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특별 기획] 권효중 상주공고 교장 “하이파이브로 학교폭력 없앤다”
[상주시 특별 기획] 권효중 상주공고 교장 “하이파이브로 학교폭력 없앤다”
  • 서원호 기자
  • 입력 2012-07-03 22:52
  • 승인 2012.07.03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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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서원호 취재국장] ‘사제동락(師弟同樂, 선생과 학생이 함께 즐긴다)’은 권효중 상주공업고등학교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오고 싶은 학교, 내 집 같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래서인지 교장실에는 문턱이 없다. 교장실 문도 항상 열려 있다. 언제든지 누구라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요즘 사회문제화 된 학교폭력도 학생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서 ‘학교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카네이션 대신 선생님들에게 준 선물이다. [서울21]과 인터뷰가 있던 지난달 12일은 ‘학교폭력 없는 날, 29일째’이기도 했다. 권 교장은 “학년을 마칠 때 전교생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라며 “이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된 사람이 되겠습니다”는 학교 인사말이다. 인성교육이 중요한 때에 학교 재학 3년 동안 이를 마음속에 새기면 학생들 스스로가 반듯한 사회인으로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정해졌다. 올해로 벌써 5년째다. ‘공고하면 다소 거칠 것’이라는 사회적 이미지가 있고, 자퇴율도 높은데, 상주공고는 1년에 10명 미만이다. 경상북도에서 제일 낮다. “상주경찰서에 따르면 중학교 학생들보다 거칠지 않다”고 권 교장은 설명했다. [서울21]은 지난달 12일 권효중 교장을 상주시 낙양동에 위치한 상주공고 교장실에서 만나 ‘친환경 특성화고교’로 굳건히 자리 잡게 된 비결에 대해 들어 봤다.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 모두가 교사신분증을 패용합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 명찰을 보고 학생을 알 수 있듯이 학생들도 자기반 담임선생님이나 과목 선생님이 아니라도 선생님들을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권 교장은 ‘학생과 선생 간의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학교가 ‘또 하나의 가족’처럼 소통하고 동락하면 맑고 밝은 청소년의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그러자면 먼저 서로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신분증 패용’이라는 작은 실천이 ‘사제일체(師弟一體)라는 큰 결실로 학교에 웃음꽃을 피웠다. “선생님들의 의욕이 대단하고, 단합이 잘 된다”며 “호흡이 잘 맞다보니 생활지도도 최우수”라고 권 교장은 자랑했다.

“우리 학교는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면 선생님 54명과 전체 학년 중 한 개 반(班)학생들 간에 돌아가며 축구시합을 벌이고 있다”며 “그렇게 1년이면 전체 학급과 선생님들이 모두 축구시합으로 땀을 흘리게 된다”고 권 교장은 또 자랑했다. 선생과 학생이 서로 뒤엉키며 몸으로 나눈 소통은 ‘학교폭력 예방의 한길에 의기투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 ‘야간에 오토바이 타는 학생’들로 문제가 다소 있었는데, 학생들이 오토바이를 처분해 문제의 원인이 해결됐다. 말하자면 ‘교문 단속은 옛날식’이란 의견이다. 대신 현대식으로 “교장이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해 준다.” 3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기술을 배우고, 공부하는 것에 ‘밝은 학교 분위기’로 학생들에게 힘을 보태 주기 위해서란다.

“공고생이 은행에 취직하는 학교”

상주공고는 IBK 기업은행에 졸업생이 취업하는 학교다. 은행 취업은 ‘여자상업고’ 중심이란 고정관념을 깼다. 권 교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이 학교 이다인(3학년) 군이 올해 ‘IBK 기업은행’에서 실시한 ‘특성화고 신입행원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 상주공고가 제1금융권에 합격생을 낸 것은 특성화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목표 아래 전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40여개 기업들과 산학협약을 맺고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 결과다. 권 교장은 특히 “1년에 4번 분기마다 저녁시간에 학년별로 학부모를 초대해 담임선생님과 진로상담을 하고 있다”며 “‘기능인력 양성’이라는 학교설립 취지에 맞춰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산술적으로 12번의 진로상담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장에 따르면 상주공고의 전체학생 수는 720명이고, 3학년 재학생은 240명인데, 그 가운데 40명 학생들이 벌써 취업을 예약한 상태다. 그리고 이중 18명은 대기업인 삼성, 한화에 최종합격 했다. 2학기가 되면 대기업 합격생은 더 늘어날 것이란 입장이다. ‘선취업, 후진학’이란 특성화고 졸업생이 기업에 취업하고 3년이 지나면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제도다. 대학은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특성화고교졸업 재직자 전형을 한다. 현재 한양대 한국산업기술대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국가시책에 따라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모집하는 학교와 학생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기능대회·씨름부로 유명”

상주공고는 이 학교 출신 김봉호씨가 2009년 8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최된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기능경기대회 우수학교다. 지난 4월에 열린 ‘2012 경상북도 기능경기대회’에서는 목공부문 금·은·동메달을 비롯한 4개 부문에서 10명이 입상하기도 했다. 목공부문에서 ‘금 은 동’을 모두 석권한 것은 38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목공부문 지도교사는 이경화(44세) 여자 선생님이란 것이 특징이다.

상주공고는 또 씨름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대한씨름협회 주최로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전국장사씨름대회 개인전에서 정창욱(2학년), 박세진(3학년) 군이 각각 청장급(-80kg)과 역사급(-100kg)에서 우승했다.

▲ 권효중 상주공업고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교문에서 ‘하이파이브’로 학생들을 맞이한다. 권 교장의 하이파이는 3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기술을 배우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밝은 학교 분위기’로 힘을 보탬은 물론 ‘학교폭력 없는 모범학교’로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청년실업, 취업으로 뚫는다”

권 교장은 이 학교에서 교감을 거쳐 2005년 3월 이후로 현재까지 8년째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권 교장의 주요한 관심은 이 학교 졸업생들의 ‘대학진학과 취업’이라는 두가지 진로문제다.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된 ‘청년실업과 취업난’을 생각하면 상주공고가 ‘기능인력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취업을 중심으로 진로지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대학 4년을 다니는데 소요되는 학비와 생활비가 통설로는 보통 1억 원 정도 소요된다. 반면 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15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4년이면 6000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특성화고교 특별전형’이란 제도가 확대되고 있고, 기업들도 ‘야간학사 제도’를 도입해 고교졸업자들의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늘리고 있다. 권 교장이 ‘취업’을 강조하는 이유다.

권 교장은 이와 관련 “특성화고의 의미가 평생 가능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로를 바로 세우는데 있다”며 “대학진학에 대한 인식과 사고를 바꿔, 일찍 사회로 진출해 성공할 수 있도록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이란 산업과 근로현장의 여러 부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해 비롯됐다. 말하자면 바로 그 자리는 ‘우리의 일자리’란 의미다.

권 교장은 상주시청과 협조관계에 대해 “민선 5기 성백영 시장이 들어와 실습동과 운동장 등 학교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도 급식소 등 대형투자부문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주=서원호 취재국장>

서원호 기자 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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