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리·기업銀 원화결제 중단…다른 은행 찾아달라”
이란 “우리·기업銀 원화결제 중단…다른 은행 찾아달라”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2-08-16 18:01
  • 승인 2012.08.16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이란이 수출입대금 원화결제계좌 이용문제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계좌 이용을 중단할 방침이다.

16일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중앙은행(CBI)의 미누 키아니 라드 외환담당 부총재는 14(현지시각) 이란 주재 한국 공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기업은행의 원화결제계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CBI는 두 은행에 거래 중단 방침을 통보하고 한국 정부에 새 원화결제계좌를 개설할 은행을 물색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우리·기업은행을 대신해 NH농협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이용하는 방안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이란의 원화결제계좌의 금리에서 시작됐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는 이란으로부터 석유수입 시 대금이 들어가는 CBI의 주 계좌와 수출시 대금이 빠져나가는 자 계좌가 개설되어 있다. 현재 주 계좌에는 약 5조 원가량이 예치되어 있는 가운데 단순결제계좌임을 감안해 연 0.1% 수준의 지극히 낮은 이자가 책정되어 있다.

양국은 지난 2010년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따른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미 달러화를 통한 송금 길이 막히자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거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란은 연간 80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한국에 수출하고 한국도 60억 달러가 넘는 공산품을 이란에 수출하면서 서로의 수출 대금을 맞바꾸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예금 잔액이 크게 불어나면서 이란 측은 주 계좌 예금의 이자를 기존보다 높은 6개월 정기예금 금리인 3% 대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예금 일부를 채권 매수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키아니 라드 부총재는 이달 초 방한해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을 만나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반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금리인상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과정이므로 약간의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며 “이란 측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이란 측에 제시할 협상안을 이르면 이날 오후에 마련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란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접수된 문건이 없어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언론에 지금까지 나온 얘기로는 한국 측 주거래은행을 바꾸겠다는 것 같지만 이 또한 맞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양측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본질을 과장 해석할까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측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원활결제계좌도 정상적으로 이용된다고 전했다.

다만 CBI와 우리·기업은행 간 협약으로는 일방이 거래 종료 60일 이전에 서면 통보로 계좌 이용을 중단할 수 있어 이번 사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못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2600여개 중소기업은 대금 결제에 차질이 빚어 질 것으로 우려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