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작은 촛불에서 시작된 불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덩달아 불거지고 있다. 공안당국은 남북회담을 놓고 남북한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북한이 촛불집회를 선동해 불순한 목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촛불의 확산 과정을 살펴보면 치밀한 조직이 배후에서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과거 광우병 촛불집회 때 이 광경을 직접 본 이들의 잇따르는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목격담에 따르면 확성기를 단 봉고차가 시위대 중심에 갑자기 등장해 “청와대로 진격하자” “이명박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FTA는 우리가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등 자극적인 구호로 대중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 “불온한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촛불집회를 정치집회로 활용하려 선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야권에서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적 행동에 불온세력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촛불집회 자체보다 촛불집회를 선동하는 배후세력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남심리전술의 일환으로 후방교란전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대남선전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대선 무효’ 및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 시위를 부채질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두고 공안당국은 북한이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촛불 집회’에 의한 정국의 혼란을 남북대화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對南) 선동 조직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지난 7월 2일 북측 인터넷 사이트 ‘구국전선’에 “지금 정국은 1960년 4·19 민중 봉기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며 “전 국민은 선거 무효화를 선언하고 선거 결과를 백지화하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자”고 촛불집회를 부추겼다.
반제민전은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국정원의 집요한 인터넷 댓글 작전과 파쇼 패당의 비호와 두둔이 없었더라면 선거 판도는 달리 되었을지도 모른다”면서 “2012년 대선은 (1960년) 3·15 부정선거의 재판”이라고 선동했다.
특정세력이 시위 부추기는 정황
북한이 이 같은 글을 올리자 정치권 등에서는 촛불집회가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들로 인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도 북한의 선동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국내 민감한 문제에 끼어들어 북한이 통수권자의 퇴진을 종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북한의 이 같은 행위는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요구 배후에 북한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때문에 촛불시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치권과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특정 세력이 촛불시위를 부추기고 있는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정기관 공안당국 등은 문제의 세력에 대해 전국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네트워크는 과거 MB정부 때에도 등장한 것으로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이들은 각종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공안기관에 대한 불신여론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시위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는다. 확성기를 설치한 승합차를 동원해 시위대에 잠깐 끼어들어 선동한 뒤 분위기가 고조되면 조용히 사라진다.
또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 또는 몸싸움 등 행동단계에 접어들거나 사정당국의 주동자 색출작업이 진행될 때에도 이들은 자취를 감춘다. 일반 시위 참가자만 경찰에 연행되고 선동한 이들은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광우병 촛불 집회 때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승합차를 타고 등장해 피켓을 나눠주거나 방송을 통해 시위를 부채질하고 심지어 경찰에 맞서야한다고 강요하기까지 한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거 광우병시위 때 이들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움직여 광우병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도록 역할을 했다”며 “지금도 이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극대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선동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촛불집회를 선동하는 검은 세력은 점조직으로 움직이며 시위를 반정부시위로 이끌고 있다”며 “시위대 피켓에 등장하는 문구들 중 ‘국정원 해체’ ‘박근혜 책임’ 등은 사건의 규명요구가 아니라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한 움직임과 촛불시위대의 움직임
일부에서는 “촛불집회 배후에 불온한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강경보수파들이 주장하는 이념적 적대관에서 발생한 음모론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북한의 움직임과 촛불시위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예컨대 지난 6월 29일 북한의 한 대남선전매체 구국전선에서 총궐기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매체는 전 국민에게 “국정원을 해체시키고 국정원 대선개입 주모자들을 처벌하자”는 격한 표현의 글을 올렸다.
또 북한은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면서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위대 확산 추세를 살펴보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시점이 절묘하게 겹친다. 이 글 게시 직전후로 해외교포 시국선언, 대안고등학교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지난 5일에는 로스쿨까지 합세했다. 지난 7월 2일 구국전선이 ‘박근혜 정권 퇴진' 등 격문을 올린 직후의 일이다.
일부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되집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진영의 한 인사는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방향을 잘못 짚고 수사를 한 결과가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를 한 것이 실수”라며 “이 사건이 터지게 된 것은 민주당의 국정원 전·현직원 매관공작정치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민주당의 매관공작정치에 대한 것은 축소수사를 하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선거개입만 부각시켜서 수사를 한 결과물이 지금 반정부 촛불시위를 일어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광우병 시위를 움직였던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광우병 대책회의 공동대표를 지낸 한상렬씨와 반미 집회의 단골 멤버인 오종렬, 박석운씨 등이 참여한 한국진보연대는 지난 6월 27일 “참여연대 등 209개 시민단체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비상 시국회의’를 열어 전국 규모의 촛불시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전후해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동국대·충남대 등 소속 일부 교수의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이어 같은 달 28일엔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국정원 관련 첫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다. 현재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해가는 분위기다.
겹치는 그림 의혹 증폭
일부에서는 한국진보연대가 진행하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2013년 국정원 촛불시위가 똑같은 수순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를 상황별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촛불시위 실행기구 등장 ▶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광우병 대책회의), 국정원 정치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동행동 ▶(주요 요구사항으로) 한미FTA 국정조사 실시 ▶정운천 (당시 농림부 장관), 민동석(당시 협상 수석대표) 처벌 ▶한미 쇠고기협상 전면 무효화 ▶이명박 대통령 사과 순이다.
이를 지금의 상황과 겹쳐보면 실행기구 등장 ▶국정원 조사 국민행동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처벌 ▶국정원 개혁 (수사권 개혁 등) ▶박근혜 대통령 사과 요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비상 시국회의 및 전국동시다발 캠페인 개최(각계 시국선언 병행)와 비상시국회의 및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 진행 (학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종교계, 노동조합, 학생회 등 릴레이 시국선언 병행)도 거의 똑같은 모습니다.
한편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구국전선이 이달 들어 연일 남측을 향해 정권퇴진을 위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있다. 구국전선은 지난 2일 대선 무효화 투쟁을 벌일 때라고 주장하면서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로 촉발된 대학가의 시국선언을 대규모 촛불시위로 확산시키라고 주문했다.
구국전선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 선전선동 조직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이 운영하는 선전사이트이면서도 마치 남한 내에 존재하는 단체처럼 위장하고 있다.
구국전선은 지난 7월 3일에도 부위원장 담화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에 대해 “현실은 저들(새누리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나라와 민족도 안중에 없고 남북관계도 다 말아먹는 현 보수패당이야 말로 유신 군사파쇼독재정권을 능가하는 극악한 반통일 호전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민중은 반미, 반전, 반정부투쟁의 기치높이 현 보수패당을 심판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림으로써 조국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당면하게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통하여 2012년 대선을 비열한 협잡선거, 부정선거로 만든 현 보수당국을 심판하기 위한 투쟁을 더 강도높이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NLL대화록 공개, 청와대-국정원 사전 교감설 놓고 공방 |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국정원 간 커넥션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야권과 여론은 ‘청와대 배후설’에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의혹의 진실여부에 따라 정권 실세의 위상과 국정원 개혁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논란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이 공개된 이후 지난해 박근혜 대선캠프와의 직접적인 연루설로 확산되고 있는 것. 야권과 여론은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된 이후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의혹이 더 커지면서 “국정원이 청와대 지시를 사실상 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이런 중대한 문제를 보고 또는 지시 없이 단독으로 결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서치 뷰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통령직속기관장인 국정원장이 이번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단독으로 결정했을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가 결정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장 단독으로 보는 의견은 20.2%였던 반면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가 결정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은 69.5%로 49.3%나 더 높았다.
민주통합당은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국정원-새누리당 불법 커넥션’을 고리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서면서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대통령 흔들기’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청와대와 여당 실세가 남재준 국정원장을 압박해 회의록 공개를 이끌어냈다는 추측이 나돌지만 여권과 청와대는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후에도 “반응이 없는 게 반응”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야권을 중심으로 국정원과 청와대의 사전 교감설이 커져갔지만, 청와대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뒷짐을 졌다.
우선 국정원 댓글과 관련,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 발언을 끝으로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조사를 앞둔 사건에 대해 자꾸 언급하면 마치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야당은 현재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및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남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남 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여야 극한 대립을 불러온 것에 이어 역풍마저 불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권은 ‘사전 교감설’에 대해 “회의록 공개가 몰고 올 역풍을 충분히 알기 때문에 남 원장에게 회의록 공개를 압박 또는 설득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직과 명예를 중시하는 ‘남재준 원장의 단독작품’이라는 주장이다.
이재오 의원은 “(남 원장이) 정치판에 불쑥 문서 던져놓고 이 난리를 치고 있다, 그 사람이 가만히 있었으면 이 정쟁은 없었을 텐데 박 대통령을 취임 4개월 만에 정쟁에 휩쓸리게 했다”며 “이걸 알고도 집권여당이 그냥 넘어가면 시대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 개혁 요구도 여야를 불문하고 강하게 빗발치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을 망가진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 국회에 초당적인 개혁위원회를 꾸려서 국정원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도 “국정원이 때만 되면 국내 정치에 기웃 거리고 한 정권 끝나면 국정원장이 감옥에 간다”며 “정보기관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시기는 지났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국내 정치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는 국정원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의 국내정치 전반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나 네트워크들은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때문에 국정원 쇄신 또는 개혁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청와대는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회논의를 지켜 봐야 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