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건 여야 한 판 서울시장 후보 누구?
사활 건 여야 한 판 서울시장 후보 누구?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08-30 11:24
  • 승인 2011.08.30 11:24
  • 호수 90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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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급식 개표 무산 후폭풍2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지난달 24일 여의도 윤중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지난 8월 1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수해를 입은 시민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공고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주민투표에 소요되는 비용을 수해복구에 사용하는 게 차라리 낫다며 오 전 시장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뜨거워지지 않는 선거열기와 친박계의 비협조 속에서 오 전 시장은 차기 대선 불출마와 함께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결국 무상급식 주민투표함은 개봉하지 못하게 되었고 오 전 시장은 26일 시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과연 오 전 시장의 향후 행보와 표류하는 서울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오 전 시장 3대 패착, 친박 지원 無·계급선거·보편적 복지 필수
서울시장 선거, 내년 총선·대선의 민심 바로미터


무상급식의 범위를 놓고 벌어진 주민투표에서 결국 오세훈 전 시장은 투표함을 개봉하지도 못하고 패배했다.

지난 24일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최종 투표율이 25.7%가 돼 선거무효가 된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 무효를 막겠다고 시장직까지 걸었지만 그의 벼랑 끝 선택도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오전에는 그나마 직전에 치러졌던 4.27 분당·종로구 선거와 비슷한 투표율을 보였으나 오후로 갈수록 그 기세가 꺾이며 최종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2일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보여줬지만 투표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으면서 결국 21일, 투표를 3일 앞둔 상황에서 시장직을 걸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선택했다. 오 전 시장은 시민들에게 눈물을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름대로 지원을 기대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마디도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당내에서는 친이·친박의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친이계는 반드시 주민투표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며 오 전 시장에게 지원을 약속했지만 친박계는 오 전 시장이 주장하는 2014년까지 소득하위 50%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것이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지원을 거부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이 차기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 연계까지 얘기했을 때 박 전 대표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1차적인 패착은 여기에 있었다.

또한 이번 주민투표는 철저하게 계급투표의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신을 서울시장에 재선시켰던 강남3구의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남3구에서도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표 참조]
이번 주민투표는 인물선거가 아닌 정책선거였고 그것도 무상급식의 범위를 놓고 벌이는 주민투표였기에 선명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것이 오 전 시장의 제2의 패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오 전 시장이 선별적 복지를 내세우며 ‘반포퓰리즘’을 주장했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붕괴됨에 따라 정부에 복지의 폭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이런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반포퓰리즘 기치만으로 보수층을 끌어안으려 했다는 것이 제3의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대형사업 변경
백지화 될 수도 있어


주민투표 결과에서 보이듯이 경제 위기 속에서 선별적 복지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남에 따라 내년에 치러질 선거에서는 복지문제가 큰 화두로 던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6일 오전 시청사에서 “저는 주민투표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며 사퇴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서울시장을 다시 뽑는 보궐선거는 10월 26일로 확정됐다. 보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정은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맡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선이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아 시정 공백은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사이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정책들은 표류할 수밖에 없고 보선 결과에 따라서는 재조정 또는 백지화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오 전 시장이 지난 민선4기에 이어 5기까지 추진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서해뱃길, 디자인 서울 등 대규모 사업의 경우 애초부터 야당이 반대했던 사업이라 만약 야당 시장이 선출되면 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오 전 시장의 사퇴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제대로 일손을 잡지 못하고 뒤숭숭한 모습을 보였다. 가끔 삼삼오오 모여 향후 시정에 대해 얘기하거나, ‘오 전 시장이 이렇게 빨리 사퇴할지 몰랐다’ ‘보궐선거에 누가 시장후보로 나올지’ 등의 얘기를 나누며 오 전 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9월 중 사퇴냐 10월 이후 사퇴냐를 놓고 오 전 시장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위기감 속에서 격론을 벌였지만 오 전 시장이 결국 조기사퇴를 함에 따라 이제 그 중심은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올 것이냐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민투표를 치른 다음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투표율과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안에 대한 여론조사치를 종합해 보면 이 주민투표는 사실상 오 전 시장이 승리했다고 본다”며 애써 위안을 삼으며 오 전 시장의 선전을 위로했다.

오 전 시장 사퇴에
홍준표 격노


하지만 오 전 시장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시장직을 사퇴하자 홍 대표는 크게 격노했다.

오 전 시장이 시장직 사퇴를 밝힌 26일 오전 홍 대표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어젯밤 10시쯤 오 전 시장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내면서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이라고 했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당이 어떻게 되든 10월 재보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으로 하느냐”며 “오 전 시장한테 3번 농락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오 전 시장이 사퇴를 표명하기도 전부터 보선에 누가 나가느냐를 놓고 말들이 나오고 있어 홍 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주민투표 패배에 이어 곧바로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과 박진 정두언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후보로 거론되며 그 무게감이 이전 선거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후보군도 쟁쟁하다.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과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김성순 서울시당위원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인영 최고위원, 전병헌 의원에 김한길 전 의원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서 1위


[조선일보]와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5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명숙 전 총리(12.4%)와 나경원 최고위원(10.6%)이 1, 2위를 차지했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총리와 나 최고위원 뒤를 이어 추미애 의원(3.9%), 박영선 의원(3.1%), 원희룡 최고위원(2.8%), 맹형규 장관(2.3%), 천정배 최고위원(1.9%), 김한길 전 의원(1.0%), 유인촌 전 장관(1.0%), 박진 의원(0.6%), 이계안 전 의원(0.4%), 권영세 의원(0.2%) 순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놓고 본다면 서울시장직을 놓고 최초로 여성끼리 맞붙는 초유의 선거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 전 총리의 경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만6412표(0.6%p) 차이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야권 후보들 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 의원의 경우에도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오 전 시장에게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의정활동에서 보여주었듯이 똑똑하면서도 깨끗한 이미지로 기억되기 때문에 실제 선거에서 맞붙는다면 그 결과를 알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개월 후에는 새로운 서울시장이 선출된다. 이번 보선은 단순히 서울시장 한 명을 다시 뽑는 것이 아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민심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최고의 인물을 내세워 총력전을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시장 보선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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