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광고대행사 정조준
‘일감 몰아주기’ 광고대행사 정조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8-26 10:58
  • 승인 2013.08.26 10:58
  • 호수 1008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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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고·대홍기획 ‘나 떨고 있니?’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광고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가 광고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방침을 세웠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히 일감몰아주기와 서민물가와 직접 연관된 기업의 광고대행사에 대한 첩보가 입수됐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이에 따라 재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집안단속이 한창이다.

서울광고, 형 회사에서 99% 수주…대홍, 롯데 내부물량 독식
오너 배불리기 논란…스와핑 광고체결, 법적제지 어려움 성토


지난 4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혁신적인 광고업체들이 사장된다면 시장 전체의 역동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광고 산업을 재계의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분야로 지목해 경고했다. 특정분야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우유업계의 가격 인상 논란과 관련, 한 시민단체가 광고비용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공교롭게도 두 건이 현 정부가 잡으려하는 서민물가와 일감몰아주기에 속하면서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불가피해 졌다. 이미 공정위의 수사 소식도 알려지기도 한다.

서민물가와 광고비 숨은 돈 찾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 등 국내 3대 우유업체들이 지난 4년간 광고비로 지출한 금액이 약 6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 중 서울우유는 2010년부터 올 8월까지 TV CF를 중심으로 한 광고비로 380억 원 가량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우유업계가 우유 가격을 올리기 전에 막대한 광고비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면서 “우유업계가 비용절감 등 경영합리화 노력은 하지 않고 가격만 올리려 하는 것은 경영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우윳값을 ℓ당 250원 인상하려 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인상계획을 보류했다. 남양유업도 당초 이달말 우유 제품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경영환경이 정말 절박하고 어렵다면 이렇게 많은 광고비를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곳에선 이들 광고비 이면에 숨은 오너일가의 배불리기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의 동생 홍우식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광고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광고 제작 및 대행사인 서울광고는 지난해 전체 취급액 399억 원 가운데 99% 이상을 남양유업으로부터 수주했다. 2011년에도 수주액 432억원 대부분이 남양유업 물량이었다.

특히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을 등에 업고 낸 수익을 바탕으로 과도한 배당을 했다. 서울광고는 지난해 당기순이익(12억8500만 원)보다 많은 13억 원을 배당했다. 2011년에는 17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해 순이익 대비 배당 비율이 170%에 달했다.
서울광고는 홍 대표 외 오너가 2인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가 광고비 등으로 서울광고에 지급되고, 이 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남양유업 대주주 가족이 배당을 통해 가져간 셈이다

광고 대행업체인 대홍기획의 매출 대부분도 유통그룹 롯데 계열사에서 나온다. 대홍기획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71% (3485억 원 → 2475억 원)로 2011년 67%(2321억 원 → 2030억 원)에 비해 올라갔다.
공정위가 6년 만에 1위 업체인 제일기획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대기업 계열 광고사로 조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광고업계의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광고업계에서 그동안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한 민원이 접수된 만큼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정위가 현대차 계열 이노션과 3위인 LG 계열 HS애드 등에 관한 정보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노션과 HS애드 역시 공정위의 조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재벌 계열 광고기획사가 하도급업체에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낮추거나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고 대금 결제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는 재벌 계열사나 관계자를 중간에 끼워넣어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있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만연...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그동안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는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몸짓을 불려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도 국내 상위 5대 광고회사 모두 그룹 계열사다. 실제 계열사들의 광고물량을 따내면서 이노션과 HS애드 모두 단기간에 업계 2, 3위 자리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제일기획은 삼성전자 한 곳에서 발생한 매출액이 4592억원으로 전체의 54%에 이른다. 이노션도 현대·기아차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재벌 계열 광고사는 대주주 또는 계열사 지분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 부자 등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롯데 계열의 대홍기획은 롯데쇼핑 등 계열사 지분이 90%에 이른다. 제일기획을 제외한 재벌 계열 광고사는 대부분 비상장사로 회사의 투명성이 떨어진다.
최근 경제민주화 화두가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로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들이 잇따라 그룹 계열사 광고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혹시 모를 외풍만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들의 광고물량 개방으로 중소 광고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여론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로, 광고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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