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팔아 보스에게 충성했다”
“고철 팔아 보스에게 충성했다”
  • 정은혜 
  • 입력 2006-11-15 15:50
  • 승인 2006.11.1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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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계 대부 김태촌 ‘돈줄’ 추적


폭력조직 서방파 전두목 김태촌(58)씨가 진주교도소 재소 당시 교도소 보안과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9일 구속된 가운데 김씨의 ‘돈줄’에 대한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배우 권상우씨를 협박했다는 혐의와 함께 야쿠자 연계에 대한 수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김씨의 돈줄 여부는 폭발성이 큰 뇌관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당시 수감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안과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은 누군가 김씨의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어 향후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일요서울>은 행방이 오리무중인 김씨의 돈줄 및 배후세력을 추적했다.


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하는 ‘김씨의 돈줄과 직접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가 진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2001년 4월~2002년 8월 이 교도소 전보안과장 이모(56·구속)씨에게 2,8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네고 전화사용이나 흡연 등 특혜를 제공받았던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부터다.
항간에는 “서방파 조직이 재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조폭계의 동향을 꿰고 있는 한 수사관은 “최근 조폭추세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게다가 검·경이 김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파의 재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다만 점조직 형태로 개별적인 사업 등으로 움직이며 김씨를 떠받드는 배후세력들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씨의 배후인물 ‘여럿’
<일요서울> 취재결과, 김씨의 배후세력은 실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출소한 이후부터 줄곧 그와 접촉하면서 김씨의 과거 동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A씨는 “김씨의 뒤에서 돈을 대준 장본인은 서방파 조직의 일원이었던 50대 중반의 고철업자”라고 털어놨다.
이 고철업자 B씨는 지난 1998년부터 모 고철업체를 운영해 왔으며, 수십 년간 김씨에게 절대 충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B씨는 수감 중이던 김씨에게 면회를 자주 갔었다”며 “이번에 불거진 뇌물 혐의 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김씨로부터 명령을 받고 진주교도소 보안과장에게 뇌물을 건넨 ‘중개인’이다.
A씨는 “언론 보도에는 김씨가 이 보안과장에게 2,8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나왔지만, 실제로 건넨 돈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달 생활비로 수백만원을 줬는가 하면, 이 보안과장의 아들에게 고급승용차 한 대를 뽑아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서울지검 및 창원지검 관계자는 “그런 내용은 공표한 적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현재 계속 수사 중이라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말로 의혹을 남겼다.

‘타인명의’ 휴대폰 여러 번 교체
B씨는 옥중에 있는 김씨에게 휴대폰을 수시로 전달하는 ‘조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김씨는 옥중에서 휴대폰을 여러 번 교체했는데, 이는 서방파 조직원들의 명의 또는 그들의 지인 등의 명의로 된 휴대폰을 B씨 등이 전달한 것”이라면서 “이 중에는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중견탤런트 ㅇ씨 및 그의 지인 등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방파 조직원들은 고철·기계·건설업체 회장, 유흥업소 사장 등 각자 여러 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한 수사관계자는 “이 조직원들은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어 검·경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교도소 면회 시 의심을 사지 않았던 이유도 이들이 지극히 평범한 사회인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점쳤다.

‘의리’ 중시하는 조직원끼리 뭉쳐
이어 그는 “이와 함께 교도소 보안과장이 뇌물을 받고 김씨의 휴대폰 사용 등 편의를 제공해 줬으니, 김씨는 옥중에서도 전화통화 등을 하며 나름대로 당시 조직원이었던 이들을 관리했던 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요즘 폭력 조직은 ‘의리’ 하나 만으로 조직 결성이 가능했던 과거와 다르다. 돈과 파워가 없는 이상, 조직 유지는 물론 조직원 관리도 힘들다. 1980년대 조폭계를 이끌던 과거 ‘보스’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원들이 김씨를 떠받들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A씨는 “물론 서방파 조직은 와해됐고 김씨의 체력 또한 많이 떨어졌지만, 그가 가진 파워는 아직 건재하다”며 “그를 따르는 자들은 ‘의리’ 하나만으로 가능했던 시대의 조직원들이기 때문에 요즘의 조직원들과 다르다”고 분명히 말했다. 실제로 현재 그의 배후세력들은 모두 40~50대의 나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김씨가 서울 시내 파칭코 업계로부터 매달 현금으로 수억원을 상납 받던 시절, 그 돈을 모두 조직원들에게 분배하고 그들을 지원해줘 지금에 와서 그 조직원들이 모 업체 대표 등으로 클 수 있었다”며 “아직도 그 조직원들은 김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김씨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씨의 돈줄에 일본 야쿠자 조직과 관련된 부분은 없을까.
김씨는 올 7월 말 일본으로 도피한 뒤 사행성 게임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야쿠자측 돈 받았는지 의혹 무성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야쿠자 개입 정황까지 포착돼, 그의 돈줄이 이들 세력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검·경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A씨는 “어떤 식으로 돈이 오갔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김씨와 야쿠자 조직이 연계돼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에 김씨가 권상우씨를 협박한 혐의가 드러난 것도 야쿠자 측에서 추진하는 스타 마케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였다”고 확언했다.
현재 검찰은 김씨가 일본에 수시로 건너가 야쿠자와 비밀회동을 하고 귀국하는 방법으로 연대를 강화했다는 정황을 잡고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8월 출소 이후 신앙 간증, 청소년 선도 사업 등으로 한때나마 국민들을 감동시켰던 김씨는 결국 사행성 게임 비리 및 일본 야쿠자 세력으로 확산된 연예사업 개입 등의 의혹과 맞물려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김태촌, “권상우 손보려했다”
서방파 전두목 김태촌씨가 권상우(30)씨를 ‘손보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권씨는 “김씨에게 협박을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연예기획사 관계자 이모씨가 일본의 한 백화점에서 ‘권상우 팬 사인회’를 추진하던 중, 권씨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씨가 친분이 있던 김씨에게 부탁해 권씨를 협박하도록 했다는 것. 김씨는 당시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사인회에 참석하겠다고 말해 놓고선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위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올 초 김씨가 지인 이씨의 부탁을 받고 권씨를 협박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권씨는 지난해 중하순쯤 이씨 측 관계자들을 고소, 세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법정 대리인 신시현(33) 변호사는 “다른 사건으로 권씨가 피해사실을 진술하던 중 검찰이 권씨의 진술을 통해 김씨에 관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했다”며 고소사실 여부를 재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은 ‘김씨와 일본 야쿠자와의 연계’라는 게 검찰의 시각. 검찰은 “김씨가 야쿠자의 자금으로 한국 연예산업에 진출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가 주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가 야쿠자와 비밀 회동을 하며 연대를 강화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9일 취재진과 접촉한 김씨의 한 측근은 “최근 한류열풍으로 치솟는 연예인의 몸값을 노리고 야쿠자들이 연예사업에 대거 진출하고 있는 추세”라며 “한류열풍의 주역인 스타 A씨가 현재 야쿠자와 연계, 초상권 계약을 맺은 상태인데, 야쿠자 측에서 권씨에게도 초상권 관련 사업을 권유했으나 권씨가 이를 거절해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라는 새로운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스타의 초상권 관련 사업은 화보집 캐리커처, 브로마이드, 캐릭터상품 등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팬 사인회, PC통신의 연예관련 IP사업, 스타 의상판매 등까지 확대되는 개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측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씨는 “권씨를 협박한 사실은 없고 통화는 한 번 했다”면서 “팬으로서, 인간적인 내용으로 통화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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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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