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화장품 계열사의 숨겨진 실체
화진화장품 계열사의 숨겨진 실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11-20 10:17
  • 승인 2012.11.20 10:17
  • 호수 968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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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강현송 회장 그러나 등기상 다른 회사 “뭐지?”

일감몰아주기 의혹 여전해…법인명 달리한 속내는
31년 방판 고집한 강씨 고집 이미지 ‘한방’에 무너지나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화진화장품(회장 강현송)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같은 상호로 두 개의 법인을 등록해 비밀스러운 내부 거래로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설립 당시부터 한쪽 법인과 일방적인 거래를 할 것이라고 못 박아 해당 법인의 자생력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공교롭게도 두 법인의 최대주주가 강 회장이어서 오너의 배를 부르게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31년 간 지속됐던 강 회장의 경영이념이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강현송 회장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의 제품이 아니면 생산하지 않는다’는 신념아래 소비자와의 밀착 판매를 위해 고집스럽게 방문판매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경영이념을 밝혔다. 31년간의 짧지 않은 역사 동안의 자부심과 결의를 내비췄다.
그런데 그 이면에 꼼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강 회장의 본심마저도 흐트러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화진화장품이 2011년 같은 상호로 두 개의 법인을 등록해 비밀스러운 내부 거래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진화장품의 또 다른 상호인 ‘아이기스화진화장품’은 두 개의 법인이 존재한다. ‘서울법인’ 화진화장품과 ‘부천법인’ 화진화장품이 그것이다.
‘서울법인’의 주 사업은 화장품, 미용기기, 건강식품 판매 등이고 ‘부천법인’은 화장품과 미용기기 등을 제조해 ‘서울법인’에 납품하고 있다. ‘부천법인’ 매출 대부분이 '서울법인'이 차지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부천법인’은 지난해 매출 329억 원 가운데 327억 원이 ‘서울법인’과의 거래만을 통해 이뤄졌다. 2001년부터 매년 99%의 매출이 서울법인만을 통해 이뤄진 것.
2001년 99%(82억 원 중 320억 원)를 시작으로 2002년 99%(292억 원 중 291억 원), 2003년 99%(76억 원 중 75억 원), 2004년 99%(82억 원 중 81억 원), 2005년 99%(79억 원 77억 원), 2006년 99%(168억 원 중 166억 원), 2007년 99%(406억 원 중 400억 원), 2008년 99%(254억 원 중 252억 원), 2009년 99%(248억 원 중 246억 원)로 조사됐다. 2010년 역시 ‘부천법인’의 매출 285억 원 중 ‘서울법인’이 282억 원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부천법인’과 ‘서울법인’의 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모두 강 회장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상 전혀 다른 계열사로 등록돼 있지만, 지난 4월 기준 ‘부천법인’의 최대주주는 8만3750주(76.14%)를 가진 강 회장이다. 서울법인 역시 강 회장이 28.26%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강 회장이 양쪽 법인을 주무르며 내부거래를 통해 부를 축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태생부터 자생력 없었다?
이로인해 일각에선 아이기스화진화장품의 태생부터 의아스러워한다.
아이기스화진화장품은 비상장 회사로서, 설립 당시부터 계속해서 주식회사 화진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2011년 6월 14일 ㈜아이기스화진화장품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등기부상 별도의 법인을 탄생시켰다.

지난 4월 5일 발행된 감사보고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 17항 주요약정사항의 상품구매계약란에도 “회사는 ㈜아이기스화진화장품-부천법인으로부터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바, 그 계약기간은 2012년 12월 31일 까지 입니다. 한편, 회사가 ㈜아이기스화진화장품-부천법인으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의 종류·품목·수량·가격·공급 장소·공급기일 등 구체적 조건은 양사가 별도로 정하는 약정을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굳이 독점계약을 맺을 업체를 분류해서 두개로 만든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 때문에 아이기스화진화장품의 두 법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들 또한 기업오너의 자식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오너일가의 배를 채우는 행위는 투명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뿌리 뽑아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는다. 이번 대선주자 빅3 조차도 그 첫 번째 공약으로 ‘경제발전’이 아닌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며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강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비난했다.

31년 방판고집, 소비자 불만 급증
또한 화진화장품이 방판을 고수하면서 나오는 부작용도 회사로선 부담으로 작용된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화진화장품 피해자 대책위원회’, ‘화진화장품 피해자 모임’등의 카페가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지만 이곳 외에도 화진화장품 방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들은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카페 회원 116**는 “(화진화장품의) 고단수 (판매)놀음에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네요”라며 비난했다. 심지어 “화진화장품은 다단계 중의 다단계라고 아는데…”라고 묻는 네티즌의 글도 볼 수 있다. 강 회장의 경영이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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