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력 정권말기 초강력 대선판 짠다
검찰권력 정권말기 초강력 대선판 짠다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2-09-25 14:29
  • 승인 2012.09.25 14:29
  • 호수 960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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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캐비닛에는 대선판 뒤흔들 빅카드 수두룩…”

정치권 비리 수사로 대선정국에 뛰어든 검찰의 속내는?

대선을 딱 91일 앞두고 대권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지난 19일 안철수 원장의 출마선언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3자구도로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세 후보의 캠프는 인선과 조직 구성을 얼추 마무리하고 추석 민심잡기 전략짜기에 돌입한 상태.

그러나 올 대선 정국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이런 기우 때문인지 각 대선 캠프에 네거티브 대응팀이 꾸려지고 그 면면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각 캠프 네거티브 대응팀에는 방어팀과 공격팀으로 유기적인 공조 속에 팀이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네거티브 대응팀들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아들 병역비리로 이른바 ‘김대업의 병풍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필수불가결한 조직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왔다. 대선 막바지로 갈수록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 다반사가 됐고, 캠프 발(發) 고소 고발도 넘쳐난다.
 
이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검찰이 대선판에 개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고소 고발과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검찰의 향배에 따라 굳었던 표심까지 크게 출렁일 공산도 적지 않다.

“대검 범죄정보 캐비닛 안에 것들 꺼내놓으면 누구라도 걸려들 것”
대선 주자들 X파일 검찰도 인지…수사라인 특정 캠프 줄서기 움직임 주시해야


대선 90여일 앞두고 벌이는 검찰의 정치권 관련 수사가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야 모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정치권 관련 수사는 총선 공천헌금과 활동 자금 불법 수수한 비리 사건 두 종류로 나뉜다. 공천헌금 관련 수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동시에 걸려 있지만 수사 강도와 처리방식에선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캠프 주변부터 조여 가는 검찰

부산지검은 현영희 새누리당 전 비례대표 의원이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이었던 조기문 씨에게 3억원 건넸다는 내부 폭로로 촉발된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 미진한 수사, 편파 수사라는 비난 속에서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었다.

역시 총선 전 조씨에게 경남 양산 국회의원 선거의 총괄기획을 해주는 대가로 3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도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장향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한 사건이 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장 전 의원은 지난 1월 부산의 한 호텔에서 A씨로부터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만원을, 자신의 부산 금정구 4·11 총선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3000만원을 각각 받은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됐다.

사건을 배정 받은 부산지검은 지난 19일 장 전 의원에게 공천 로비 청탁했다는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데 이어 이번주 중에 장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 전 의원과 윤 의원에 대해 검찰은 궁색하게도 공소시효가 촉박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를 하려던 시점에 장 전 의원이 동일한 혐의로 걸려던 것이다.

검찰이 장 전 의원을 상대로 강도 높은 소환조사를 벌인다 해도 공천로비 청탁 규모가 새누리당 동종사건에 비해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형평성 차원에서 또다시 불구속 기소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최근 검찰수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적 중립에 문제를 제기할 만한 딜레마는 또 있다. 지금까지 부산지검이 내놓은 현 전 의원에 대한 수사결과만 보면 로비 자금으로 건넨 것으로 전해진 3억원의 전달 경로에 대해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반면 공천헌금을 빌미로 사기 친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양경숙(51.구속기소) 씨가 주도한 사건의 경우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나서 민주당 지도부로 돈이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총동원했다. 

 대검 중수부는 수사 초기부터 속도를 내 관련자 계좌털기로 저인망식 수사로 시시각각 박지원 원내내표와 이해찬 대표를 겨냥해 압박해 들어가는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다할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민주당 지도부가 연루됐을 것이라는 추론적인 정황에 의해 수사방향을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 탄로난 셈이 됐다.

그런데도 중수부의 수사칼날은 여전히 민주당 핵심을 겨누고 있다. 이에 비해 현 전 의원을 수사했던 부산지검에선 애초부터 새누리당 지도부나 친박계로 수사력을 집중하지 않고 부산 지역권에서 일어난 지극히 국소적인 사건으로 느슨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다.

양씨 사건이 대검 중수부에 배정된 것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보통 선관위에서 고발해온 공천 관련 사건들은 주로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나 특수부에 배정됐다.

그런데 전례를 깨고 한상대 검찰총장의 직할 부대라고 할 수 있는 중수부에 떨어진 것은 처음부터 민주당 지도부가 개입된 공천헌금 사건으로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도 중수부는 양씨와 돈을 건넨 서울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 모(56)씨와 세무법인 대표 이 모(57)씨, 부산지역 시행업체 대표 정 모(53)씨를 구속하면서 사건의 성격을 분명히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라고 밝혔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향하고 있는 양씨 사기사건의 최종 목표는 친노 조직 와해이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후보를 흡집내는 수준까지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양씨가 받아 돌린 돈의 일부가 문성근 상임고문이 대표를 지냈던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하 민란)으로 흘러간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문 고문은 당내 시민사회계를 대표하는 친노의 또 다른 한 축이다. 민란 회원 대부분이 노사모라는 점에서 중수부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 인사 한 두 명을 더 조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정치적 중립을 잃었다고 보고 피해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로 최종 결정될 것을 내다보고 검찰이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야당에 불리한 연막을 뿌리는 저급한 정치 탄압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당직자는 “친박계 좌장으로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난 홍사덕 전 의원, 박근혜를 대통령 만들려면 1억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송영선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보면 검찰이 어느 당 후보에게 줄을 섰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선주자 겨냥한 검찰 수사 움직임

 지난대선 때에도 그랬지만 상대 주자들이 결정되고 대선 레이스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추석 후 10월초로 접어들면서 각 캠프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벼르고 추려놓은 X파일들이 하나둘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공천헌금 수사로 ‘간만 봤다’면 대선 60일 전후의 대선판은 사소한 악재가 어떻게 확대 재생산 되느냐에 따라 표심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특정 후보가 연루된 대형 사건이 터져 나온다면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올 대선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당낙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이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쥐고 있는 카드 중에는 이종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법무법인 부산이 2004년~2007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약 59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기자회견에 기초한 사건이 하나 있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 출범 첫해였던 2003년 대통령 민정수석 재임시절 금융감독원에 “(부산저축은행 그룹 감사에) 철저하게 조사하면서도 예금 대량 인출사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화로 당부한 사실이 있다.

법무법인 부산이 이 전 의원을 고소하자 검찰은 지난 5월말 문 후보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때 문 후보는 “오래 전 일이고 기억이 없다”며 “만약 전화를 했다면 민정 수석의 업무로서 지역현안을 보고 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고소 건의 피고소인인 이 전 의원를 무혐의 처리했지만 문 후보의 전화 내용과 진술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해둔 상태다.

검찰의 손에 들린 또 다른 카드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의혹성 과거사들이다. 그중 대표적인 의혹이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연구소 측이 산업은행(KDB)의 투자를 받는 대가로 산은 벤처투자팀장 강모씨에게 주식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종용했던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은 2002년 4월 산업은행 투자팀장 강씨가 4~5개 벤처기업으로부터 현금과 뇌물 받은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였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도 최근 내놓은 저서에서 안 후보가 안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주가를 시세의 4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게 책정했다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안 후보의 네거티브 대응팀인 ‘진실의 친구들’을 이끌고 있는 금 변호사는 “산업은행이 안랩에 투자한 것은 1998년 12월 19일의 일로 강씨 비리는 안랩과 무관하다”며 “산은과 거의 같은 시기에 다른 창투사도 안랩에 투자했다.

안랩은 산은의 투자를 받기 위해 로비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서도 “세무당국 조사와 금융감독원, 검찰의 검토 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나 언제든 직접 나설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보수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자의든 타의든 고발이 접수되면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사건이 배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안철수 연구소가 2000년 4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에 무단 제공했다는 루머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검찰수사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보수매체들을 중심으로 최근 다시 제기된 이 논란에 대해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은 지난 8월 16일 안 후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고발 경위와 내용을 확인하고 안랩 측에도 서면 질의서를 보내 답변서를 제출받았다.

안랩 측은 답변서에 “당시 내부에서 백신프로그램 제공을 검토했지만 실제로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선 안 후보 측을 국보법 협의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안랩 측이 V3를 무료로 공개 배포했고, 북한에 넘어갔다는 시점도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김대중 정부 때였기 때문에 지금 검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발 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이정회)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어떤 판단 내릴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검 캐비닛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야권에선 검찰이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깨고 특정 후보에 줄서는 과거의 형태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지난 7월 중순 인사 조치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으로 내부 조사까지 받았던 김진모 검사를 검사장으로,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무차별 수사를 주도했던 전현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시켜 MB 임기말 ‘보은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책임자로 전현준 검사를 배치한 것은 정치개입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검찰이 보은인사를 넘어 이를 통해 대선 정국에 개입하려고 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특수부를 휘하에 두고 특수, 금융 첨단 범죄를 비롯한 정치적인 사건까지 총괄하는 자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선을 겨냥한  MB의 복심이 깔린 인사라는 평가들이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대검 출신 법조인은 “정치권에 연고가 있거나 MB정부 들어 보은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검찰 내부 조직도 올 대선 결과에 따라 판갈이를 해야할 판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선판이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천헌금 수사라든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보면 아직 특정 대선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엔 약한 주변부의 문제들”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대선판을 흔들어 놓은 대검 캐비닛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비닛 안에는 버무려 놓으면 어떻게든 걸려들 수밖에 없는 빅카드들이 수두룩하다. 엮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소스들이 다양하고 타깃을 누구로 삼느냐만 결정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각 대선캠프 네거티브 대응팀이 그 어느 때 선거보다 분주할 것”이라며 “네거티브 대응팀은 상대 캠프간의 움직임도 주시해야겠지만 검찰 지휘부와 수사라인이 특정 캠프와 어떤 식으로 줄이 닿아 있는지도 파악하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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