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불량 부품 사용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원전 사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여름철 전력 대란 우려와 함께 2조 원대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시장 분석 모의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100만㎾급 원전 1기가 정지될 경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하루 전력구입비가 42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기가 동시에 정지할 경우 87억 원, 3기가 정지하면 135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대입할 경우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100만㎾급 원전 설비 3기가 8월 말까지 정지하면 7722억 원의 전력구입비가 추가로 소요된다. 9월 말까지 정지하면 1조1772억 원, 10월 말 1조5957억 원, 11월 말 2조7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예정된 계획예방 정비기간을 제외한 수치다.
산술적인 피해규모와 별개로, 산업체의 생산 영업 차질과 한국 원전의 국제 신뢰도 저하 등 2차적 영향까지 감안한다면 이번 파문의 피해는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100만㎾ 원전 1기가 하루 정지할 때 매출액이 10억 원씩 줄어든다. 11월 말까지 원전 3기가 정지하면 4490억 원이 감소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추정대로 원전 정비에 6개월이 걸리면 한전과 한수원은 총 2조4497억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정비에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한수원의 계획대로라도 한수원 2660억 원, 한전 1조1772억 원 등 총 1조4432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는 한전이 올해 1분기 3년 만에 달성한 영업이익 6578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신고리 3·4호기, 신월성 2호기 등 아직 준공하지 않은 3기는 설비용량 합계가 380만㎾로 규모가 더 크다. 이들의 상업운전 지연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분기 초안 마련을 목표로 이달부터 논의에 들어간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번 원전 사태로 이명박 정부 시절 수립된 1차 계획에서 41%(2030년)로 설정했던 원전 비중 재검토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이후 국내의 원전 반대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원전 관리 부실이 반복돼 원전 확대 정책에 반대여론이 거세져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원전 중심의 국가 에너지 정책 골격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마 위에 오른 국내 원전 관리 부실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외 원전 수출 전선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전력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 원전 두 기가 정지하면서 올 여름 ‘블랙아웃’의 현실화도 우려되고 있다. 올해는 이미 지난달과 지난주 무더위로 인한 전력수요가 급증해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2차례 발령됐고, 전력예비율이 10%를 밑돈 날 수가 55일에 달했다. 예비율 10% 이하인 날은 지난 2009년 9일에서 2010년에 46일로 급등했고 2011년 51일에 이어 지난해 129일로 2배 가량 늘어났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1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여름철 전력대책에 관한 브리핑을 통해 “예상치 못한 발전기 중지 고장 등이 있으면 블랙아웃(대정전)을 100%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발표된 정부 하계 전력수급대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기업에 대한 강제 절전규제다. 정부의 수요관리 목표 450만kW 가운데 절반 이상인 250만kW가 대기업 강제 절전규제를 통해 확보한다는 것. 결국 이날 나온 대책이 대규모 전력사용자에 대한 절전 규제라는 점에서 정부가 부실한 원전관리로 대형사고가 터지도록 방치해놓고서는 고통은 기업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