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지난 1일 발표됐다. 공식 명칭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 대책’. 공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정책의 초점은 서민에게 맞춰져 있다. 기존 주택 양도세 면제는 물론, 생애 첫 주택 구입자는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3단계까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눈길이 가는 정책이 많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이번 정책에서 꼭 알아둬야 할 정책은 무엇이며,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양도소득세 면제, 감면금액 20%는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취득세 전액 면제…오피스텔 제외
하우스푸어 대책 6억 원·85㎡ 이하 1주택자,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렌트푸어 대책 집주인이 주택 담보 대출 대신 받고 세입자는 이자만
# 결혼을 앞둔 이모(35)씨는 이번 부동산 정책이 통과되면, 아파트 매매를 서두르기로 결정했다.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 원 이하인 가구에서 올해 6억 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을 생애 처음으로 구입하게 되면 취득세가 면제된다는 말에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82.5㎡(25평)의 아파트를 4억 원 정도 생각하고 있었던 이씨는 이번 정책을 통해 취득세와 지방교육세를 합한 44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 퇴임을 앞둔 회사원 박모(55)씨는 2008년 은행에서 2억 원을 빌려 82.5㎡(25평) 아파트를 4억 원에 구입했다. 이 때문에 매달 나가는 이자만 90만 원. 하지만 그새 집값은 3억 원대 초반으로 떨어져 팔아야 할지, 이자를 계속 내야할 지 고민에 빠져 있다. 일단 집을 내놓긴 했지만 집을 보러오는 사람도 없어 고민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정책의 하우스푸어 구제로 인해 박씨는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 리츠(부동산 전문회사)에 집을 판 뒤, 5년 간 현재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리츠에 집을 3억 원에 팔면 빚을 갚고 1억 원이 남는다. 월세는 이자보다 저렴한 50~60만 원 선. 5년 뒤에는 집을 되살 수 있는 우선권도 가지게 된다.
이씨와 박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세제 혜택을 통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있다. 거래에 따르는 비용을 크게 줄여 자유롭게 부동산을 사고파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서 눈길을 끄는 정책은 크게 5가지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전용면적 85㎡ 이하, 9억 원 이하 주택 양도세 면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미혼모 포함)에 대한 올해 말 시한 취득세 면제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각종 규제 지속적으로 폐지할 방침 ▲하우스푸어·렌트푸어를 위한 각종 대책 마련 ▲15년 이상 된 아파트의 수직 중축 리모델링 허용 등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문제제기는 물론, 서민 대책이 아닌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꼭 알아야 할 이번 정책의 핵심과 실효성 문제점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5년 시세차익 양도세 면제
-양도소득세 면제 조건은.
▲ 전용면적 85㎡ 이하, 9억 원 이하 미분양 주택이나 새로 짓는 주택을 산다면 5년간 발생한 시세 차익에 대해선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특히 기존 주택을 살 경우 집주인이 다주택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집을 파는 사람이 1가구 1주택에 해당된다면 양도세면제가 되지만, 다주택자인 경우 양도세를 면제 받을 수 없다. 집을 사는 사람이 다주택자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올해 안에 집을 샀다가 5년을 넘겨서 집을 되팔게 된다면 최초 5년의 시세 차익에 대해선 양도세가 면제되고, 그 이후 기간에 대해선 과세된다.
-면제 조건만 맞으면 정말 세금을 안 내도 되는가.
▲ 그렇지 않다. 양도세가 100% 면제되는 건 사실이지만, 양도세(감면되는 금액)의 20%는 농어촌특별세 명목으로 내야 한다.
-언제부터 적용되나.
▲ 정부는 8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가능한 빨리 법안이 통과되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중에도 시행될 전망이다.
-불거진 문제점은.
▲ 정부 방침에 따르면 시세가 8억 원이 훌쩍 넘고 전용면적이 84㎡짜리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된다. 반면 105㎡인 3억~4억 원인 인천 학익동의 풍림아파트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풍림아파트의 값이 9억 원에 훨씬 미치지 못함에도 면적이 조금 넓다는 이유로 양도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강남 지역을 뺀 대부분의 지역 사정이 이와 같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서울 강남의 소형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로 첫 내집 마련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기준은.
▲ 부부합산 소득 또는 개인 소득이 6000만 원 이하인 가구에서 올해 안에 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하면 취득세가 면제된다.
또한 한 가구를 기준으로 주민등록 서류상에 포함된 가구원이 주택을 보유한 경력이 없어야 한다. 예전에 부부 한 쪽 명의로 집을 샀다가 팔았거나, 부모가 집을 보유한 상태에서 같은 가구원으로 등록된 자녀가 집을 구입하는 경우 기준에서 제외된다. 부부의 경우는 가구를 분리해서 살고 있더라도 한 가구로 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집을 보유한 경우 기준에서 제외되며, 이혼한 배우자의 주택 보유 여부는 상관없다. 다만 35세 이상이어야 하며 양도소득세와 달리 따로 내야 할 세금은 없다.
-주택기금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설 때, 주택기금이 지원하는 금리는 얼마인가. 또한 대출한도와 상환 방식은.
▲ 금리는 연 3.5%다. 60㎡ 이하, 3억 원 이하 주택은 연 3.3% 금리를 적용한다. 대출 한도는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하며, 거치기간 1~3년을 보낸 후 30년 동안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완화된다던데.
▲ LTV는 70%까지 완화돼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TI는 종전 50~60%에서 은행권 자율로 정하게 돼 사실상 제한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주택기금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금리 혜택이 가능한가.
▲ 근로자·서민 주택자금은 제도 시행일부터 종전 4.3%에서 4.0%로 낮아지며, 전세자금은 3.7%에서 3.5%로 낮아진다. 새 제도는 4월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불거진 문제점은.
▲ 일각에서는 젊은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마련함으로써, 결국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각종 규제 완화로 인해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끌어다 집을 매매하고 난 뒤, 매달 1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원금과 이자를 과연 젊은이들이 짊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6억 원의 집을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구입할 경우, 매달 300만 원씩 이자와 원금을 내야한다”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로 취득세가 면제되고 대출 규제가 완화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오피스텔도 취득세 면제가 가능한가.
▲ 오피스텔은 해당되지 않는다. 오피스텔은 주택 법상에 명시된 주택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렌트푸어 구제
-하우스푸어 대상자 조건은
▲ 6억 원 이하인 85㎡ 이하 1주택자이고,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대출금 2억 원 이하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
-만약 사례에서의 박씨가 집을 팔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 주택 담보대출금 연체 상태에 따라 3가지 해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3개월 이내 단기연체자의 경우 금융회사나 신용회복위원회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해 대출금 만기 연장이나 이자 감면을 받을 수 있다.
3개월 이상 연체자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출자의 거래 은행에서 대출채권을 매입한 뒤 장기 분할상환 등 좋은 조건으로 채무 조정을 해준다. 하지만 캠코의 부실 채권 매입 자금이 1000억 원이라 대상자가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연체가 없는 경우라면 주택금융공사가 대출 채권을 매입해 최장 10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기 때문에 이자만 내면 된다.
-50대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 마련은.
▲ 박씨는 50대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 마련에도 해당될 수 있다. 정부는 박씨처럼 재산이 집 한 채인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주택연금의 지급 조건과 대상을 넓히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주택연금의 가입 대상 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낮추고, 주택연금 평가 금액 전부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제도가 바뀌게 된다면 박씨는 본인 소유 주택의 가치를 주택금융공사에서 평가받아 2억 원의 빚을 갚고 나머지를 연금으로 돌려 생활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주택연금은 그동안 집을 담보로 노후 생활비를 지원하고자 정부에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50대 하우스푸어에게 목돈을 줘, 빚 부담을 덜어주는 게 목표다.
“시장 관행 제대로 반영 안 돼”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전세 세입자를 위한 대책은.
▲ 집주인에게 주택 담보대출(수도권 5000만 원, 지방 3000만 원 한도)을 받으라고 한 뒤, 그 이자를 대신 갚는 조건으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정부는 집주인들의 대출을 유인하기 위해 이자 납입액 40% 소득공제, 전세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양도세 중과 제외,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집주인이 이런 방식을 선택하길 꺼린다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반환청구권)를 전세금을 대출해주는 금융회사에 넘겨주고 대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이 있다. 연체가 되면 금융회사는 집주인에게 직접 전세보증금을 넘겨받아 대출금을 떼이지 않게 된다.
-불거진 문제점은.
▲ 정작 채권자인 금융권에서는 반응이 싸늘하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금융시장 관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책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리츠에 집을 매각하고 이를 5년간 임차해서 살다가 다시 매입하는 제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저금리 기조가 고착된 상황에서 대출이자와 월세 사용료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신탁한 후 임차하는 제도 등이 있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주택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 집을 매각하기 보다는 10만~20만 원 더 이자 내는 것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차 기간인 5년 안에 오르내리는 집값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도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렌트푸어를 위한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를 이용할 주요 대상 대부분이 저신용 세입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면서 신용도 낮은 세입자에게 이자를 내도록 맡겨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제공하는 소득세 비과세나 소득공제 혜택도 임대인에게 그리 끌리지 않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을 소득 신고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전세보증금 대출분에 대해 소득세 비과세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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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