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 수행 경제사절단 역대 최대 규모
박 대통령과 재계 첫 만남…서로에 대한 앙금 풀까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 달 미국 방문을 수행할 경제사절단에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할 것으로 알려져 그 규모와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까지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함께 하는 수행단과 사절단의 규모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역대 정부 때와는 달리 경제 사절단 규모가 최대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올해가 한미수교 60주년을 맞은 정상회담이고, 재계맏형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동참 소식이 일찍이 알려지면서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재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를 포함한 최고경영자(CEO)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 수장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서도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계 인사와 중견·중소기업 대표, 업종별 대표 등도 사절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 기업인들의 동행여부도 조심스레 관측된다.
이명박 정부 때 경제 사절단에 참석하지 않았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포함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이름도 재계 일각에서 거론됐다.
이미 재계주변에선 대기업 경영자 위주로 20~30명 선에서 꾸려졌던 이명박 정부 등 과거에 비해 규모나 구성 면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방문 이후 처음이라는 점도 이번 방미사절단의 규모와 역할이 클 것이란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이번 순방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 외교활동인 데다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게 평가받고 있다. 박 대통령과 재계의 첫 만남이라는 것도 주목된다.
사절단 포함 여부 朴정부 신뢰와 직결
역대 정부는 출범 후 1∼2달 안에 30대그룹 등의 총수들과 대통령이 관례로 만났으나 이번 정부 들어서는 아직 없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국인 투자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지만 국내 대기업 인사들과의 공식적인 접촉은 하지 않았다.
이 탓에 재계와 대통령과의 거리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임상혁 전경련 홍보실장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을 옥죄는 법안 등이 쏟아지면서 대통령과 재계와의 만남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며 “이번 방미 행사 때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방미 사절단에 포함되느냐, 포함되지 않느냐를 놓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곧바로 해당 인사에 대한 새 정부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금융권에선 이번 방미 사절단에 전·현 정부 금융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금융권발 세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이른바 ‘MB맨’들로 분류되는 금융권 인사가 이번 방미 사절단 구성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 두 사람은 여전히 MB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MB정부 때(2011년 10월) 방미단에 포함된 바 있다. 당시 일부 금융회사는 자신의 회장이 대통령 수행단 일원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어 회장과 이 회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 등과 함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릴 만큼 막강 실세였다. 그러나 불과 2년6개월여 만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어 회장과 이 회장은 새 정부의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김 전 회장과 강 전 회장은 일찌감치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미 경제사절단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미국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정부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내달 7일을 전후로 워싱턴에서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환영 행사에 박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교류할 계획이다.
경제사절단 어떤 역할하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경제사절단 구성의 의미에 대해 “북한발 위기와 불안에 따른 셀코리아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경제계의 대표선수들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것이 우리 국가의 IR(투자설명활동)이고 우리 경제의 IR”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