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출발부터 난항 왜?
CJ대한통운, 출발부터 난항 왜?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4-01 13:08
  • 승인 2013.04.01 13:08
  • 호수 987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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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수수료 인하, 불씨는 남았다

[일요서울│박수진 기자]CJ대한통운과 CJ GLS가 본격적인 시스템 통합에 들어가기 앞서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광주지역 택배 노동자가 기사 수수료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 하지만 CJ 측은 두 회사의 통합으로 인해 물류량이 늘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보다 수익은 증가할 것이라며, CJ대한통운 측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기사 수수료 인하에 대해 유독 광주지역에서만 반발해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택배 기사들  “구역 줄고, 물류량은 소폭 증가…수익이 늘 수 없다”
사측  “택배 기사들의 영업 환경에 신경 썼다. 일해보고 말해 달라”

2011년 말 대한통운을 인수한 CJ GLS는 지난 1월 7일 CJ 대한통운과의 합병 계획을 밝혔다. 두 기업은 CJ 물류 계열사로 통합 시 자산규모는 약 5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들의 합병 소식에 업계에서는 물류계의 공룡이 등장했다면서 향후 물류사업 성장은 물론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통합을 앞두고 CJ대한통운 광주택배 노동자 150여명이 ‘CJ 대한통운 택배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 수수료 인하 반대와 함께 패널티제 폐지를 촉구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한 순간에 무색해 졌다.

비대위는 지난달 23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 광주시 남구 송하동 대한통운 광주 물류센터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사측이 4월부터 택배 수수료를 기존 920원에서 820원으로 100원 인하하겠다고 밝혔다”며 “택배노동자들에게 수수료는 생존과 직결되는 목숨이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수수료 인하를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기사들의 일일 배송물량은 200~350건으로 수수료가 인하되면 월 40~70만 원 가량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보통 택배 기사의 경우 하루에 150~300개, 한 달이면 3000~4000개를 배달한다. 한 달 수익은 300~400만 원 선. 하지만 택배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인 만큼 본인 부담으로 유류비, 지입료, 통신비, 차량 유지비로 100만 원가량이 들어가고, 여기에 고객 불만족으로 인한 패널티와 수수료 인하로 인한 금액까지 차감한다면 결국 손에 쥐게 되는 월급은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9시 퇴근, 토요일 근무가 오후 5시 까지인 노동시간을 감안한다면 노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월급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비대위 측은 통합으로 인한 물류량 증가도 소폭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CJ 대한통운으로 모든 물류량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두 기업이 합치다 보니 물류량이 늘어난 만큼 기사도 늘었기 때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평소 100개 정도의 택배를 배달했다고 하면, 이번 통합으로 인해 늘어난 물류량은 고작 120개 정도”라며 “여기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다면, 늘어도 늘어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 측은 통합 과정에서 CJ 측의 협박 과정도 문제 삼았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CJ 본사 직원들이 전국 영업소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업장을 포기하던가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받아들이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택배로 밥벌이를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둘 수 있겠느냐”면서 “어쩔 수 없이 수수료 인하를 택하게 된 영업장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해 수수료 인하 결정 폐지 주장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사측과 노동자, 이해관계 얽혀

그러나 CJ대한통운 사측은 비대위 측의 주장과 달리 통합으로 인해 배송 밀집도가 늘어나 택배기사들의 수익성은 최대 40% 이상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통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택배기사들의 업무 환경.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지난 17일 양사의 메인 허브 터미널 기능을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로 통합하기로 했으며, 최근 이 터미널의 확대 증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택배 물량의 60%가량이 움직이는 수도권 지역에 로컬 허브터미널(최신 자동화물 분류기)을 설치, 운영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기존 하루 250만 상자였던 택배화물 분류량을 300만 상자 이상으로 20% 이상 증가시킬 수 있어 올해 연간 취급 물량만 5억5000만 상자를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2배가 넘는 지역별 거점 운영으로 네트워크가 더욱 촘촘해져, 터미널에서 배송까지의 이동거리가 줄고 배송 밀집도도 크게 늘어나 배달 생산성은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이동거리 단축은 유류비 절감으로 이어져 택배기사의 수익성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번 시스템 통합으로 기사분들이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비대위 측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체계가 달랐던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진 만큼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도입됐다. 이로 인해 일부 수수료가 올라가는 지역, 동일한 지역, 내려가는 지역이 생겼다”며 “광주 지역의 경우 회사가 계속 조율을 할 것으로 서로 합리적인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와 달리 다른 택배기사 분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라며 “광주 측에서도 일단 시행을 해보고 문제를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논쟁에 일각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유독 광주 지역에서만 반발하는 데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광주 비대위 측의 논리라면 타 지역에서의 반발도 잇달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광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의 경우 수도권과 달리 택배 배달 지역 거점이 멀어 수도권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수수료 체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m 반경 안에 수도권의 경우 밀집도가 높아서 50개의 택배를 배달할 수 있다면, 광주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밀집도가 낮아 10개 정도밖에 배달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광주 택배 수수료가 920원인 반면 수도권 택배의 경우 850원 선이다. 만약 820원으로 통합된다면, 30원 가량 떨어지는 수도권과 달리 100원 가까이 인하되는 광주가 수도권에 비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한 택배기사는 “광주 측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현재 850원인 우리 역시 820원으로 내려갈 경우, 손해가 상당하다. 여기에 영업장에 떼는 수수료까지 더한다면 솔직히 수중에 쥐어지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의 말대로 업무 환경은 좋아졌으나, 그렇다고 물류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까지 생각하면 과연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1일부터 시행된 후 지켜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는 “과거 3000원 이하는 최저 920원, 3000원 이상은 1050원까지 받았다”면서 “택배비가 인하된 이후, 오르기는커녕 더욱 낮아지고 있어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택배 전문가들은 “현장 배송근로자들의 수수료가 적어도 1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 택배서비스 현장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이다. 택배 본사 몫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현장 근로자들의 몫을 키워야 더 나은 서비스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며 “무조건 사측에서 밀어붙였다가는 택배기사들의 보이콧 사태가 일어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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