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조직력 살아났지만 골 가뭄 극심…‘킬러본능’ 비상
홍명보호 조직력 살아났지만 골 가뭄 극심…‘킬러본능’ 비상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7-29 14:19
  • 승인 2013.07.29 14:19
  • 호수 1004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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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2경기 만에 수비 안정…공격력 부진 여전
홍명보 감독 중대 발표의 의미는?…박주영 투입 고민 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조직력 자체가 무너졌던 축구대표 A팀을 홍명보 감독이 맡은 지 한달이 채 안됐다. 그 사이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이라는 데뷔전 겸 시험무대를 밟았다. 특히 데뷔전까지 48시간 동안의 훈련을 통해서 달라진 대표팀의 모습을 점검해 본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 이후 지난 22일부터 동아시안컵에 출전해 대표팀 선수들의 하나하나를 살펴볼 수 있는 테스트 무대를 가졌다. 홍 감독은 호주전과 중국전 단 2경기만으로 소집 멤버 23명 중 골키퍼 이범영을 제외한 22명 모두 한 번씩 그라운드를 밟게 했다. 이는 훈련과 실전을 통해 이번에 소집된 국내파 선수들을 점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홍 감독이 당장 조직력 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터라 여전히 대표팀의 화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앞서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부터 공식전 4경기 연속 우리 선수의 득점 기록이 없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7차전에 득점 기록이 있었지만 이 역시도 상대 자책골이었다.

중국전을 마친 뒤 홍 감독은 득점력 부재에 대해 “골을 못 넣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대로라면) 8, 9, 10월에는 준비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물론 홍 감독은 그 준비한 판단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아직 때가 안됐다는 것이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8월부터 11월 사이에 있는 7번의 FIFA 공인 A매치 데이를 모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2경기 만에 빠르게 수비 안정을 이뤄낸 홍 감독은 공격력을 이끌어내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중대발표에 대한 그의 판단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골 결정력,
박주영의 필요성 부각

홍명보호는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또 중국과도 0-0으로 비겼다. 호주전에서는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반면 중국전에서는 찬스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며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처럼 극명한 결과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호주전 선발 라인업과 중국전 라인업에서 9명이 바뀌어 손발이 맞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경기에서 중국의 전력이 훨씬 강했다. 또 공격 전개 시 킬(Kill) 패스가 실종됐고 최전방 공격수의 결정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새로운 선수들이 나와 조직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공격적인 패스가 늦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최전방 공격수의 결정력 부족이었다. 호주전에서 홍 감독은 김동섭을 선봉에 내세웠다. 이후 중국전에서는 서동현을 깜짝 선발카드로 뽑아 투입했다.

앞서 홍 감독은 유럽을 중심으로 뛰고 있는 해외파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검증된 베테랑들을 선발하지 않았다. 대신 김동섭, 서동현, 윤일록, 고무열, 조영철, 고요한 등 새로운 공격 옵션을 선발해 활로를 열어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서동현의 경우 홍 감독 스타일의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만족스러운 대안을 찾는데 실패했다.

특히 홍 감독이 이상적으로 그렸을 원톱 공격수는 다름 아닌 공격 뿐 아니라 수비도 적극적이어서 동료와 연계 플레이에 능하고 결정을 지어줄 선수였다. 하지만 서동현은 서툰 연계플레이에 수비가담도 미흡했고 결정적인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결국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홍 감독에게 연계플레이와 결정력을 두루 갖춘 박주영이 절실했던 순간이다.이에 선수 발탁을 놓고 홍 감독의 셈법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이번에 배제된 기존 멤버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 소속팀을 찾고 있는 박주영을 비롯해 최근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동국, 긴 시간 대표팀에서 제외돼 있던 공격 자원들도 홍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홍 감독은 당초 8월에 있을 페루와의 친선전에 유럽파를 선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는 8월 초중순에 시즌이 시작되는 유럽파들이 순조롭게 출발해 월드컵을 앞둔 앞으로 1년 동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FIFA 소집규정에 따라 8월 경기부터 소집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유럽파는 공격과 미드필더 등 득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지션에 집중돼 있다. 그들이 신속하게 합류하게 되면 대표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면서 득점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 중인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 이청용, 기성용, 김보경 등을 계획 보다는 일찌감치 불러들이는 것이 홍 감독이 언급한 준비된 판단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술적 교체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많은 클럽들이 선호하는 포메이션이지만 최전방 공격수가 고립되고 2선 공격수들이 효과적으로 공간을 지배하지 못할 경우 득점력 저하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원톱이 아닌 투톱을 세우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또 김신욱, 김동섭, 서동현 같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버리고 박주영과 손흥민 카드를 사용해 2선의 미드필더들과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공격 물꼬를 틀 수 있다. 이러한 제로톱 전술은 홍 감독의 한국형 축구와도 일치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공격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는 방향도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홍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의 젤레 고에스 코치 영입을 추진다가 무산됐다. 그러나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향후 추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코치 보강을 통한 해결책 마련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이웨이, 홍명보호
희망 쏘다

동아시안컵에서 확실한 공격력을 발휘 못한 아쉬움 속에도 이번 무대가 ‘실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홍명보호는 먼 길을 가기 위한 동력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특히 중국전에서의 선수 구성은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홍 감독은 주전과 서브 선수들의 기량, 심리적 격차와 갈등을 줄여 팀 정신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한 뉴 페이스의 점검과 평가, 홍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적 완성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모든 초점은 동아시안컵이 아닌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밖에서는 첫 승이 필요하고 첫 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다음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 지 얻을 수 있다면 첫 승, 첫 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실험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또 “두 경기를 통해 전체적인 선수 파악은 끝났다”고 전했다. 이는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선수들도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동안시안컵을 계기로 그 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즉 제대로 된 경쟁체제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선수들 사이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선수들이 갖고 있던 선발이라는 안일함도 백업이라는 맥 빠진 생각도 다 지우게 했다. 이 같은 홍 감독의 파격적 실험은 앞으로 숨가쁘게 달려야 하는 월드컵 원정을 위해 선수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성공했다.

다만 호주전에 이어 중국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면서 좋은 결과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홍 감독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 감독은 “주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우리가 생각하는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거침없이 나갈 것”이라고 답해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뚝심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일전을 앞두고 “누누이 말했듯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더 값질 것”이라고 말해 홍 감독 역시 신경 쓰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에 관해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이제 지휘봉을 잡았다. 어떤 감독이든 팀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가대표는 클럽 팀처럼 한정된 자원으로 경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많은 선수를 써봐야 제대로 선수를 파악할 수 있다. 2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감독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된다. 홍 감독은 마술사가 아니다”라고 홍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김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오히려 문제가 많이 나와야 좋다”며 “현 시점에서는 대표팀이 대승을 거두는 게 오히려 독일 수 있다. 그러면 문제점이 묻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홍 감독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게 축구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홍 감독이 과거 올림픽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지금 A대표팀의 경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에게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 한국형 축구를 완성하는 데에 꼭 필요한 덕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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