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문재인 대망론’ 평가, 극과 극
기자수첩 - ‘문재인 대망론’ 평가, 극과 극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8-08 17:06
  • 승인 2011.08.08 17:06
  • 호수 90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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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의지 지니고 대중 앞에 표출해야
노무현 그늘 벗고 자신의 정치해야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에 맞선 ‘문재인 대망론’이 회자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지지율 정체현상을 보이는데다 손 대표와 유 대표로는 본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더해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 이사장도 이에 발 맞춰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듯하다. 지난달 27일 야권통합 원탁회의에 참석한데 이어 같은 달 29일과 30일 서울에서 출판기념 행사를 열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에서도 같은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발간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의 저자로서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지만 야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시점에 맞춘 대중행사라는 점에서 정치활동을 위한 워밍업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사모’와 ‘젠틀재인’ 등 ‘노사모’를 연상시키는 문 이사장 지지 모임의 급성장과 노무현재단의 전국 조직화 작업과 맞물리면서 문 이사장이 세몰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문재인 대망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재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혁정책을 주도하는 등 국정경험을 지니고 있다. 군 특전사 출신 등 여러 면에서 하자가 없다. 도덕성 문제에서도 우위에 있다. 거기에 영남 출신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진보 진영에서 보수층의 영남 후보 구도를 뛰어 넘을 카드가 많지 않다. 문 이사장은 이것까지 갖추었다.

게다가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끝까지 곁을 지킨 인물이다. 개인적인 성향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당히 호감을 가질 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에 대한 반발감이 크다. 문 이사장은 정권 말까지 같이 욕을 먹은 사람이기 때문에 호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같은 친노 세력이지만 유시민 대표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배신하지 않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아주 큰 장점이다.

반면, 문 이사장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짙게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문 이사장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에 참여했다고 하지만 외교나 안보, 복지, 남북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정책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또한, 현실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어 정치력과 리더십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 국민들이 실제로 지지하는지, 아니면 거품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의 부각은 사실 상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지, 아직 실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단계이다. 아직 대중에게 정치인으로서 직접 나선 적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집권 의지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는 이런 욕구를 대중 앞에 표출한 적이 없다. 그것을 표출하고 경쟁을 해야 실질적인 경쟁력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문 이사장의 속내에 ‘강력한 권력욕’이 꿈틀거리는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물음표’가 많다 보니 문 이사장의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도 예단하기 힘들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만 계승해서는 희망이 있겠나? ‘문재인’이 갖고 있는 비전과 가치를 갖고 문재인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대로 ‘권력 의지’를 지니고 자신만의 정치를 해나가야 할 때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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