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거부 다수…처벌 법망은 허술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 우려 높아
#사례 1. A씨는 2007년 9월 ‘우리 연합 상조 이벤트’란 업체에 가입한 뒤 지난 7월까지 총 71회, 213만 원을 납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 8월 우편으로 경제 악화와 재정난의 악재로 회생이 불가능해 폐업을 결정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선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A씨는 “현재 사무실 전화를 비롯한 모든 연락이 끊어졌고, 회사 대표의 행적도 알 수 없다”며 “피해자들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데 지금까지 낸 돈에 대한 서비스도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서 돈만 날렸다”고 성토했다.
상조서비스는 각종 경조사에 부담을 덜고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현대 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장례뿐만 아니라 결혼, 여행, 의료서비스 부문까지 업계 관련 상품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상조업계에 부은 돈은 무려 2조5000억 원, 회원은 3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가입 업체의 폐업 혹은 타 업체와의 통합으로 서비스 이용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한 돈까지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증가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피해 접수가 2008년 234건에서 지난해 719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663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총 피해 접수가 지난해 수치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조서비스 관련 피해구제건 중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은 업체는 ‘그린우리상조㈜’가 1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상조119㈜’가 123건, ‘㈜예조’ 65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 유형으로는 ‘계약 해지’와 관련된 사례가 가장 많았다. ‘계약 해지 거부’가 전체 피해 유형 중 57.9%를 차지했고, ‘과다한 위약금 청구’가 29.9%로 뒤따랐다.
이처럼 계약 해지 관련 피해 비중이 높은 이유는 영세 상조 회사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까지 등록된 상조업체는 297개로 전년 대비 10개사가 감소한 수치다. 2010년과 비교했을 때는 40개사가 사라졌다. 법정선수금 보전비율을 맞추지 못해 폐업한 업체가 늘어난 것인데 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향후 2~3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업계의 부채비율이 119%로 집계됐고, 부채비율이 100% 이상인 업체는 총 297곳 중 136곳에 달했다. 전체의 45%를 차지하는 수치다. 하지만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업체는 41곳에 불과했다.
공정위 홈페이지서 업체 등록 여부 검증 필수
더 심각한 문제는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통합하게 된 상조회사 간 회원 인도-인수 과정에서 할부거래법을 지키지 않고 책임을 미루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영업’을 넘겨받은 업체는 고객이 해약을 원할 때 그동안 불입한 돈의 최대 85%까지 돌려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영업이 아닌 ‘고객’을 인수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규정된 내용이 없어 대부분 “선수금은 이전 회사에서 받아야 한다. 우리가 돌려 줄 의무는 없다”며 환급을 해주고 있지 않다.
실제로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그린우리상조㈜는 그린우리상조개발㈜로 회원계약을 인도했고, 미래상조119㈜는 ㈜에이스 외 44개사로부터 소비자와의 회원계약을 인수받은 바 있다.
또 할부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위가 ‘장례 또는 혼례를 위한 용역 및 이에 부수한 재화’로 한정돼 있으나 업체들이 여행, 유학, 의료서비스까지 상품을 확대 출시하며 선수금 보전조치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품들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회원 인수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11년 12월 28일부터 업체 간 회원계약을 인도-인수하기 전에 해당 내용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권고했으나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초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 감사를 받는 대상 범위 확대’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계류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렇듯 업체들이 책임은 회피하지만 고객의 정보는 보유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회원 동의 없이 고객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통째로 주고받으면서 고객에게 이를 사후통보하거나 서면이 아닌 문자, 전화로 확인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업체와의 계약 전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된 회사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된 회사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등 요건을 갖췄으며,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등록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 등록을 하지 않고 상조업을 하는 것은 불법 행위다.
이미 업체와 계약이 된 상태에서의 피해 예방법은 회원증서와 영수증을 보관해두고 계약해지 시 반드시 서면(내용증명)으로 통보한다. 상조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중도 해지 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각 증서들과 영수증을 보관해야 하며 분쟁 발생 시 증거자료로 사업자에게 보낸 서신을 활용할 수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