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주지 “봉사하러 온 줄 알았다…임금 계약 모르는 일”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박근령 전 이사장은 결국 사기꾼에 놀아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일요서울]과 만난 주모씨는 “박 전 이사장이 참석한 행사와 관련해 사기사건이 벌어졌다”며 억울한 사연을 공개했다. 지난 대선 전후로 한 유명한 사찰주지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제사를 진행했고, 이때 행사요원으로 채용된 주씨는 “사찰주지가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을 철저히 이용했다. 내 임금도 빨리 지불하라”며 사찰주지를 검찰에 고소했다. 주씨는 어떤 이유로 대통령의 동생인 박 전 이사장이 사찰주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경북 문경의 D정사를 운영했던 사찰주지는 지난 대선 전후인 2012년 10월 8일부터 12월 5일 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때아닌 49제 및 천도제를 지냈다. 주씨는 드라마 엑스트라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아역배우 출신 Y씨로부터 행사 경호원으로 일해 줄 것을 제의받았다. Y씨는 A단체 사무장으로 사찰주지와 가까운 사이다.
박근혜·유정복 화환 보내
주씨는 “경호요원으로 일당 8만 원을 제의받고 일을 시작했다”며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영정사진을 가져갈 수 있으니 영정사진을 보호해야 된다는 게 경호의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막상 가보니 경호보다는 나무를 베어 불을 지피는 등 머슴처럼 생활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사찰주지가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 마찰이 생겼다. 행사요원, 경호원들은 수십 차례 임금을 달라고 사찰주지에게 항의했지만 경호원으로 일했던 일부 사람들에게만 20만 원부터 170만 원 등을 지불했고, 행사요원으로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단 한 푼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한다. 임금을 받지 못한 행사요원들은 사찰주지에게 수차례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임금 지불 기한을 연장했다.
주씨에 따르면 사찰주지는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 불교본부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는 임명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지불하겠다”, “직장을 마련해주겠다”는 등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박 대통령이 승리하면 박 전 대통령의 사촌동생 박준홍씨가 자신에게 1억 5천만 원을 주기로 했고, 그 돈으로 인건비를 주겠다고 약속해왔다.
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사찰주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주씨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화환과 유정복 의원의 화환이 왔다”며 “여기에다 박근령 전 이사장과 박근혜 대통령 사촌동생 박준홍씨가 참석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사찰주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이사장 등이 참석한 것은 그와 친분이 있는 A스님의 주선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금 문제에 대한 논란은 박 전 이사장과 박씨의 참석으로 일단락됐고, 뒤이어 1000일 기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8월 D정사가 경매에 넘어갔고, 종교행사를 하면 강제퇴거 조치를 못한다는 점을 사찰주지가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임금을 지금까지 지불하지 않아 검찰에 고소했다는 게 주씨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주씨는 “D정사 일대 인근 주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며 “과일가게, 떡값, 고기값 등을 모두 외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다. A스님도 사찰주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49제 및 천도제 행사에 도움을 받은 A스님은 개인 부채가 있었다고 한다. A스님은 “행사를 도와주면 2천만 원 부채를 갚아주겠다고 사찰주지가 말해 행사를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찰주지는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일부분의 부채만 갚았다는 게 A스님의 전언.
A스님은 “개인 부채 등을 청산하기 위해 행사를 개최했고, 계획대로 불전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이사장 등 박 전 대통령 친인척들은 사찰주지로부터 철저하게 이용당했다”며 “결국 이러한 사건에 이들 인사가 거론됐다는 자체만으로 피해가 막심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찰주지는 “주씨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검찰에 가서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임금 지불 문제는 나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A스님 부채의 경우 행사가 잘 되면 갚아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부채를 갚아주겠다는 형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Y씨가 행사를 하는 데 있어 일손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사람들을 데려왔고, 봉사 목적으로 온 줄 알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임금 얘기가 나왔다. 한 차례 돈을 주지 못했을 때 Y씨가 이들 모두 생활환경이 좋으니 임금을 빨리 안줘도 된다는 말을 믿었다. 이게 큰 화근이 됐다”며 “Y씨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모두 갚으라고 말할 수 없어 내가 챙겨주는 것이다. 행사를 하고 불전이 들어오면 갚으려 했으나 오히려 손해만 봐 돈을 갚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직장을 마련해 주겠다는 등에 대한 주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고 돈을 주겠다고 Y씨에 말한 적은 있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했다. 박 전 이사장 등의 얘기는 꺼낼 이유도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는 박 전 이사장과 사촌동생 박씨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 참석한 동기 및 과정 등에 대한 얘기를 들으려 했지만,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 어떠한 설명이나 해명도 없었다. 결국 49제 및 추도제로 인한 사기 사건의 진실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사찰주지와 주씨 등의 피해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곧바로 진상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