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여전’ 박근혜, ‘박정희 벤치마킹’
‘부전여전’ 박근혜, ‘박정희 벤치마킹’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02-13 10:23
  • 승인 2013.02.13 10:23
  • 호수 98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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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드리자”던 朴, 박정희 부활노린다

▲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정대웅 기자>
선·후 친박 朴 팔아 ‘호가호위’…朴 “빚진 게 없다”
친박 ‘공신인물’ 추천하자 朴“이럴려고 도우셨어요?”
박정희 공주시절 접촉 비선 인사에 ‘믿음’과 ‘신뢰’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최근 삼청동과 여의도 주변에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박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박정희 벤치마킹’은 대선 승리 후엔 박 당선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부산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박 당선인을 규정하는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을 알려면 먼저 박 전 대통령을 알아야 된다”고 말한다.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보면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고위당직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박정희 측근과 2세들을 기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인수위에서 ‘박정희’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과 여의도 출신 측근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박 당선인은 ‘박정희 벤치마킹’을 통해 ‘박근혜 정부’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요즘 삼청동 안팎에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많은 말들이 터져나온다. 깜깜이, 철통보안, 밀봉 인사 등의 수식어는 기본으로 따라붙는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최근엔‘밀봉 인사도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어떤 깜짝 인사를 기용할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근혜 인사스타일
박정희 ‘판박이’

하지만 여권 일부에선 “그야말로 ‘부전여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인사스타일을 쏙 빼닮았다"고 평한다. 최근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벤칭마킹하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일요서울]과 만난 새누리당 고위당직자는 박 당선인이 ‘박정희 벤치마킹'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당선인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만난 사람에 대한 인상부터 화법, 술버릇까지 본인이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메모해 놓는다. 직접만난 사람들을 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항상 메모를 하고 그 사람의 역사를 기록했다. 이러한 점을 빼닮았다. 특히 인수위에 들어간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박정희 키즈’들이 대거 인선됐다.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인선된 것을 봤을 때 박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박정희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다.”

정치권은 선거가 끝난 이후 ‘박정희 2기 정권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일부에선 ‘박정희 정권 부활’이라고 한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아버지를 놓아드리자”고 했지만 대선 후 발언과 밀봉인사, 철통보안, 인수위에서 ‘박정희’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박정희 벤치마킹’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전날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겠다”고도 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박근혜 정부’를 ‘박정희 정부’라고 말실수를 하는 곤혹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비록 말실수라고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박 당선인이 ‘박정희 벤치마킹’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도 품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 등등을 봤을 때도 청와대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 역시 “아버지의 통치스타일을 쏙 빼닮은 것”이라는 일관된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박 당선인을 잘 아는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닮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항상 사람에 대해 메모를 하며, 인상에서부터 손버릇, 술버릇, 말투 등을 기록하고, 검증 과정도 철저히 비밀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일부 기관장을 임명할 때 평소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맡아달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전화 받은 당사자, 검증팀 이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인선과정에서 어떤 것도 새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박 당선인 역시 “퍼스트레이디 시절 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사람 쓰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사석에 말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쏙 빼닮았다. 밀봉인사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류는 변하지 않는 것.

실제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새 정부 주요 인선에 관한 ‘1차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사 범위와 대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또 인수위원들을 발탁할 때 수첩을 참고했고, 김 전 후보는 박 당선인과 독대한 자리에서 총리직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박 당선인이 박정희 인사스타일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찍히면 죽는다
친박 ‘전전긍긍’

박 전 대통령의 성격은 어땠을까. 이석재 전 장관의 저서 ‘각하 우리 혁명합시다’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자기 의견에 반대하거나 분에 넘치는 요구를 하면, 그 사람을 상당히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자신에 대한 도전은 절대 용납하지 않고, 한 번 수가 틀리면 감정이 상당히 오래간다."

박 당선인도 이같은 면이 있다. 친박계 인사들은 박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의 성격을 닮았다는 점에서 ‘당선 지분’을 대놓고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 인선과 첫 조각을 두고 새누리당 안팎이 박 당선인으로부터 연락오기만을 기다리는 이유다. 섭섭해도 말을 할 수가 없고, 누군가 섭섭하다고 했다간 바로 눈 밖에 난다.

실제 박 당선인이 대선 정국에서 정치 쇄신 카드로 ‘의원 겸직 금지’하기로 했다. 청와대 입성을 노렸던 지역구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 후 청와대 입성’을 해야된다. 지역구 의원들로서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대놓고 표출 못하고 있다. 잘못 했다가는 눈밖에 날 수 있고, 박 당선인으로 영원히 찍힐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속으로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A의원이 ‘당선 지분’을 대놓고 요구했다가 박 당선인으로부터 혼쭐이 났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이럴려고 저를 도우셨어요?”라고 크게 노하며 면박을 줬다는 게 주된 골자다. 일각에선 해당 의원이 박 당선인과 영원히 멀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에는 박 당선인이 친박 인사들에게 빚진 것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친박 인사들은 박 당선인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 해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총선에서 친박 인사들이 대거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박근혜 파워’로 인해 여의도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나 덕분에 당선된 만큼 이번에는 그들이 나를 위해 희생돼야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신뢰’하고 ‘믿는’ 사람은 누구일까. 현재까지 박 당선인 본인과 극소수의 인사만 인선에 참여해 인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선팀 등에서 추천이 들어오면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평을 듣는다. 인선에 참여하는 극소수의 인사들만이 박 당선인이 신뢰하고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사람들을 봤을 때 공통점이 있다. 또 일부 인사들은 일종의 ‘교집합’이 형성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퍼스트레이디 시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있다.

朴으로 신뢰 믿음
받는 인사는 누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삼성동팀 핵심인사인 최태민 목사 사위 정윤회씨다. 그는 1990년대 중후반 얀슨 제과점과 ‘풍운’이라는 일식당을 운영했고, 1998년 박 당선인이 정치에 입문할 때 함께 활동했다. 특히 그는 박 당선인의 ‘막후 실세’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정씨는 2004년까지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등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고리 실세’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박 후보 보좌진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인선에 대해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문고리 3인방은 심부름 역할을 할 뿐 실질적으로 정씨가 인선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 당선인의 ‘막후 실세’로 통한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정씨가 최태민 사위인 줄은 몰랐다”고 말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정씨가 퍼스트레이디 시절 박 당선인과 가깝게 지냈던 최태민 목사의 사위라는 점이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 후 박 당선인은 정씨의 장인어른인 최 목사를 가까이했다. 졸지에 어머니를 잃은 박 당선인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존재였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박 당선인이 가깝게 지냈던 최태민 목사, 그리고 ‘박근혜 막후 실세’로 지목된 최태민 사위 정씨로 이어지는 일치성은 우연으로 보기엔 지나친 감이 있다.

두 번째는 7인회 멤버인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이다. 박 당선인이 직접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수석을 거쳐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늘 박 당선인  곁에 있었다. 박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이 회동을 했을 때 가장 먼저 김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자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말 비대위 체제에선 박 당선인의 고문 역할로 소개됐고, 박 당선인이 지금도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삼청동 안팎에서는 여전히 김 전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릴 뿐 아니라 ‘막후실세’라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동서지간이기도 하다.

최외출 영남대 교수의 이름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새마을 장학생 1기로 영남대 입학했고, 박 당선인을 대학시절 알게 됐다. 박 당선인의 오늘을 있게 한 ‘개국공신’이다. 최 교수는 박 당선인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 정계입문하는 과정에서 막후 조력자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대통합’을 외친 박 당선인에게 노무현 정부에서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데려다 놓았다. 대선 내내 경선이나 대선 때 캠프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연설문과 기자회견문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대통령 실장으로 거론되는 이유기도 하다.

박 당선인이 여의도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대신 비밀 조언을 하거나 영향력을 일부 행사하고 있는 이들을 믿고 신뢰한다는 후문이다. 지난 8일 발표된 1차 인선에서도 친박인사들은 거론되지 않거나 일단 유보된 상황이다. 이를 바라보는 여의도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 “죽 쒀서 개 주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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