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레슬링이 올해 초 ‘관중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0 올림픽 25개 핵심종목에서 제외되자 경기 규칙을 바꾸는 등 재기에 나섰다. 이에 가까스로 정식종목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9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어 스포츠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될 후보로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스쿼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올림픽 진입을 노렸던 가라테, 롤러스포츠, 스포츠클라이밍, 우슈, 웨이크보드 등 5개 종목은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레슬링은 1라운드 1차 투표에서 총 14표 중 8표를 얻어 후보에 올라 정식 종목 탈락의 충격을 씻고 올림픽 잔류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네나트 라로비치 국제레슬링연맹(FILA)회장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새로운 라운드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진정한 안도감은 9월에 얻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역전드라마는 레슬링계가 새로운 룰을 적용하는 등 3개월 동안 판을 바꾸는 개혁 작업을 벌이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새롭게 적용된 룰의 핵심은 기존의 세트제(3세트 2선승제)에서 총점제(3분 2회전)로 바뀐 점이다. 세트제에서는 두 세트만 이기면 돼 1점을 내고 수비에 주력하면 됐다. 또 한 세트가 2분밖에 되지 않아 힘겨루기만 하다가 끝나면서 레슬링의 화려한 기술들이 종적을 감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총점제는 전·후반 3분씩 더 많은 점수를 따낸 선수가 승리하는 것으로 이전보다 1점을 더 따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시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FILA는 수세적인 선수에게 벌칙을 주는 패시브 규정도 바꿔 공격적인 레슬링를 유도했다.
기존의 1차 주의, 2차 경고(벌점 1점), 3차 상대의 폴승을 선언하는 규칙에서 2차 경고 뒤 자유형의 경우 30초 안에 경고를 받은 선수가 1점을 내지 못하면 상대 선수에게 1점이 돌아간다.
그레코로만형의 경우 상대 선수가 파테르 자세로 경기 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3번째부터는 상대 선수에게 1점과 자세선택권을, 4번째에서 폴승을 선언하게 해 수세적인 경기를 한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벌칙보다 기술 점수를 우선하도록 해 공격 레슬링을 유도했다.
그동안은 동점일 경우 벌칙 수를 따졌지만 지금은 기술로 1점을 얻은 선수에게 유리하게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첫 대회인 2013 국제레슬링연맹 세계대회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드러냈다.
지난 4일 서울시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체육관에서 열린 최종선발전에서 선수들은 이전 대회보다 더 공격적인 전략을 들고 나와 매 경기마다 점수가 쏟아져 나왔다.
규칙 개정 전인 지난 4월 열린 2차 선발전에서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경기에서 두 선수의 점수를 합쳐도 경기당 평균 2.2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평균 6.8점이 나왔고 자유형은 경기당 평균 10점 가까이 나왔다. 또 지고 있더라도 경기 종료까지 역전의 기회가 남아있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박진감을 더했다.
레슬링의 개혁에 대해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레슬링의 변화와 노력이 놀랍다”고 밝혀 레슬링 부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2월 집행위원회 결정을 9월 총회에서 뒤집을 수 있을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한편 IOC는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총회를 열고 후보로 오른 세 종목 중 하나를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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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