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준비 안 된 콘래드 서울, 겉과 속 달랐다
[단독] 준비 안 된 콘래드 서울, 겉과 속 달랐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12-04 09:49
  • 승인 2012.12.04 09:49
  • 호수 970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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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성급 호텔의 무리수?

 

- 개관 3주 만에 혹평… 겉은 ‘화려’, 속은 ‘부실’
- 서비스 편차 심해… 특급호텔 기본 망각했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6성급 호텔인 콘래드 서울(Conrad Seoulㆍ총지배인 닐스 아르네 슈로더)이 개관하자마자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내 최초로 들어선 콘래드 서울은 개관 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며 호텔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개관 이후에는 연일 투숙객들의 불평이 쏟아지며 급속도로 여론을 잃는 모습이다. 특히 기본적인 객실 숙박이나 식음료 부문의 미비점은 물론 특급호텔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까지 저하시키는 형국이다.

콘래드(Conrad)는 글로벌 호텔 그룹인 힐튼 월드와이드(Hilton Worldwide)의 최상위급 호텔 브랜드다. 전 세계에 단 20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는 콘래드가 21번째로 문을 연 곳이 서울 여의도다.

그만큼 콘래드 서울을 향한 관심도는 클 수밖에 없었고 호텔은 웅장한 위용으로 화답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38층 규모에 434개 객실을 갖춘 콘래드 서울은 감각적인 로비와 드높은 나선형 계단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 무엇보다도 국제금융센터(IFC)라는 입지에 피트니스·스파·레스토랑·연회장 등을 모두 갖춘 여의도 최초의 특1급 호텔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빛 좋은 개살구’ 된 콘래드 서울

하지만 개관하자마자 투숙객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먼저 기본적인 객실 점검이 덜 된 상태에서 체크인한 경우다. 투숙객들에 따르면 한 투숙객은 욕실 샤워기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아 룸을 여러 번 바꿨다. 새 호텔인데도 거실 셋톱박스나 욕실 스탠드에 먼지가 뿌옇게 앉은 것은 예사였다. 다른 투숙객의 경우 휴지통이 비치돼 있지 않고 변기가 더러워 경악했다.

개관 첫째 주말에 투숙한 고객 역시 거실 TV에는 “This channel is temporarily unavailable ”이란 문구만 나오고 국내 지상파 채널이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투숙한 고객은 TV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계속해서 꺼지는 탓에 결국 휴대폰으로 시청해야만 했다. 블라인드가 스스로 내려가거나 드레스룸의 전등이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해 잠을 설친 투숙객, 객실 내 모든 시설을 제어하는 컨트롤 박스가 먹통이 돼 룸을 바꾼 투숙객도 있었다.

호텔이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줄을 이었다. 필요한 물품을 요청하면 받기까지 재요청은 필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신축 건물이라 새집증후군이 있어 공기청정기를 요청했는데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오지 않은 사례, 체크아웃할 때까지 룸서비스가 오지 않아 결국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뷔페 ‘제스트’나 최고층에 위치한 ‘그릴 앤 바’ 등 식음업장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특급호텔 요리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주로 타 호텔 뷔페를 이용하던 한 고객은 “음식 종류도 적은 편이고 몇몇 음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맛이 떨어졌다”면서 “게다가 따뜻해야 할 요리나 커피가 미지근하게 서빙되고 뷔페인데도 테이블 정리를 곧바로 해주지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그제큐티브룸에 투숙 시 이용하는 라운지도 “조식이나 해피아워 음식이 타 호텔에 비해 부실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가장 미숙하다고 지적된 것은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였다. 일부 숙련된 직원도 있지만 대부분 신입처럼 허둥대고 일처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고객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셰프든 스탭이든 고객을 보고도 목례 없이 그냥 지나가거나 몇몇은 보이는 곳에 모여 잡담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 머문 투숙객은 “호텔이라면 응당 상급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콘래드는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셀프서비스가 더 편할 지경”이라면서 “다들 실무경험이 전무한 직원들인지 이미 했던 얘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의사소통의 부재가 콘래드의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개관으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

이와 관련,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콘래드가 타 호텔에 비해 신입이 많고 팀이 젊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와인이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콘래드도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숙객들은 “준비가 덜 되었으면 개관을 미뤄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어떻게 이렇게 준비가 안 된 호텔을 덜컥 오픈한 건지 한숨이 나온다”는 반응이다.

한 투숙객은 “결국 40여만 원을 지불하면서도 유료 베타테스터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콘래드에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왜 이런 경험을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투숙객 역시 “한두 가지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메이저급 호텔에서 이 정도 수준의 서비스를 한다는 것에 화가 난다”면서 “호텔을 갈 때는 원하는 정도가 있고 호텔이 제공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라는 말은 아마추어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평소 콘래드 등 힐튼 체인을 애용해 힐튼 다이아몬드 티어인 투숙객은 “콘래드 서울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부실덩어리다. 마치 쿼드코어를 갖춘 최신형 컴퓨터에 운영체제는 도스 프로그램을 사용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힐튼 골드 티어인 투숙객 역시 “솔직히 홍콩 등 다른 나라의 콘래드에 비해 실망했다”면서 “콘래드 서울에 머물면서 준비 부족에 대한 순수한 컴플레인을 어떻게든 보상으로만 메우려는 대처 때문에 전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까지 나빠졌다”고 말했다.

한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호텔 개관은 말 그대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고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음을 뜻하는 것이고 그 준비가 부족하면 개관을 미루는 것이 맞다”면서 “일단 완공했으니 어떻게든 고객을 맞이해 자금을 확보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차후에 개선하자는 것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수준이라면 개탄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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