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전략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140개 국정과제 추진전략과 추진계획을 보완·확정했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의 공약이행 계획에서 다른 용어로 바뀌었던 경제 민주화도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확정된 140개 국정과제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와 14대 추진전략으로 분류됐다. 또한 창조경제, 정부 3.0 등 주요과제 세부내용도 일부 보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공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와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경제 과제 일부 통합·소비자 권익보호 포함
업계 상황 좋지 않아…투자 심리 위축 우려
확정된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가장 주목 받는 항목은 인수위 안에서 빠지면서 논란이 됐던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의 부활이다. 인수위의 공약이행 계획안에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추진 전략 일부가 포함돼 있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가 빠졌다는 이유로 정부의 의지가 약하다는 오해를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등장함으로써 그동안의 불신을 씻게 됐다.
이번에 재등장한 경제민주화는 경제부흥 분야의 3대 추진전략 중 하나로 거론되며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소비자 권익보호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융서비스의 공정경쟁 기반 구축 등의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인수위 안에도 다 들어가 있는 내용이지만 당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없다는 이유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며 “정부의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그런 오해를 다 불식시키기 위해서 이번에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전략을 다시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도급 거래 때 부당한 특약 요구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도 새로 만들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필품과 교육 분야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히 제재할 뜻을 밝혔다.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유통업계의 갑의 횡포와 일부 대기업과 하청업체간 마찰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석상에서도 공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지역민과 마찰을 빚는 사업과 관련 “최근 주요기관 시설이나 님비 현상(집단 이기주의)과 관련된 시설의 설치와 이전을 비롯해 문화재 보존과 개발 사업 등 여러 정책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각 부처와 공공기관도 보다 체계적인 갈등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책사업을 시작할 때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좋겠다”며 “그래도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중립적인 갈등중재기구를 설치해서 활용하거나 갈등 해소를 위한 상시적인 협의 조정 기구를 두는 등의 갈등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확정된 내용 뒷받침할 제도 적극 지원
국무조정실은 이에 따라 체계적인 국정과제관리·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을 내비쳤다.
성과관리를 위한 평가는 ‘국정과제평가’와 ‘국정과제지원평가’로 구성하며, 이를 합산해 기관평가를 도출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140개 과제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고 조기성과 가시화가 필요한 40개의 집중관리 과제를 선정, 실시간으로 관리해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추진계획 및 평가·관리계획’을 보고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국정과제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부처를 지원하면서, 일이 되도록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국정과제 확정과 관련해 일부 정책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우려도 공존한다는 기존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수정보완이 이루어졌어도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인수위 시절 재계의 반응을 내놓았던 경제단체의 성명서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공감 ‘반’ 우려‘반’ 눈치 보기 급급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정목표 발표와 관련해 인수위의 정책의지를 존중한다”면서도 “경제 현장의 실상을 잘 파악해서 정책을 펴나가기 바란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는 것.
전경련은 당시에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이번에 보완한 내용에 대해서도 신중하다는 입장이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이 신설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 제약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신규출자를 할 수 없을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며 “뿐만 아니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할 경우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계열분리, 재무구조 개선 등의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총 또한 ‘비정규직 차별해소 및 근로자 생활보장’ 부분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은 당연히 시정돼야 하지만 비정규직이 대기업 문제인양 착각하고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있는데 실제 상황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전체 비정규직의 94.8%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70%는 3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일하므로 비정규직 차별해소에 관한 규제가 있을 경우 중소기업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시간만 줄일 수는 없다”며 “노측이 생산성 향상 노력을 하거나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임금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금산분리와 관련해선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일정요건 충족 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지주회사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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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