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시나리오 “정·재계 수사 하나로 꿴다”
검찰 수사 시나리오 “정·재계 수사 하나로 꿴다”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05-06 13:48
  • 승인 2013.05.06 13:48
  • 호수 992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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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유착형 대형사건 사정 칼날…기업에 잔인한 5월 될 것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검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칼날이 4대강사업에 대한 전방위 추적,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의혹 수사, 신한은행 사건 재수사,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구속 연장 등 MB정권 비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향후 핵심수사가 대부분 기업수사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실추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중요수사는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향후 MB정권 4대강 수사, 지하자금 수사, 정치권 비자금 수사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권력핵심과 기업인들의 숨통을 옥죄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궁극적으로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조사가 예정된 사안은 대부분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과 국세청 주변에서는 해외비자금 조사 대상에 이 전 대통령 측과 관련된 부분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근 2007년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BBK 사건과 도곡동 땅 문제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MB맨’들의 잇따른 공직 사퇴와 교체,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은 이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들 사안 속에는 집권 여당 핵심인물들이 포함돼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두 전ㆍ현직 대통령의 문제를 넘어 국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뀌면 전임 대통령이 임기 내 존안자료, 통치자금 등 국가운영의 기본사항을 후임 대통령에게 인수인계 하는 전례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칼을 겨눈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이야기다.
검찰은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고 특별수사본부 형태로 3개 아이템을 정했다. 우선 4대강 담합 및 비자금 수사와 더불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경희대 등 대학병원 리베이트 의혹 수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기로 하고 그 외 사건은 상황에 따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인사 정부 의중 담겨

검찰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여환섭(전 대검 중수1과장)을, 특수2부장에 윤대진 전 중수2과장, 특수3과장에는 박찬호 전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을 발령했다. 법무부는 공안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이진한(사법연수원 21기) 대검 공안기획관을, 주요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에는 박정식(20기) 서울북부지검 차장을 발령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 구축, 법치질서 회복이라는 국정철학이 반영된 수사라인을 포진했다고 밝혔다. 이번 핵심라인에 전진배치한 인사들 면면을 살펴보면 향후 검찰의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박정식 중앙지검 3차장은 대형비리수사통으로 과거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다. 여환섭 특수1부장은 함바비리 강희락 전 청장 구속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구속한 적 있다.
윤대진 특수2부장은 저축은행 수사를 통해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하고 정두언 전 의원과 박지원 의원을 기소했다.
이밖에 김영종 대검범죄정보기회관은 노무현과 대화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강남일 금융조사1부장은 첨단금융범죄수사 전문가로 알려졌고 이원곤 금조2부장 김승현 수사를 지휘했다.
이동열 대검수사기획관은 현대차 비자금과 박연차게이트를 수사한 경력이 있다.
특수통인 이두봉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은 검찰 내부에서 특수수사와 관련해 정통한 실력파로 통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여러 정치적 이해 때문에 용두사미형으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을 가려왔지만 앞으로는 정치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사이동에서 오세인 대검 기조실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간 것도 그런 의도를 반영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오 실장의 임무는 검찰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굵직한 정보를 모아 배분하는 임무라고 한다.
검찰은 일단 조직정비가 완료되면 기업 공직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정에 돌입할 방침이다.

원세훈 관련 의혹 뇌관

검찰은 전 정권 수사와 관련, 국가정보원 수사가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파헤칠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만에 하나 원 전 원장 비리, 나아가 이 전 대통령과의 커넥션 여부가 확인된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검찰 수사는 국정원이 아니라 원 전 원장을 겨누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내고 국정원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최장기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MB의 오른팔’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그만큼 서로 정권의 비밀을 철저히 공유했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결국 검찰의 칼은 원 전 원장을 관통해 이 전 대통령을 조준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내부 문건인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과 관련 된 각종 고발사건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어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국정원 댓글녀’ 사건은 최근까지 국정원의 일부 직원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IP주소가 쓰였다는 소문도 있어 결국 검찰이 국정원 내 MB인맥을 조사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또 원 전 원장이 UAE 원전 5~8호기(2013년말 혹은 2014년초 입찰 예정) 사업 등 해외 국책사업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민주당과 검찰에 제보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일부에선 만일 원 전 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면 국가적 사업인 만큼 이 전 대통령도 알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정범위 안에 든 기업

검찰은 기업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기업을 살펴보면 신세계, 현대차그룹, 현대건설을 비롯한 삼성계열사, 포스코건설, KT, 한라건설 등이다. 특히 그 발단으로 서미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용산사태로 출발부터 박근혜 정부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코레일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창영 사장을 노린 기획형수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밝히는데 전력을 쏟고 있고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다른 사정기관이 이미 상당부분 조사를 진행시킨 상태여서 검찰은 4대강에 주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좀 다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가장 큰 논란이 4대강인 만큼 검찰이 일정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안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건설사를 상대로 한 수사는 우선적으로 4대강 수사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담합과 관련해 1차 턴키수사는 부담스런 상황인데 이는 업체들 의지보다는 윗선의 지시에 의한 행위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는 이 경우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초기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렸던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 건설사들이 돈 안 된다고 사업초기부터 MB정부랑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차 공사에 참여한 다수의 하청사들이 결국 다수가 부도나거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는 매우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했음을 보여준다. 현대건설 6공구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거의 모든 하청사들이 줄줄히 부도나거나 폐업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4대강 2차 턴키공사(시공업체가 설계까지 맡아 처리하는 방식) 입찰에 참여한 건설회사 5곳을 현장 조사했다. 공정위가 2차 턴키입찰 과정을 조사한 것은 4대강 사업 입찰과정 전체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은 더 나아가 지난달 4대강 입찰 담합조사가 부실하다며 공정위에 대한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사정기관의 조사가 본격화 되면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거액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다거나 MB정부의 실세에게 로비 자금이 전해졌다는 말이 돌면서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차 턴키에서 검찰은 수사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차 턴키는 초기 보상차원에서 예산을 다소 넉넉하게 발주했기 때문에 여기에 여러 비리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단 다른 기관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검찰은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참고로 보강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협력업체에 부당하게 돈을 주지 않고 뒷돈을 챙긴 업체에 대해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서미갤러리 정재계 강타조짐


기업들은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긴장한 기색이다.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서미갤러리 수사다. 재계는 올 초부터 모든 채널을 동원해 홍 대표 검찰 수사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미갤러리 수사에 재계가 정보망을 총동원하는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유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의 기업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미술품 거래 의혹에 서미갤러리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삼성 특검수사(2008년)를 비롯해 오리온그룹 비리 수사(2010년), 솔로몬·미래저축은행 수사(2012년) 때 서미와 그림을 거래한 사실이 줄줄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수사에서도 특정 기업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현재 서미갤러리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가 맡고 있는데, 서울지방국세청이 작년 9월부터 약 4개월간 서미갤러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벌인 뒤 20여억원의 법인세 포탈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수사다.
서미갤러리 수사에 벌써부터 일부 기업이 거론되고 있는데 S기업, D기업, G기업, H기업 등에 대한 여러 소문이 떠돌고 있다. 특정 시기에 유행처럼 그림을 사고판 재벌들 리스트에서 나온 것이어서 몇몇 기업이 곤혹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은 대기업들의 고가 미술품 매입 규모가 정상적인 거래만 1조원 규모이며 세무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암거래 시장까지 합칠 경우 3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조사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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