 말을 믿고 고소인을 모았다. 그 결과 최초에 B씨는 150명 정도 모아서 고소를 하도록 했고, 고소장 물량을 검사와 협의해 50장씩, 30장씩 재판 중에 넣었다. 이렇게 고소한 인원은 1700명 정도에 이른다.
이들이 이렇게 주 전 회장 고소장을 조금씩 나누어서 재판 과정에 계속 접수한 까닭에 대해 B씨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 역시 검사가 시킨 사항”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A씨와 B씨 등이 주 전 회장과 피고인과 비밀스러운 보상약정을 하고 과거 증언을 위증한 것으로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이모 검사는 “주 전 회장이 과거 피해자들을 매수해 검찰수사가 잘못된 것처럼 꾸미고 있다”며 “나는 증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완벽히 반박할 증거자료를 갖고 있다. 내가 위증을 하라고 시키고 돈을 찾도록 해 주겠다고 한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수도 다시 경찰 조사 받나
이에 대한 질문도 이번 심리에서 나왔다. 변호인은 “검사는 증인이 피고인과 비밀스러운 보상약정을 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증인이 피고인과 불법적인 보상약정을 한 사실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B씨는 “양심을 걸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주 전 회장은 2조1000억 원의 다단계 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돼 7년째 복역 중이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잘 알려진 ‘제이유 다단계 사기사건’은 사건이 밝혀졌을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후 사건이 국정원 허위문건에서 비롯된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검찰이 내세운 증인이 위증으로 처벌받는 등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는 구석을 남겼다.
이 밖에 일부에서는 주 전 회장을 잡기 위한 다단계 수사가 또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사정기관 주변에서 돌고 있다.
H사 관계자들은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 여러 언론에서 ‘주 전 회장이 H사를 옥중경영 한다고 몇 차례 보도한 적 있다”며 “당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정기관이 이제와 H사를 수사하는 것은 주 전 회장 측과 증인들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꼼수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다단계 방문판매 관련법 위반자는 동종업에 종사할 수 없게 돼 있다.
과거 제이유에서 일한 한 인사는 “재심과 관련해 주 전 회장 측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이 H사에 대한 사정기관 수사를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공정위에서 H사에 대한 조사를 경찰에 의뢰했는데, 이는 검찰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심리에서 검사가 증인 신문에서 “현재 경찰이 H사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 부분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주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경찰에서 내사 건으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검찰인 이 검사가 콕 집어 알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며 “H사에 문제가 있어 사정기관에서 조사한다면 그건 당연하지만 검찰이 재심에서 잘못된 수사 내용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표적수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한 소식통은 “재심 이전부터 내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두고 주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조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다”며 “예전과 달리 요즘은 경찰 내사, 수사 정보를 검찰이 알기 힘든데 법정에서 하필 검사가 재심 재판부에서 경찰수사 내용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의심을 살만하다”고 말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