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이 공교롭게도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PK(부산·경남) 지역이어서 대통령-경남지사 후보가 ‘러닝메이트’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어떤 후보를 내느냐가 해당 지역 판세를 좌우하고 이는 결국 대선 구도 전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사 보선, 새누리 박완수-홍준표 vs 野 후보는?
경남도지사 선거와 관련,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출사표를 던진 10명의 후보 가운데 박완수 창원시장과 이학렬 고성군수,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홍준표 전 대표 등 4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
후보 선정 기준은 야권 대선 후보 바람을 누가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에 초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경남에서 가장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박 시장과 중앙 정치 무대에서 ‘야권 저격수’로 통하는 홍 전 대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당 공천위는 박근혜 대통령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한다는 입장이지만, 후보자 선정 방식 등을 놓고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당내에선 4선 의원 출신인 홍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경남지역 일부 의원들이 박완수 창원시장을 염두에 두고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참여경선을 치를 경우 동원 및 부정경선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전략공천 내지 여론조사 경선을 주장하는 의견이 맞서 있다.
아울러 공천위는 압축된 후보들의 면면을 놓고도 고민하고 있다. 홍 전 대표의 경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박 시장의 경우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슷하게 양자로 입적된 뒤 독자(獨子)로 6개월 방위 판정을 받았고 그 뒤 원적으로 복귀했다는 병역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박 시장의 경우 현직이라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박 시장이 도지사에 출마할 경우 시장직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보궐선거를 자초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군수나 하 전 차관은 지지율이 높지 않다.
홍 전 대표측은 낙하산 논란과 관련, “낙하산은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흔들리고 있는 PK(부산·경남)의 판을 뒤집기 위해선 일당백의 역전의 용사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경남 지역의 한 친박 의원은 “박 후보랑 러닝메이트로 같이 가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진 후보들 중에 딱히 적합한 후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의 경우 지역 자체는 새누리당 텃밭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대선에 부산 출신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뛰어들면서 민심이 요동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거물급을 공천한다면 현역 의원을 차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김두관 전 도지사의 중도사퇴로 인한 ‘원죄론’을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런 이유로 적극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는 인사들이 적어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큰 걱정거리다. 실제 지금까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사는 김영성 전 바른교육사랑모임 공동대표가 유일하다. 경남도당위원장인 장영달 전 의원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허성무 경남도 부지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영선 의원의 ‘차출설’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장영달 도당위원장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도지사 보궐선거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김 전 지사의 중도 사퇴에 대해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미도 있으며, 새누리당 후보에 따라 선거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밝혀 여러가지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진보당은 대선후보 선출 일정과 별도로 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이달 10일께 후보 등록 공고를 하고, 선거 절차를 거쳐 11월 초순께 후보 선출을 할 계획이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 일정에 맞추기에는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고, 지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도지사 후보를 출마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야권단일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어 이번 보선의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기갑, 권영길 전 의원이 자천타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PK민심이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고 있지만 정당 기반이 없는 안철수 후보 진영은 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난 3일 “경남지사 후보가 사실상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어떻게 대응할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영도 재보선 가능성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경우 부산만 해도 1~2곳에서 가능성이 있다.
부산 사상이 지역구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될 경우 의원직을 던지면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 다만 ‘11월 19일 전에 의원직을 포기하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와 관련 문 후보측은 “현재로써는 전혀 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사퇴 여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재균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오는 24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연내에 형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어 연말 재선거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2심 결과에 따라 대법원이 발 빠르게 형을 확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선거사범의 경우 6개월 내 형을 확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11월 19일 이전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양형 기준안을 통해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1, 2심 모두 각 2개월 내 처리를 완료토록 한 바 있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될 지 미정이지만 벌써 이들 지역의 경우 후보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상의 경우 재선거가 열리면 새누리당에선 현 당협위원장인 손수조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선후보의 신임이 두터워 중앙선대위나 부산시당에서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사상지역의 한 선출직 인사는 “손수조 카드는 이미 지난 번 총선에서 밑천이 드러났다. 또다시 당에서 밀 경우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도에선 4월 총선에 출마했던 인사들과 인근 지역에서 공천탈락한 전직 국회의원들이 재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경남도지사 선거, 그리고 몇몇 국회의원 선거는 그 자체만으로도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만한 선거”라며 “이들 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면, 대선 후보에 따른 묻지마 정당투표가 아닌 그 반대 현상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통상 큰 선거에 가려 정당 패키지 투표로 나타났던 과거 선거와 달리 나름 큰 재보궐 선거인 점을 감안하면 교차투표, 또는 역투표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