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만기보험료 절반 깎고 시침 ‘뚝’ 보험 가입자들 뒷통수 쳐
동양생명, 만기보험료 절반 깎고 시침 ‘뚝’ 보험 가입자들 뒷통수 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10-30 09:24
  • 승인 2012.10.30 09:24
  • 호수 965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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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최초로 계약내용 몰래 바꾼 정황


- 헌 보험증권 새 보험증권으로 바꿔 준다더니… 맘대로 계약 변경해
- 가입 시 확인한 만기보험료보다 절반 가량 줄어… 뒷목 잡은 소비자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동양생명(사장 구한서)이 오래 전 자사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상대로 “낡은 보험증권을 새 것으로 재발급해주겠다”고 제안한 뒤 새 보험증권을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형태로 임의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조차 “보험사와 가입자가 맺은 계약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것은 일종의 보험사기나 다름없다”면서 “사상 초유의 사건이 해당 보험사에만 국한된 것인지를 철저히 확인해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동양생명은 2004년 이전 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헌 보험증권의 재발급을 권유한 후 정작 새 보험증권에는 주계약 보험료 절반 가량을 특약 보험료로 바꾸는 등 만기환급금을 몰래 축소하는 형태로 변경해 전달했다가 발각됐다.

피해를 입은 가입자 A씨는 동양생명으로부터 “가입한 지 오래돼 보험증권이 낡았으니 새로 재발급해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재발급에 동의했다. 하지만 받아 본 새 보험증권에는 주계약 보험료의 절반 가량이 특약 보험료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A씨가 해당 보험사에 가입한 보험은 모두 4종이었는데 전부 이러한 식으로 계약내용이 임의 변경돼 있었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내용이 적혀 있는 증서로 계약 당시 가입자에게 제공되며 유사 시 해당 증권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보험상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해당 보험사는 그러한 보험증권의 계약 내용을 가입자의 동의 없이 몰래 바꾸고 시치미를 뗀 셈이다.
 

자사 보험설계사도 놀란 계약내용 임의 변경

당황한 A씨가 보험설계사에게 문의하자 해당 보험설계사조차 “보험증권이라는 것은 200번이든 300번이든 다시 재발급을 받아도 동일한 내용으로 발급돼야 한다”면서 “20년이 채 못 되는 설계사 생활 중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A씨가 만기 시 재발급된 보험증권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에는 당초 계약했던 만기보험료의 절반 정도밖에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납부했던 주계약 보험료의 절반 가량은 특약 보험료로 처리돼 자동 소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생명 측은 “만기 시 원래 보험증권에 명시된 주계약 보험료로 지급을 요청한다면 받을 수 있다”는 경악할 만한 답변을 내놨다. A씨의 만기일자는 무려 42년 후인 2054년인데 그때까지 잊지 않고 있다가 보험사에 따로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비난의 화살, 생보업계 전체로 확산되나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은 동양생명 이외에 타 보험사 상품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있는지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일 타 보험사 상품에서도 비슷한 임의 변경이 발견된다면 최소 수만 명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어떤 보험사도 시도는커녕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던 전대미문의 행위”라며 “해당 행위를 저지른 보험사뿐 아니라 보험산업 전체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힌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험은 실물이 없는 무형의 상품으로 일회성이 아닌 수십년간에 걸쳐 계약이 유지되는 장기적인 상품이므로 상호 간의 신뢰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때문에 일부 보험사의 이해할 수 없는 만행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다수의 보험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철저한 조사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혹시 모를 피해 방지 위한 가입자 노력도

한편 가입자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입 시 최초 발급받은 보험증권을 잘 간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가입자가 기존 보험증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낡은 것을 이유로 새 보험증권을 재발급받을 경우 양쪽의 비교가 쉽지만 분실 및 훼손의 경우에는 차이점을 바로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상도 못한 사건이 일어난 만큼 오래된 보험계약의 경우는 다시 한 번 잘 챙겨둘 필요가 있다”면서 “가입자가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런 일이 발생했다. 보험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과거에 판매된 보험상품은 당시 기준금리가 높았을 뿐 아니라 과열경쟁 시대에 판매된 상품이라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내용이 우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실 과거 상품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므로 자칫 가입자들이 전체 보험사들을 백안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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