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돕기 등의 명목으로 반강제적인 물품 판매”
“구판사업은 지역 사정 따라 자율…강제 아니다”
[일요서울ㅣ최은서 기자]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 1970년대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상징되는 ‘새마을 운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국정 핵심과제로 내세운 후 근본정신으로 ‘제2의 새마을 운동’이 언급되면서부터다. 박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에 대한 애착을 꾸준히 드러내면서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마을운동중앙회 일부에서 “봉사활동·불우이웃돕기를 명목으로 한 반강제적 물량 밀어내기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남양유업 물량 밀어내기’ 못지않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970년 4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전국지방장관회의에서 새마을 가꾸기 운동을 제창하면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박근혜 정부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막판 무렵 선거 구호로 새마을 운동 대표 구호인 ‘잘 살아보세’를 사용했고 대통령 선거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중산층 70% 시대를 열겠다.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정부가 과거 새마을운동의 부활을 추진하면서 제2의 새마을운동도 본격 시동이 걸리고 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은 협동조합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 저변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단계와 같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에서 ‘새마을 운동’이 재점화되면서 관가와 각급 지자체에서 ‘새마을 운동 띄우기’에 나서는 등 전국에 다시 새마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이처럼 ‘새마을 운동’이 본격적 부활을 예고한 가운데 새마을운동중앙회 ‘구판 사업’을 두고 일각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중앙회→ 시·도지부 → 군·구 지회 → 읍·면·동 협의회, 부녀회, 새마을 문구 등으로 조직이 이뤄져있다.
이들 조직들은 마을 안길 포장, 비료 농약 지원, 주택 개량 사업, 농기계 지원 사업, 꽃길 손보기, 폐자원수집, 제3세계 우물 파주기, 구호 활동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는데 읍·면·동 협의회 등은 방역 등을 비롯한 각종 봉사활동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해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이뤄지는 여러 활동 중에서도 ‘구판 사업’이 일각에서 문제 제기 되고 있다.
구판사업을 통해 구입 및 판매 차액으로 발생하는 기금은 불우이웃돕기 등과 같은 봉사활동 기금으로 조성해 쓰이고 있다. 불만의 내용은 이렇다. 순수 봉사활동을 할 목적으로 모였는데 ‘구판 사업’의 의무를 강제적으로 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물품판매와 관련해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회원에 따르면, 구판사업 물품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지정된 수량을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데다 몇몇 물품의 경우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어 이 같은 의혹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한 회원은 “시도지부에서 물품을 정해 판매처와 수의계약을 한 후 각 지회에 계약처를 통보한다. 지회로 발송되어진 물품을 각 협의회가 지정된 물량만큼 싣고 가 아파트 등에서 판매하도록 한다”며 “매년마다 반복되는 일로 소금, 미역, 멸치 등에서부터 양말, 칫솔 등 생필품 등에 이르기까지 물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불우이웃돕기 등의 명목으로 ‘반강제적인 밀어내기’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일에 쓰인다고는 하나 반강제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더 문제는 대부분의 물품이 질은 낮고 가격이 높아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며 “결국 물품판매는 본인이 돈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부담하거나 단골식당 주인 혹은 지인에게 ‘친분’을 이유로 사게끔 한다. 한마디로 먹이사슬, 다단계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구판사업을 통해 할당된 물품은 모두 다 소화해내야 한다. 보조금이 지급된다고는 하나, 목표수량을 소화하기 위해 지정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거나 자신이 사는 방식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 지급된 보조금만큼의 돈을 다시 토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중앙회는 관여 안해”
이에 대해 새마을운동중앙회 관계자는 “구판 사업은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에서는 각 지방별 시군 단위로 승인 받은 것에 한해서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별로 추진하고 있는 ‘독거노인 돕기’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한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구판사업이 벌어지는 것인데 구판 사업은 중앙회의 지시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판사업은 수익을 위해 벌이는 사업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찬반이 나눠지는 민감한 내용이기도 하다. 시군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고, 운영하고 있는 회장에 따라 달라지는 면이 많다.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자율에 맡겨둔 것이라 중앙에서는 따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중앙회에서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 어디나 다 있을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중앙회 역시 그것에 대한 감사를 하고 지침을 내리고 설명을 한다. 또 일각에서는 순수 봉사활동을 하러 들어와 부담을 지게 됐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익기금 조성을 위한 구판사업은 시군별로 승인 받은 업체·물품 1가지만 인정되는 것으로 나머지는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기 위해 관찰을 하고 있지만 의도되지 않은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