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은행, 3명 중 1명이 계약직… 8개 은행 중 가장 많아
- 성과향상프로그램도 여전히 존속… 내부 불만 폭증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리차드 힐, 이하 SC)은행의 계약직 비율이 8개 은행 중 가장 높게 나타나고 급여차로 인한 행내 빈부 체감도 역시 심각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앞서 SC은행은 성과향상프로그램 등으로 직원들에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고 강제 인사발령을 실시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SC은행의 심각한 고용불안과 행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외환ㆍ씨티ㆍSC은행 등 8개 은행의 계약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SC은행의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 및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C은행에 재직하는 5636명 중 1862명은 계약직 신분으로 고용돼 있다. 이는 33%에 달하는 수치로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것이다.
그럼에도 SC은행의 1인당 상반기 평균 급여는 3500만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계약직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급여가 상위권이라는 것은 그만큼 행원 간 급여 격차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계약직은 ‘최다’, 급여차는 ‘심각’… 상대적 박탈감 급증
앞서도 SC은행은 영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행원들을 강제 발령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성과향상프로그램 등으로 행원들에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면서 한 지점장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SC은행은 지난 8월 개인금융영업 확대를 골자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대규모의 조직개편을 시행한 지 9개월 만에 일어난 대량 인사이동이었다.
특히 본점 부서의 인력들이 소속은 여전히 본점이지만 근무는 지점 내외부에서 세일즈를 하는 특수한 형태의 영업부서로 대거 발령나는 등 개인금융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 내부 관계자는 “위에서 의무적으로 전출 인력을 할당해 어쩔 수 없이 세일즈로 간 행원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강제 이동인 셈이다.
타행들도 이러한 SC은행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눈치를 보였다. 타행 관계자는 “SC은행이 행한 조직개편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도 성과지상주의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KPI 등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커지면 금융사고의 위험은 물론 결과적으로 은행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SC은행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지점장이 지난 6월 과도한 실적 압박을 이유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금융권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해당 지점장은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유서를 통해 실적 압박에 따른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해당 지점장의 자살이 SC은행의 성과향상프로그램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SC은행의 성과향상프로그램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적에 따라 경고·견책·감봉 등 조처를 취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전부터 SC은행 대내외에서는 성과향상프로그램이 직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강행해 결국 한 지점장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SC은행이 계속해서 성과향상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을 압박하면서도 계약직은 최고 비율을 유지하고 급여차가 계속 벌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IMF의 구제금융 이후 은행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계약직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3명 중 1명이 계약직인 상황은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한다”면서 “또한 성과향상프로그램의 영업실적 요구와 별개로 급여 차로 인해 나타나는 행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도 울린 SC은행, 국감서 추궁 당해
한편 SC은행은 정부가 보증하는 보증부대출에 대해 금지된 신용가산금리를 적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00% 보증부인 경우에도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차등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 제19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리차드 힐 SC은행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SC은행 및 여타 시중은행들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보증부대출에 각종 명목으로 실질 신용가산금리를 적용해 편법대출을 해주고 비싼 이자를 챙겼다.
앞서 정부는 2010년 4월 ‘보증부대출 금리부과체계개선 방안’을 통해 정부가 보증하는 부분에 대한 신용가산금리 부과를 금지했다. 이에 SC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보증부대출의 금리를 내리지 않고 영업점장 전결 가산금리는 물론 위험조정이익 등 온갖 명목을 적용해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유 의원은 “은행들이 보증부 대출에서 신용가산금리의 부과를 금지하고 있는 신용보증 약관을 철저히 준수한다면 서민들은 물론 중소기업, 영세소상공인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