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美 메이저리그 눈독 들이는 ‘빅보이’ 이대호를 잡아라
[특명] 美 메이저리그 눈독 들이는 ‘빅보이’ 이대호를 잡아라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5-20 17:51
  • 승인 2013.05.20 17:51
  • 호수 944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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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하위팀에도 불구 리그 타점 1위, 홈런 2위 기록
요미우리·양키스 등 미·일 명문구단서 영입에 군침

지난해 일본무대에 진출한 빅보이 이대호(오릭스 버펄로스)가 맹타를 휘두르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시즌 초반부터 그의 내년 거취를 놓고 일본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2년 계약을 한 오릭스 역시 재계약 의지를 드러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대호는 지난 15일 일본 효고현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의 인터리그 두 번째 원정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대 1로 앞선 3회,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1회 우전안타를 때리며 타격감을 조율한 이대호는 3회 1사 2루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상대 선발 투수인 에노키다 다이키로의 4구째 시속 131㎞짜리 가운데 낮은 변화구를 때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로써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치며 7경기 연속 안타를 친 그는 타격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타점 역시 6번째 홈런에 힘입어 27개로 퍼시픽리그 공동선두에 올랐고 시즌 타율 역시 3할4푼1리에서 3할4푼5리로 소폭 올라갔다.

경기직후 이대호는 일본 스포츠전문 매체인 ‘스포츠호지’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홈런을 쳤는데 나만 못 치면 서운하다”며 “승패를 내가 컨트롤 할 수는 없지만 홈런을 쳤고 팀이 승리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이대호는 데뷔 첫해 4번 타자로 전 경기(144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올해도 그는 전 경기 4번 타자 출장이라는 꾸준함을 보여주며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융화력과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9일 일본 석간 후지가 발표한 RCAA(평균 대비 득점 기여)와 RSAA(평균 대비 득점 방어) 비교에 따르면 이대호는 11.01를 기록해 오릭스 에이스 투수 가네코 치히로(9.05)를 가볍게 제치고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이대호가 기록한 11.01은 올 시즌 리그 평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득점보다 실제 득점이 11.01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대호를 중심으로 아롬 바디리스와 이토이 요시오, 비니 로티노까지 오릭스의 중심타선이 살아나면서 오릭스 역시 9대 2 대승을 거두며 6연승을 행진을 달리고 있다. 4위인 소프트뱅크(18승 21패)와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 3리 뒤진 5위를 차지하며 중위권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양키스 스카우트
5일간 경기 주시


이대호는 지난해 최하위 팀의 빈약한 타선에도 불구하고 타점왕에 오르는 등 일본무대서 실력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오릭스와 맺은 2년 계약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이에 시즌 초반부터 여러 구단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25일 고배 호토모토필드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 릭 윌리엄스가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라쿠텐의 다나카 마사히로 외에는 특별한 이적 대상자가 없었음에도 5일간 경기를 면밀히 주시했다는 것. “메이저리그는 같은 스카우트가 쭉 보는 게 아니라 처음보는 사람에게 신선한 감각으로 판단을 시킨다”면서 “다르빗슈 유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갈 때도 그랬다. 그만큼 양키스가 진지하다는 증거”라고 오릭스 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양키스는 이미 마쓰이 히데키(은퇴)를 통해 일본 리그 최고 타자의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이치로 스즈키도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는 등 동양인 타자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키스 주전 1루수인 마크 텍세이라의 기량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명타자인 트레비스 헤프너도 6홈런 18타점의 깜짝 활약을 하고 있으나 37세라는 많은 나이에게 잦은 부상을 겪고 있다.

또 부상 중인 텍세이라를 대신해 1루수를 맡고 있는 라일 오버베이 역시 36세 노장이여서 선수단의 고령화가 진행된 양키스에는 젊은 피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양키스의 관심은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한 이토이일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해 활약상과 올해 성적을 비교하면 이대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요리우리 자이언츠가 이대호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는 이미 이승엽(삼성)의 영입효과를 제대로 경험했고 올 시즌 종료 후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이대호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단이다. 이대호는 2011년 2년간 6억6000만 엔(약 86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일본야구계는 이대호가 올 시즌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몸값이 4년 20억 엔(약 218억 원) 이상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용병 타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요미우리가 한국 선수들을 포함한 최고의 선수들에게 늘 공격적인 만큼 이대호 영입시도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오릭스 역시 이대호와 재계약을 맺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오릭스 측은 “내년 메인스폰서 ‘오릭스’의 창립 50주년이다. 우승을 위해서 이대호를 반드시 잔류 시키는 방향으로 구단 최고위층에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쪽에서는 당연하다. 반드시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이제 이대호가 없는 오릭스는 상상할 수도 없다. 내년에도 꼭 함께 하고 싶다”면서 “사장님의 의지도 분명하고 시즌이 끝나기 전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요리우리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돈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며 “우리 역시 스폰서의 규모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릭스 버펄로스의 메인스포서인 ‘오릭스’는 금융기업으로서 일본 내에서 비행기·파친코·건물 등을 대여해주는 리스(대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내 리스업체 중 1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룹 규모에 비해서 야구단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해부터 전력 보강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년차 징크스
우려에도 쾌청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든 이대호는 전문가들이 우려한 ‘2년차 징크스’를 무색케 할 만큼 시원하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최고수준의 경기력을 보였기에 상대팀들이 이대호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는 상대가 자신을 알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자신이 상대를 파악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출국 직전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조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자신한다”며 지난 시즌 일본 무대에 대한 적응은 완벽하게 마쳤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일본 야구에 대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것으로 더욱 완숙한 경기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대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된다. 현 상황을 놓고 볼 때 한국 복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또 오릭스에 남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기에 지난 3월에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준비 중에 “나도 FA”라고 말한 것처럼 더 큰 무대에서 빅보이 이대호의 진가를 드러내길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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