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2선 후퇴, 승부수 띄웠다
이회창 2선 후퇴, 승부수 띄웠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5-17 11:12
  • 승인 2011.05.17 11:12
  • 호수 889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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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쪼개지면 여당 입당해 박근혜와…”
지난 9일 국회에서 사퇴기자회견을 갖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회창 대표가 변웅전 신임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나 빼고 잘되나 보자” 선진당 포기?
내부보고서 심대평, 이인제 영입안도


[홍준철 기자]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대표직을 벗어 던졌다. 그 정치적 함의는 깊다. 향후 선진당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당 간판인 이 전 대표가 2선 후퇴하면서 선진당의 앞날이 불투명졌다. 당장 열린우리당 출신인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정략적인 이벤트”라고 이 전 대표의 사퇴를 깎아내렸다. 대표직을 이어받은 변웅전 신임 대표는 무소속 이인제 의원과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냉랭한 반응만 나오고 있다. 오히려 선진당을 깨고 제3지대 충청권 신당론을 들고 나왔다. 급기야 당내에선 선진당이 분열양상을 보이면서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이 전 대표와 선진당호가 폭풍전야 속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이회창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데는 여러 안팎의 요인이 작용했다. 일단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발 쇄신풍의 유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쇄신 바람이 불고 있는 여권 내부 분위기에다 당권을 둘러싸고 ‘젊은 간판론’이 부상하면서 자칫 선진당으로 옮겨 붙을 경우 이 전 대표는 자진 사퇴가 아닌 쇄신대상이 돼 반강제적으로 물러날 공산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 개혁을 위한 특별 기구인 ‘미래혁신특별위원회(이하 미래특위 위원장 조순형)’가 최근 작성한 내부 당 이미지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이회창 대표의 2선 후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특위는 선진당이 6·2지방선거와 7·28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안팎의 혁신과 쇄신 요구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다.

‘당 쇄신 보고서’ 받고
대표직 사퇴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인재영입관련 ‘이 대표의 2선 후퇴’와 더불어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무소속 이인제 의원 영입 방안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하루 전 심 대표를 찾아가 복당 문제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이인제 의원 역시 ‘선진당 입당’보다는 당을 해체하고 ‘제3지대 충청권 신당론’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전 대표의 2선 후퇴 후 선진당은 외연확대냐, 충청권 신당으로 재탄생하느냐 아니면 각자도생으로 해체되느냐는 기로에 서게 됐다. 당장 열린우리당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민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사퇴를 폄훼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미 때를 놓쳤다”며 “당내의 불만이나 압박·이탈 이런 부분을 이회창 대표가 막아보려는 또는 피해 보려는 정략적 이벤트”라고 몰아 붙였다. 이에 대해 박선영 정책위의장은 “절이 싫으면 스님이 산문을 나서는 것이지 절을 불사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떠날 사람은 떠나라”고 받아쳤다.

현재 자유선진당내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은 이 의원을 비롯해 이용희(열린우리당 상임고문), 박상돈(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김창수(열린우리당 대덕구청장) 국회의원 등이 있다. 당이 쪼개질 경우 민주당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이다. 이들은 제3지대 신당창당설에 부정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선진당의 내부 분열로 인해 당이 해체될 가능성을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누가 먼저 탈당의 깃발을 올리느냐만 남았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시절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의원은 민주당에서 정치적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평소 지인들에게 밝힌 바도 있다.

관건은 이 전 대표의 행보다. 선진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 대표의 경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은 당내 쇄신분위기, 해체 위기감 등도 작용했지만 본인 스스로 ‘나 없이 잘 되나 보자’는 심산도 깔려 있다”며 “그래도 대권 3수생에 당내 인지도가 가장 높고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진단했다.

昌 친이재오계와 손잡고
박근혜와 맞짱?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현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고령의 나이에 확실한 충청권 맹주로서 위상을 갖추지 못한데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지지율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에 맞서 지역구 승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내놓았다.

급기야 이 전 대표로선 선진당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이끌어갈 동력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직을 던지는 최후의 카드를 내민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당이 쪼개질 경우 한나라당으로 입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회창 전 대표가 한나라당쪽에 상당히 기울여 있고 그 쪽과의 합당 또는 합치를 의도한다는 소문은 듣고 있고 의심을 받을 만한 자료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한나라당 입당을 할 경우 친박계보다는 친이계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박계에는 박근혜라는 유력한 대권 주자가 있는 반면 친이계에는 마땅한 박근혜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측의 한 인사는 “이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와 손 잡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오히려 이렇다할 잠룡이 없는 친이계 대표주자 자리를 노릴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친이재오계와 손을 잡고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선진당발 정계개편이 언제 시작될 지 그리고 이 전 대표의 배수진이 성공할 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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