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없는 친이계’ 보수 대분열에 MB의 레임덕 가속화

조갑제 “앞으로 선거는 보수가 분열된 가운데 치러질 것”
[윤지환 기자] = 집권 말 MB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친이계, 보수진영 등 이른바 정권 3합에도 분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보수진영의 분열이다. 당이나 계파간의 분열현상은 내부적으로 일부 수습이 가능하지만 당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보수진영이 분열된다면 이는 당의 침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와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기에는 너무 많이 진행돼 버렸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보수진영의 분열로 친이계 주변에서는 우려를 넘어 공포감마저 감지되고 있다. MB정권은 진보진영 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조차 외면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적 소수인 친이계를 제외한 모두가 MB정부의 적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차기 정권을 누가 잡던 친이계 인사들은 두 다리 뻗고 잠자긴 힘들게 될 수밖에 없다. MB를 비롯한 친이계가 지지율 하락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수진영의 분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다.
일찍부터 MB정부에 반감을 드러내온 대표적 보수인사는 조갑제 닷컴의 조갑제 대표다. 조 대표는 지난해 8월 2일 문화일보홀(서울 충정로)에서 열린 제 142회 ‘조갑제 기자의 현대사 강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관을 지적하며 “2012년 대선은 보수진영의 분열 구도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조 대표는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김태호 항복, 이명박의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글을 올렸다. 이 글을 통해 조 대표는 “20일 만에 끝난 이명박의 일장춘몽, 그 대가는 비쌀 것”이라며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조 대표는 “친이 세력은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분열할 것”이라고 분석한 뒤 김 도지사의 총리 낙마에 대해 “낙마의 결정적인 이유는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막아줄 병풍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등 돌리는 보수단체들
앞서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같은 해 6월 1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ㆍ2 지방선거에서 보수주의자들이 패배한 대표적 이유는 억압과 분열, 오만, 닫힘성과 탐욕 때문”이라며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출범한 정권이 3년도 못돼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운명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로 ‘MB의 보수진영 외면’이 꼽힌다. MB는 집권초반부터 대북문제와 관련해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 보안법 위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간첩 검거 등 대공 사건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스스로의 색깔을 규정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MB정부는 4대강 사업 등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으며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진영의 요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에 보수진영은 왼쪽 길로 빠지는 MB정부에 “정부조직의 대대적인 개혁 단행을 통해 지난 10년의 잔재를 청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MB는 귀를 닫아 버렸다. MB를 지지했던 보수진영 인사들은 MB의 독선적 실체를 보고 하나 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보수의 기대를
저버린 대가
조 대표는 MB정부의 북한 문제 해법을 예로 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념이 불분명한 사람”이라며 “진보진영 눈치를 보면서 정작 자신을 만들어 준 보수진영은 외면하고 있다. 그는 보수 분열을 주도한 핵심적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며 “이 대통령의 이런 무이념적, 중도적, 기회주의적 행태는 후반기를 맞은 그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예단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지금에 이르러 그대로 현실에 그려지고 있다.
MB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보수진영 전반에 걸쳐 표면화되고 있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보수적 색체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보수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양지회에서도 MB에 대한 비난은 일반적이다.
양지회의 한 인사는 “MB의 정치 스타일은 우리나라에서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중도가 통하지 않는 나라”라며 “집권초반 보수의 구심점이었던 MB는 스스로의 색깔을 흐림으로서 자신 뿐 아니라 보수진영 전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인사는 “MB가 당선됐을 때 보수진영에서는 MB가 진보 좌파 정권의 잔재를 모두 청소해 줄 것으로 믿었다”며 “하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악화됐다. 어설픈 대북정책으로 좌우 대립은 더 심화됐고, TK인사 중용정책으로 지역감정만 더 키웠다. 정치적으로도 구시대적 발상 일색이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제향군인회의 한 관계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모두 안정을 되찾을 줄 알았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배신감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방송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기만한 진보좌파 세력을 척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오히려 자신과 같이 색깔이 분명하지 못하고 기회주의적인 인물을 중용해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친이계도 대분열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보수진영의 분열이 본격화되자 보수진영을 기반으로 했던 친이계 내부에서도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재 한나라당이 침몰 위기에 직면했다는 현실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은 위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왜 상황이 이렇게 됐나 돌아 보는 자성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침몰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면서 “구성원들이 모두 당보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개인 행보의 해법들만 걱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 인사는 친이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친이계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2선으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는 한나라당 내홍을 심화시키면서 결국에는 파국 양상을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궐선거에서 당의 지원을 거부하고 김해을에서 어렵게 당선된 김태호 의원은 당선 직후 인사말을 통해 “우리 당과 정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가 진짜 하늘을 찔렀다. 서민을 위한 당이 아니라 부자를 위한 당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며 “이제 당이 새롭게 가기 위해서 많은 걸 버리지 않으면 총선, 대선에서 안 된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지지세력의 붕괴뿐 아니라 검찰 조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가깝게 부산저축은행 사건만 보더라도 현 정권 핵심인사들이 다수 개입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친이계 핵심 인사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거나 “해외 에너지 사업에 친이계 핵심 인사가 개입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는 등의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이 소문들 가운데 일부는 검찰이 수사를 검토하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가
보수의 새로운 대안?
한편 친이계와 보수진영의 분열이 가속화됨에 따라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새로운 구심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보수진영이 구심점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다면 각각의 구심점을 찾아 삼삼오오 분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보수진영의 단일 구심점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보수가 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대세로 부상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한나라당 의원들 간에도 친박 줄서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지난 24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대구ㆍ경북 비전발표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7명의 후보자들은 박심(朴心)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박 전 대표의 본거지와 다름없는 대구ㆍ경북 지역의 경우 박심 잡기 여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는 “조만간 우리 대선 후보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는데 누가 막아줄 수 있겠나”라며 “전사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당 대표가 되면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남경필 후보는 “대표가 되면 수도권의 젊은표를 몰아드려 박 전 대표와 윈윈(win-win)하겠다”며 “나도 받을 게 있는데 박 전 대표의 신뢰 이미지는 한나라당에 축복이다. 당당하게 주고받는 동반자 관계가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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