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체제는 ‘엿장수 맘대로’
산업은행 체제는 ‘엿장수 맘대로’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11-11 09:59
  • 승인 2013.11.11 09:59
  • 호수 1019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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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년마다 바뀌는 국책은행 정책…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민영화가 무산되면서 다시 국책은행의 위치에 선 산업은행의 마음이 복잡하다. 한식구이던 정책금융공사는 분리된 지 5년도 되지 않아 산은과의 재통합을 앞두고 있다. 또 산은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지 2년이 안 된 시점에서 재지정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산은은 여전히 방만한 경영과 급여체계로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듣는 상황이다.

정책금융공사 재통합에 공공기관 재지정까지 ‘파란만장’
개편 비용만 2000억 넘어…다음 정권도 흔들기 나설까

현재 산업은행을 둘러싼 키워드인 정책금융공사 재통합, 공공기관 재지정 등은 모두 민영화라는 전제가 형성됐다 사라지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국책은행이던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며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먼저 산은금융지주를 만들어 기업공개(IPO) 등 민영화에 필요한 일들을 추진하게 했다. 또 정책금융 기능을 따로 떼어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해 새로 출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민영화를 앞둔 산은이라는 이유를 들어 기업은행과 함께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시켜 주기도 했다.

산은도 주력이던 기업금융 대신 개인금융 고객을 확보하겠다며 HSBC 개인금융 부문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역마진 논란에 휘말리면서까지 다이렉트뱅킹 등 금리가 높은 자유입출금 상품을 출시해 타행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를 백지화하자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산은금융지주를 민영화 무산론에 막혀 IPO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정금공은 내년 산은과의 재통합이 예정돼 있어 4년 동안 예산ㆍ인력ㆍ시간 낭비의 삼박자를 연출했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 역시 최근 기획재정부가 산은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은 내부에서도 민영화 무산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다이렉트뱅킹 등 개인금융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만약 HSBC 개인금융 부문 인수까지 성공했더라면 다시 재매각에 나섰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향후 산은금융지주가 해체되는 과정에서는 산하 자회사들의 매각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뗐다, 붙였다’ 반복해
국민 혈세만 낭비

결과적으로 정부와 산은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따르면 산은과 정금공의 분리 및 재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최소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산은과 정금공이 각각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ㆍ운영비 등을 모두 합쳐 이같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했다.

산은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 6월까지 465억 원, 정금공은 1717억 원 등 총 2182억 원을 해당 명목의 경비로 지출했다. 같은 기간 인력도 산은 459명, 정금공 306명 등 총 765명이 늘어났다.

비용이 늘었으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산은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틈타 임원들의 급여는 슬금슬금 올라갔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은은 묶여 있던 임금을 성과급 형태를 빌려 전년 대비 10% 내외로 인상했다.

세부적으로는 산은 은행장 연봉이 4억4900만 원에서 5억600만 원, 이사는 2억7700만 원에서 3억1000만 원, 감사는 2억5100만 원에서 2억7500만 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8300만 원에서 8500만 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2.4% 오르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은행장 성과급의 경우 지난해 3억3000만 원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까지 7개월 동안 이미 3억1600만 원을 찍었다. 부기관장도 2억1000만 원, 이사ㆍ감사는 각각 1억5000만 원, 1억2600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산은이 갑자기 해방의 기쁨을 누린 셈이다.

이 외에도 산은은 퇴직 임원을 대우조선해양 등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낙하산으로 보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1년 이후 산은을 퇴직한 고위 임원 35명은 3개월 내 관계사와 일반 기업체로 전원 재취업하는 전관예우를 받았다.

한편 산은은 STX 구조조정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266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만약 남은 하반기에 손실을 채우지 못하면 13년 만에 이익 부문의 적자를 맛보게 된다. 그러나 산은법 44조는 산은이 손실을 보더라도 정부가 이를 보전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민영화 무산 등 정책 변경에 휘둘리며 계속해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면서 “의미 없는 개편은 지양하고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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