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곳 압수수색 ‘사정기관 총력전’
30여 곳 압수수색 ‘사정기관 총력전’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7-22 11:31
  • 승인 2013.07.22 11:31
  • 호수 100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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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두환에 “돈 갚을래, 감옥갈래” 압박

 작심한 검찰, 전두환 일가가 불린 재산 종잣돈 밝혀내나
 집중 타깃 된 재국씨…정치권 “사회 정의 서는 계기” 한목소리

[일요서울ㅣ최은서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인 검찰의 핵심은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관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주변인과 관련 회사 등 30여 곳을 뒤져 수백 점의 미술품과 불상, 공예품 등은 물론 전 전 대통령 가족 회사에서 각종 회계장부와 전산기록 등을 대거 확보했다. 검찰이 ‘작심하고’ 뛰어든 만큼 법인자금 횡령이나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가 새롭게 드러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검찰 수사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3~5억 단위로 쪼개 수백 개의 가명 및 차명 계좌에 분산 입금, 평균 3개월마다 또 다른 사람의 계좌로 옮기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정황을 발견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 진행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 받은 금액 중 1672억 원을 미납한 상태다. 검찰은 현재 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를 통해 최소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재산 환수의 중대 분수령이 자금흐름 파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17일 전 전 대통령 자녀와 친·인척 등의 자택과 회사에서 압수해 온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되는 곳은 대부분 살펴본 셈이다. 특히 재국·재용씨 형제 소유인 시공사·허브빌리지·BLS 등의 사업체를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로 보고 회계자료, 금융거래내역,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검찰이 추징금 징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추징팀 이름도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으로 바꿨다. 서울중앙지검 김형준 외사부장을 팀장으로 모두 8명의 검사와 20여 명의 수사관, 대검찰청의 계좌추적, 회계분석 전문가까지 투입하는 등 수사 인력도 늘렸다.

“굉장히 지난한 작업”

검찰은 사실상 본격적인 수사체제로 사실상 전환했다. 역대 정부에서 방치하다시피 했던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환수의지를 강력 내비친 셈이다. 여야 정치권 역시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여야는 지난 16일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 진행에 대해 “사회 정의가 제대로 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 소재 ‘시공사’와 경기 연천의 ‘허브빌리즈’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곳에서 보관 중이던 박수근·천경자 화백의 그림, 불상, 병풍, 공예품 등 수백여 점의 예술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압수물품의 경제적인 가치는 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미술품 감정 전문가들을 섭외해 작품들의 진위와 가격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이 압수한 현물을 몰수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불법재산 관련성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 작품을 구입한 종잣돈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모두 돌려줘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 역시 이를 두고 ‘굉장히 지난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류한 물품들이 전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형성된 것임을 입증해야 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셈이다. 추징의 근거가 된 판결이 내려진 지는 이미 16여 년이 지났고 그 사이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이 사라져 돈의 흔적을 역 추적해 재산을 입증하는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수사 때보다 검사 8명을 추가로 투입한 것도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검찰 뿐 아니다. 국세청도 전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사정기관의 압력이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 대재산가들의 주식 이동이나 상속, 증여세 탈루 혐의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3국은 이달 초 전 전 대통령 부부와 자녀, 손자 등에 대해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험회사 3곳에 보냈다.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가입한 장기 저축성보험 등 고액 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돈으로 전 전 대통령 일가족이 보험료를 냈다는 사실만 입증된다면 증여세 포탈 혐의 적용이 충분하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 뿐 아니라 전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보험가입 내역을 요구해, 관가 주변에서는 국세청이 이미 구체적 단서를 포착한 단계로 내사가 아닌 계좌추적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별수사팀으로 전환되나

앞서 채동욱 검찰총장은 “(전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해 특별집행팀이 사실상 특별수사팀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추징금 환수 목적뿐만 아니라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광범위한 비리 의혹에도 손을 뻗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1995년 수사당시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이 3억~5억 씩 비자금을 쪼개 계좌를 바꿔가며 돈세탁을 했고 비자금의 규모가 2000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전 전 대통령이 비자금 관리에 이용한 명의자만 수천 명, 수천 개 계좌여서, 사실상 관련 계좌를 모두 추적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사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이같이 치밀한 비자금 세탁은 ‘금융 전문가’ 조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이 2004년 찾아낸 73억5500만 원은 1997년 법원에서 추징금으로 인정한 2205억 원의 3%에 불과하다.

현재 검찰은 남은 97%의 세탁 과정 규명에 분주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재국씨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검찰이 차남 재용씨를 조세포탈 혐의를 구속하자 이순자 여사가 추징금 130억 원을 대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드러난 돈을 가지고 있는 재국씨의 자금원을 추적해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재국씨 등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불린 재산의 종잣돈 출처를 밝혀낸다면 최근 검찰이 이룬 최대 쾌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 과정에서 집중 타깃이 된 것도 재국씨다. 이 과정에서 미술애호가로 소문난 재국 씨 소유의 미술품이 400여 점이나 압수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검찰은 재국 씨가 싱가포르에 개설한 아랍은행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사실상 전 전 대통령 은닉 재산 확인의 키는 재국씨가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의 명의로 개설된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 금융계좌 현지관리인인 60대 한국인 남성 김모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여러모로 향후 진행될 수사의 주요 표적은 전재국 씨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이 재국씨를 압박하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자진 납부토록 하기 위한 일종의 노림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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