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경찰 소환 불응 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경찰 소환 불응 왜
  • 안은혜 기자
  • 입력 2013-06-10 10:37
  • 승인 2013.06.10 10:37
  • 호수 997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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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대가성 입증 못한다”… 버티기 전략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지난 6월 7일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52)의 유력인사 성접대 등 불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9일과 6월 3일 김 전 차관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요구했으나 두 차례 모두 응하지 않았다. 현재 3차 소환 통보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찰은 김 전 차관이 3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내부 분석한 성 접대 원본 동영상의 등장인물로 지목된 김 전 차관이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내막을 알아봤다.

▲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뉴시스>

경찰에‘배짱’부리고 ‘검찰수사’잔뜩 기대
‘약’에 취한 모습에‘두 자매와 성관계’까지?

김 전 차관은 춘천지검장 근무시절인 2008년 3월부터 2009년 1월 사이 윤중천 전 회장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접대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전 회장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윤 전 회장이 연루된 고소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과 윤 전 회장은 사건 초기부터 “서로 모르는 사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그동안 조사한 광범위한 증거자료와 참고인 조사 내용을 토대로 김 전 차관의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초 건설업자 윤중천 전 회장이 김 전 차관을 포함한 유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하는 동영상의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박모 씨를 체포해 조사했다. 당시 경찰은 “예전과 달리 수사에 진전이 있다”며 “(4월 말에)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고 법무부가 승인했다.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구체적인 혐의는 밝힐 수 없지만 범죄 혐의가 있는 만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지난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며 “그동안의 수사를 토대로 김 전 차관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의-채 총장
연수원 동기 ‘수사 주목’

앞서 지난 3일 밤 변호인을 통해 맹장 수술로 인해 20일 정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한 김 전 차관은 경찰의 소환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차관 측은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수사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참고인의 사정을)이해해 주는 것이 형사절차이기 때문에 절차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수사가 1~2주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윤중천 전 회장과 나머지 수사 대상자의 사법처리를 위한 최종 법리검토에 주력하는 동시, 현재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김 전 차관의 3차 소환 통보시기를 검토하고, 이에 대비한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며 절차를 강조해온 만큼 피의자 신분인 김 전 차관이 3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초동 주변에서는 김 전 차관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의 김학의 전 차관이 술만 마신 것이 아니라 약에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하나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성이 전문 접대 여성이 아닌 일반인 자매라는 말마저 사정기관 내 돌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이‘대가성이 있다’는 추측에 “(윤 전 회장에게)준 것이 없으니 대가성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소환당할 일이 없다”며 경찰에 배짱을 부리고 있다.
앞에 언급했듯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현재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구체적으로 언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고,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말하는 혐의가 마약 흡입 혐의와 두 자매와의 성 접대 의혹에 따른 특수강간 혐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정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3차 소환불응땐
강제 소환 나설듯

입원치료를 마친 뒤 3차 소환 될 김 전 차관은 형사소송법에 의한 3차 소환에도 불응 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강제 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로 사건이 올라갈 경우 채동욱 검찰총장이 김 전 차관과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에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이기 때문에 김 전 차관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김학의 전 차관의 ‘버티기’작전이 언제까지 통할지 수사 경과가 주목된다. 

고위층 성 접대 의혹으로 본 수사권 기(氣)싸움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수사권 독립’ 두고 검경 힘겨루기 비일비재

지난 3월 윤중천 전 회장의 고위직 성 접대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검찰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출국금지를 요청하면서 제출한 문제의 성 접대 동영상을 본 사법부는 흐릿한 화질을 이유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법부와 경찰의 갈등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주로 경찰이 검찰 관계자를 수사할 때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거절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번 건설업계 성 접대 로비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경찰의 불만은 수사권 조정 문제와 맞물려 갈등을 빚고 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찰이 참고인 자격으로 김 전 차관을 소환했을 때 쉽게 응하지 않는 것은 검경의 수사권 갈등으로 인해 검찰 관계자인 김 전 차관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검찰의 이 같은 무대응 전략으로 인해 경찰은 늘 약자였고, 수사는 어려움은 더해간다. 검경의 기싸움은 보는 이들도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는 기존의 검경 갈등 유형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팀은 검찰과의 불협화음 내기를 원치 않듯, 사법부는 조용히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했고, 피의자 신분으로 김 전 차관의 3차 소환을 앞두고 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서는 검경수사권을 놓고 경찰과 검찰의 힘겨루기만 하다가 시간낭비 하지 말아야 겠다.  <안>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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