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듣던 꽃뱀을 만났다’며 김씨는 아직도 분이 안풀리는 표정이었다. 며칠전 자정께 강남역에서 송년회를 마친 그는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려고 하고 있었다.이미 김씨의 차 앞유리에는 대리운전 업체들이 꽂아둔 광고 전단지들이 수북히 쌓여있어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가격이 싼 곳을 찾느라 전단지를 이리저리 뒤적이던 김씨는 눈에 띄는 전단지를 발견하게 된다.‘일산, 분당 전문. 여성기사 대리운전(20대 여성이 안전하게 모셔다드림)’이 바로 그것이다. ‘20대 여성’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긴 김씨는 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김씨는 ‘거짓말이 아니라 5분만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왔다. 아예 강남역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가끔 남자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면 일명 ‘깍두기’스타일일 경우가 있는데 남자인 나도 솔직히 겁이 날 때가 있다’며 ‘대리운전 기사로 온 A씨는 큰 미인은 아니었지만 호감가는 외모를 지니고 있는데다가 무척 싹싹해서 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A씨와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전단지까지 직접 뿌려가며 ‘나홀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용돈벌이로 혼자 대리운전을 한다는 그녀가 보험에 들었을리도 만무했지만, 운전도 제법 능숙한 솜씨로 하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그러나 김씨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아찔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창 자유로를 달리던 A씨가 ‘조금 쉬었다 가자’며 갑자기 차를 세우더라는 것.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자유로에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들만이 가끔 지나갈뿐이었다.밀폐된 공간안에 A씨와 단둘이 있는 것이 어색해진 김씨는 ‘그만 출발하자’고 재촉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곧이어 김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쓰다듬는 노골적인 유혹이 시작됐다.
그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외모나 태도로 볼 때 그녀는 분명 ‘나가요걸’이었다’ 고 말하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그는 ‘막무가내로 유혹하는데 술이 취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며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김씨가 ‘이럴거면 당장 내려라. 와이프에게 데리러오라 하겠다’고 강하게 나간 탓에 간신히 위기는 모면했다. 다음날 그는 동료들로부터 아찔한 소리를 들었다. 그런 여자 기사를 불러놓고 만취상태로 골아 떨어졌다가는 ‘가차없이 당한다’는 것이다.동료들은 김씨에게 ‘별 탈없이 끝났으니 운이 좋은 경우’라며 다들 한마디씩 던졌다.특히 ‘은밀한 거래를 거부하면 협박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동료들의 말에 김씨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당한 손님 여럿
박일수(33·가명)씨는 대리운전 경력 4년째에 접어든 베테랑 기사다.‘윤락 대리운전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했다는 손님 여럿 봤다’며 ‘만취 상태에서 실수를 했다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고 답했다.여기서 ‘실수’란 대리운전 기사로 온 여성과 술김에 관계를 갖고 화대를 뺏긴 경우를 의미하는데 화대는 보통 10~15만원 선이라는 것.박씨가 경험자들로부터 들은 얘기에 따르면 ‘거래를 제안하거나 정식으로 유혹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안전하다’는 것이다.관계 후 ‘돌변’하여 금전을 요구하는 여성이 있는가하면, ‘집까지 데려다 줄테니 한잔 더 하고 가라’며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 반강제적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 심한 경우는 어느 순간 여성이 안겨있어서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치면 여성측에서 ‘당신이 술김에 성추행을 했으니 신고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박씨는 ‘이 여성들은 이런 경우 술 취한 사람이 불리하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야심한 시각 괜한 구설에 휘말릴 것을 염려한 남성들은 그냥 쫜밟은 셈 치고 돈으로 무마시켜버리곤 한다’고 설명했다.특히 여성이 ‘당했다’고 어거지를 쓰면 만취상태인 남성들은 ‘정말 내가 실수했나’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쉽다는 것. 박씨는 ‘솔직히 술김에 열여자 마다할 남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깜빡 잠들면 물리는 것’이라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그는 대리운전을 하는 일부 여성들은 유흥주점 등지를 돌면서 개인명함을 뿌리고 다니며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돈을 챙긴다고 전했다. ‘대리운전 전단지에 ‘미모의 여성기사’니 ‘가격조절 가능’이니 그런 문구들이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어느 여성대리운전 전문업체의 항변“윤락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우리회사엔 대부분 가정주부”몇몇 업체와 통화를 시도한 결과 여성대리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항간의 윤락 대리운전 소문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여성기사만을 고용한 J대리운전 업체의 대표 박모(45·여)씨는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분통터진다”며 흥분했다.
- 2차 대리운전에 대한 소문이 많은데. ▲알고 있다. 안그래도 그런 시선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
- 윤락 대리운전을 하는 여성들이 실제로 많다고 보는가.▲솔직히 그런 질문도 너무너무 화가 난다. 분명 있긴 하겠지만 일부분 아니겠나.
- 일부 윤락 대리운전으로 피해보는 경우가 있다면.▲솔직히 하루에 열댓건씩은 ‘예쁜 아가씨로 보내줄 수 있냐’는 전화다. 여기가 무슨 룸살롱인가. 대놓고 ‘2차도 가능하냐’고 묻는 남성도 있다.
- 기사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우리 회사의 경우 80%이상이 일반 주부다. 경기가 좋지 않아 뒤늦게 생활전선에 뛰어든 40~50대 주부도 많다.
- 윤락 대리운전에 대해 기사들은 뭐라 하는가.▲어이없어 한다. 어떤 기사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와서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펑펑 울어버리더라. 그런 소문이 돌고부터 ‘어디 나가서 대리운전 한다는 말을 아예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 취객들을 상대로 하다보니 위험한 일도 많을텐데.▲우리가 억울한 것이 그 점이다. 취객에게 수모를 당하면 당했지 취객을 이용해 윤락을 한다니….엄연히 남편과 자식이 있는 여성들 아닌가.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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