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카드로 정권재창출 정면 돌파한다”
“개헌카드로 정권재창출 정면 돌파한다”
  • 홍성철 
  • 입력 2005-04-15 09:00
  • 승인 2005.04.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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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연일 화두로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론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앞다퉈 주창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장 이면에는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은 지난해 4·15 총선 압승이후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4대 개혁법안 등은 장기집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일 것이란 시각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야당이 반대하면 단독으로라도 선거구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 지난 4·2전대를 통해 집권당 2기 사령탑에 등극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던진 일성이다.

5일 당의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은 “지역주의 극복은 정치개혁의 마지막 남은 과제”라며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의장은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석패율제 도입,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 자치단체장 3선 연임제한 철폐 등 향후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할 안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했다.문 의장의 주장에 앞서 노 대통령도 지난 2월 국정연설을 통해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 수장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선거구제 개편안을 화두로 띄우고 있는 분위기다.특히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문 의장이 집권당 수장에 등극하자마자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의 선거구제 개편론은 외형상 ‘지역구도 해소’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열린우리당의 취약지역인 영남권 공략 전략이 내포돼 있을 것이란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권이 주장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안은 한 지역구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다. 이는 영호남의 정서와 인구분포를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호남권에서 의석을 챙기는 것보다 열린우리당이 영남권에서 얻는 의석수가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결국 여권의 선거구제 개편안 배경에는 취약지역인 영남권 교두보 확보 전략이 내포돼 있을 것이란 게 야권의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 문 의장이 전면에 나선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원대한 플랜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여권의 한나라당 붕괴 전략과 맞물린 20년 장기집권 플랜이 자리잡고 있다.여권의 장기집권 플랜은 지난해 4·15 총선 압승이후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여권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총선(당시 당 의장) 직후 당 개편과 혁신 복안을 설명하면서 “최소한 20~30년 집권세력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 논란에 불을 지핀 발언이었다. 이후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여권은 플랜 자체를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은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여권 핵심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실제로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과 관련한 구체적인 문건이나 정황 등이 드러난 건 아직 없다. 하지만 지난해 4·15총선 이후 여권이 추진한 각종 개혁정책과 법안, 여권 핵심부의 정치적 행보 등을 감안하면 장기집권 플랜이 체계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을 비롯한 국보법 폐지, 과거사법, 언론개혁 등 개혁입법은 보수-기득권층을 잠재우고 개혁-전교조 세대를 주류세력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이른바 장기집권 플랜의 일환일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여권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고비처) 신설과 보수언론과의 관계 재설정 움직임은 원할한 플랜 가동을 위한 이른바 ‘암초 제거’라는 노림수가 숨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여권 관계자들은 정권재창출 및 장기집권 플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검찰과 보수언론을 꼽고 있다. 고비처 신설 배경에 ‘검찰 길들이기’라는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란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적대적 관계에서 유화적 관계로 변화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중앙일보 회장 출신인 홍석현씨를 주미대사로 전격 발탁한 배경에는 보수언론과의 관계 재설정 전략이 내포돼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각종 선거때가 되면 어김없이 부상하는 권력형 비리 의혹과 여권 실세들의 스캔들 문제를 보수 언론이 집중 보도하고 검찰이 이러한 의혹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경우 민심은 급변하게 된다. 여권에 대한 민심 이탈은 선거 패배로 연결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장기집권 플랜도 공염불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이 고비처 신설과 보수언론과의 관계 재설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고자 하는 고도의 전략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또 여권은 2007년 대권이 장기집권 플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다. 차기 대선에서 패할 경우 이러한 플랜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장기집권 플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과 문 의장이 최일선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하며 정치개혁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차기 대선의 중요성과 맞물려 있다.

집권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칫 분산될 수 있는 개혁동력을 다시 결집시키는 동시에 차기 대선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통령과 집권당 수장이 직접 선거구제 개편론을 들고 나왔을 것이란 분석이다.선거구제 개편론은 자연스럽게 대통령 4년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여야 모두 개헌론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이를 촉매제로 개헌론도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여권의 장기집권 플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4년중임제 개헌-정권재창출-지배세력 교체 등의 단계를 거쳐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완성한다는 게 시나리오의 골자다.정치권 핫 이슈로 부상한 선거구제 개편 논란이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여권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와 맞물려 4월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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