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 끝자락 … 희망이 보인다”
“어두운 터널 끝자락 … 희망이 보인다”
  • 김현진 
  • 입력 2004-10-19 09:00
  • 승인 2004.10.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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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돈을 빼돌리고 투자자들로부터 분양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윤창열씨. 공금을 유용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가져온 이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지난 8월 1일자로 법정관리인가가 나면서 계약자 협의회측에서는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1차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해지 위기에 놓여 있다. 내년 2, 3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협의회측 진행 상황을 취재했다. 지난해 6월 28일 조양상 회장을 선출하면서 시작된 계약자 협의회측은 1년 4개월여의 기간동안 상가분양 사기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 왔다. 김한길 의원, 허운나 전의원 등 정치후원금과 불법 증여자금 등 총 14억900만원을 반환 받았다. 이어 협의회측은 청와대 및 각 부처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8월18일 윤창열씨 1차 공판때는 법원집회를 열기도 했다.

8월20일 윤창열씨에 대한 형사고발이 시작되자 법정관리 인가를 위한 협의회측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9월2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해당토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후 계림빌딩, 신광빌딩을 매입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8월1일자로 법정관리 인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계약자협의회 오관영 홍보실장은 “법원 판결에만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피해 계약자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로 인해 악성 부채 5천억원가량 정리됐고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법정관리로 사건 해결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1차 중도금 미납자 문제로 협의회측은 다시 고심에 빠졌다.

일부 계약자들이 경제적 상황 악화로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지난 5일 계약자 협의회측은 ‘1차중도금 미납자 문제 해결’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회의 내용에 따르면 계약자 일부는 금융기관의 대출금 신청으로 1차 중도금 납부를 계획했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분양계약 해지 위기에 몰렸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1차 중도금 완납 계약자들이 미납금액을 분할해 추가 납부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게 계약자들의 우려 내용이다. 이에 대해 협의회측은 1차 중도금 미납자가 자력으로 중도금을 마련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서정석 지원협력팀장이사는 “아직 반환 받아야 하는 돈도 있고 미납자가 전체 17% 정도에 그쳐 잘 해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협의회측의 정리 법원 및 관리인에 대한 협조요청 사항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일방적인 계약해지 유보 요청이다. 시공사 선정과 건축허가로 금융기관의 대출이 가능해질 때까지 미납자 계약해지를 유보해 달라는 것이다. 오는 10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유보해주기를 바라고 있고 일방적 계약 해지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또 하나는 분양권 양도·양수 승인 요청이다. 여유 있는 계약자들이 매수해서 분양대금 납입 의무를 이행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명의 변경 승인, 공동 명의 계약자 계좌 분할을 가능케 해 선의의 계약 피해자를 줄이자는 것. 계약자 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선처를 건의할 예정이다. “계약해지사건이 발생할 경우 집단민원이 우려되고 분란이 야기될 수 있다. 선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탄원서 내용의 골자다.1차 중도금 미납 계약자 이모(48)씨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좋지만 경기불황이 겹쳐 현재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다. 시공사 선정문제, 건축허가문제 등으로 대출이 안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이에 오관영 홍보문화실장은 “현재 건축허가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신광빌딩과 풍아빌딩은 매입했고 경기여객 건물만 매입하면 건축 부지는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다”라고 밝혔다. 서정석 지원협력팀장이사는 “우리는 윤창열씨가 하루빨리 은닉한 돈을 반환해 정상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항소심을 앞두고 윤창열씨는 계약자협의회 앞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몇 차례 보내왔다. 협의회측이 탄원서를 제출해 주면 3년 정도 감형이 가능하다”며 윤씨의 자필 서신을 기자에게 건넸다.

계약자 협의회 조양상 회장
“윤창열씨 은닉재산 밝혀라”


공중에 뜬 1,500억 출처 밝히고 돌려줘야
-윤창열씨의 횡령 금액에 대해.(확대 보도라고 하는데) ▲ 윤씨가 끌어들인 금액은 6,000억원 정도다. 여기에는 계약금3,800억원, 금융대출 1,200억원, 사채등 1,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중 땅에만 1,700억원, 분양대행금, 세금 등 1,000억원, 기타 개인적 유용이 수억원이다. 자신이 투명하다면 확실한 출처를 밝혀야 한다.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 325억원(300명분)은 통장에 입금조차 되지 않았다.

-개인적 유용이라면. ▲ 제 3자를 통해 상당부분 검찰로도 흘러 들어갔다. 1억2,000만원 정도를 고문 변호사료(비호 목적) 명목으로 썼다. 한양 인수 등에 거액이 유용됐다.

-협의회 측에서 윤씨에게 어떤 압력을 가했나. ▲ 그런 적 없다. 2003년 8월 윤씨와 면담을 했을 때도 그 쪽에서 먼저 요청했다. 그 당시 윤씨는 울먹이며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4일만에 약속을 번복했다. 게다가 피해자의 합법적인 회생제도인 법정관리신청을 오히려 유언비어로 날조하고 방해했다.

-윤씨의 양심선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 ‘양심선언’이 아니라 ‘양심을 판 선언’이다. 정대철 전의원에게 준 돈도 빌려서 준 돈이다. 반대급부 없이 돈이 오가는 거 봤나. 거액 횡령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정대철 사건’을 끌어 들였다. 검찰측에서 윤씨를 ‘떠벌이’라 부른다. 조석으로 말이 바뀌기 때문이다.

-협의회측에서 윤씨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재 윤씨는 감형을 위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그의 중형이 아니다. 공중에 뜬 1,500억원의 은닉처를 밝히고 한 푼이라도 돌려주면 된다. 잘못을 반성하고 정상적으로 상가를 지을 수 있도록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변제한 후 형을 낮춰야할 것이다.

윤창열씨 출석교회 윤석호 목사
“윤씨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윤씨와의 친분은 언제부터. 2001년 10월 윤씨가 교회 출석할 때부터다.-양심선언에 대해.(양심선언을 도왔나) ▲ 정치적 차원에서 양심선언 권유한 적 없다. “소신껏 기도하고 말하라”고 했다. “증언을 뒤집어라. 뭐가 옳다”라든가 이런 말 한적 없다. 검찰 내용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최근 면회는 언제 갔나. 대화 내용은. ▲ 지난 8월쯤으로 기억한다. 역시 “소신껏 말하라”고 했을 뿐이다.

-건강 상태는. 가족들 면회는. ▲ 식사도 잘하고 있고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 가족면회도 계속 하고 있는 상태다.

-윤씨는 이 사건에 대해 뭐라고 하나.▲ “안타깝다. 후회된다.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검찰과 윤씨 진술 공방이 치열한데 누가 진실이라 생각하나. ▲ 검찰 관계된 내용은 모른다.

-계약협의회측과 윤씨 횡령 금액에 큰 차이가 있는데. ▲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윤씨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확대해서 보도됐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윤씨는 이번 사건으로 남의 돈이라면 단 1원이라도 얼마나 무서운 건지, 잘 알고 다뤄야 한다는걸 깨달았을 것이다. 윤씨는 ‘주는 것’을 좋아하고,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이 이번 사건을 만드는데 한몫 담당했다. 윤씨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줬다. 거절할 때 거절하고 능력 범위내에서 줬어야 하는데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주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협의회에 보낸 윤창열씨 편지 내용 “내 목숨 여러분에게 달려 있어”
용서 빌테니 선처해 주시길 …

윤창열씨가 지난 9월21일 조양상 회장과 계약자협의회 앞으로 보낸 편지에는 참회와 반성, 그리고 회사 정상화를 염원하고 있는 윤씨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윤씨는 편지를 통해 굿모닝이 굳건히 설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할 것이며 계약자들에게 용서와 사랑을 베풀어 줄 것을 호소했다.다음은 윤씨가 항소심을 앞두고 계약자 협의회측에 보낸 선처 호소 편지 내용 중 일부다.“제가 엄청난 형을 받은 지금 굿모닝시티가 잘 되어야만 저의 죄를 조금이라도 사할 수 있고 양심의 가책에 위안이 되며 조금이라도 감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굿모닝시티가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입니다. 저의 목숨은 계약자님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저를 구제해 주셔도 어차피 많은 기간 철장 신세를 져야 합니다. 굿모닝 시티가 순항의 항해를 하고 있고 승자만이 용서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배려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위치에서 저를 용서해 주시고 사랑을 베풀어주십시오. 비록 밉고 괘씸하고 지금은 화가 안 풀리신다 할지라도. 그러면 세상에 제가 얼마나 감사하며, 눈물을 머금고 은혜를 못 잊어 할지... 거듭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용서하라’는 평범한 말이 있듯이 회장님 그리고 임원님, 계약자님의 용서를 빌겠습니다. 선처를 빌겠습니다.”한편 윤씨의 선처 호소에 대해 계약자 협의회측은 “잘못을 뉘우치고 횡령한 돈의 출처를 낱낱이 밝히는 게 급선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진  kideye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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