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강남을 떠나는 기업들
[현장 르포] 강남을 떠나는 기업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6-24 10:09
  • 승인 2013.06.24 10:09
  • 호수 999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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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오피스 공실률…강북·판교 등 중심 이동

사업을 하려면 강남으로 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듯 하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탈(脫) 강남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강남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때문에 이미 일각에선 “강남권의 몰락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마저 내놓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대기업의 안방, 정보통신산업의 메카 등으로 불렸던 강남의 현주소를 따라가 봤다.

대기업 계열사·벤처기업 등 이전 줄이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액소더스 가속화

[일요서울]이 지난 20일 방문한 강남의 모습은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 사무실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각종 부착물 등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는 부동산업자들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일요서울]에 각종 공실들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인은 “멈출 줄 모르는 경기침체로 강남을 빠져나가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며 “테헤란로, 강남대로, 역삼로 등 구분할 것 없이 빌딩마다 공실이 쌓여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강남이 더 이상 서울의 중심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가산의 디지털단지를 시작으로 판교, 일산까지 산업 중심지역의 다각화 현상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인은 줄곧 이어지고 있는 신규 오피스 공급에 관해 입을 열었다. 과거 강남은 신규 공급 오피스 물량이 제한돼 안정적인 권역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강남에서도 신규 오피스 공급이 잇따르고 있어 공실률을 높이는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들이 떠나가는 분위기상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는데 실상을 잘 모르는 이들에 의해 신규 오피스 건물들마저 필요이상으로 건축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강남은 불 꺼진 건물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정보통신업체 경영자는 “예전에는 확실히 강남권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현재는 강남권이라는 이점이 거의 사라졌다. 입지환경, 시설, 각 기업들과의 연대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탈강남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실제 강남의 공실률 현황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3.2%로 지난해 4분기(12.2%)보다 1% 포인트가 상승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경기·서울외곽 인기

아울러 강남은 향후에도 공실률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었다. 이미 많은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강남을 떠난 가운데 앞으로 예정된 기업들의 이전 소식도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기업 삼성, 포스코, 현대 등의 계열사 오피스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르는 공공기관까지 터전을 옮겼거나 옮길 예정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게임개발업체, 정보통신업체들도 강남 이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결국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강남을 비워두는 추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어디가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부분 서울 4대문(중구, 종로구)과 가산·판교 밸리, 강북으로 일치했다.

분양 전문가들은 “강남을 떠난 기업들은 서울디지털벨리가 조성된 구로 금천구나 강북 성동구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등 아파트형 공장이 많은 신흥 클러스터를 찾아가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서울 4대문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중심업무지구는 강남을 대신할 메카로 성장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폭발적인 유동성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도로 진입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다수 포착된 것과 관련해 한 전문가는 “경기도는 분당선 개통 등 교통의 발달과 각종 산업단지 형성으로 서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향후에도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사회를 주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학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 강북도 인기를 끌 것”이라며 “가산 디지털단지의 경우 이제는 강남을 충분히 위협하고도 남을 규모와 위상을 갖췄다”고 내다봤다.

구로·금천이나 성동 등 아파트형 공장에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강남에 비해 임대료가 낮고 취득·등록세 및 재산세 감면 등 정부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 일문일답] “도심권 부동산 가치 높아질 것”

- 기업들이 강남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 경기침체가 첫 번째 이유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비싼 임대료와 각종 세금을 낼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비싼 돈을 주고 강남에서 버틸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 경기침체를 제외하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 처음부터 강남이 산업의 중심으로 발달한 것을 비정상적인 발전으로 봐야한다. 강남권은 주거를 중심으로 발전한 곳임에도 불구,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막무가내식 기업 입주가 허다했다. 때문에 주거중심이 아닌 기업 입지조건이 좋은 4대문, 강북, 판교 등으로 옮겨간다.

- 강남 오피스의 직접적인 단점은?

▲ 대로변을 제외하면 전부 이면도로이고 이들이 전부 커피전문점, 식당 등 객단가가 떨어지는 상권이다 보니 기업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 환경적인 측면도 한몫했다. 급격한 발전 때문에 복잡하고 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업들도 다수다. 

- 강남 공실률 증가가 주는 영향은?

▲ 당연히 강남 상권은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그림을 크게 그려보면 좋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산업의 중심이 여러 곳에 분포돼 있다는 것은 균형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제다.

- 향후 전망

▲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4대문과 강남권역을 양대 개발해왔다. 그런데 현재는 4대문을 중심으로 수많은 대기업이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는 구로디지털단지, 성동밸리, 판교밸리 등 다양하게 퍼져 있다. 때문에 4대문의 도심권역은 부동산가치에서 1위를 고수할 것이며 계속해서 또 다른 단지들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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