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회장, 대형마트 이익 대변하다 코너 몰렸다
이승한 회장, 대형마트 이익 대변하다 코너 몰렸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4-30 11:00
  • 승인 2012.04.30 11:00
  • 호수 939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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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악재

- 이 회장, ‘유통재벌들의 협의체’에 서서 대형마트 편들어
- 홈플러스, ‘CEO 리스크’에 ‘부적격 제품 판매 금지’로 논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홈플러스(회장 이승한)가 잇단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체인스토어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승한 회장의 발언들이 차례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들은 체인스토어협회 해체와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게다가 현재 홈플러스의 PB상품들도 세균수 기준치 초과 검출 등으로 판매정지를 받았으며 미국산 소고기 판매 재개로 인해 따가운 시선을 받는 실정이다. 이에 CEO 리스크와 부적격 제품들로 유통업계의 논란이 된 홈플러스를 짚어봤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청에서 열린 제22회 수원포럼에 강연자로 초청돼 ‘성공을 디자인하는 창조바이러스 H2C(How to    Create)’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에서 이 회장은 “창의성이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을 희망으로 탈바꿈시켜 인생에서 승리하는 비결”이라면서 “틀을 벗어난 사고와 거침없는 상상력이 강한 추진력·끈질긴 집념과 결합할 때, 자신의 그릇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인생의 성공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유통업계 CEO 리스크 잇나

하지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중소상인들은 이 회장의 강연을 두고 “대형마트의 이익을 대변하다가 코너에 몰린 이 회장이 과연 절망적인 상황에서 잘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을 일삼고 있다.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은 수원포럼이 열리기 직전에도 “수원시가 주최하는 포럼의 강연자로 대형마트 최고경영자를 초청하는 것은 수원시의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뜻을 불분명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회장이 홈플러스의 회장직과 동시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협회장직을 겸임하는 것과 관계가 깊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일지정이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대형마트들의 연합으로 이뤄진 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6일 경기 수원시 등 4개 지자체의 조례 개정에 대해 각각 관할 법원에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맞서 중소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등은 “유통재벌들의 협의체인 체인스토어협회가 해당 조례에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도 모자라 조기영업시행이라는 편법까지 자행하는 것은 법치거부와 건전한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지난 23일 체인스토어협회 해체와 협회장으로 재임 중인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이 회장은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은 진정으로 국민과 구멍가게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정책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도 없는 반서민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발언으로 지난 2월에도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국에 유난히 홈플러스가 다른 대형마트보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CEO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과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자중해야 할 최고경영자가 계속해서 ‘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민감한 ‘먹거리’에 잦은 ‘구설’

홈플러스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자와 쥐포 등 홈플러스의 PB상품들도 계속해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홈플러스 PB상품인 ‘무안양파&갈릭스낵’은 지난 24일 세균수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됨으로써 판매가 정지됐다.

해당 제품은 홈플러스가 풍전나이스제과에 위탁 생산하는 PB상품으로 홈플러스에서만 전량 판매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홈플러스는 식약청에 의해 내려진 해당상품 유통ㆍ판매 금지 및 회수조치를 감내해야 했다.

또한 홈플러스는 그로부터 1주일 전인 17일에도 ‘조미쥐치포’의 대장균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음으로써 판매를 중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문제가 된 쥐치포는 우리 PB상품이 아니다”라고 부정했지만 해당 제품 역시 홈플러스가 선홍수산식품에 위탁 생산하는 PB상품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은 앞서 2010년 12월에도 대장균이 검출돼 유통ㆍ판매 금지 및 회수조치를 당했다.

또한 미국 소의 광우병 발발로 인해 미국산 소고기의 유통 및 판매가 논란으로 떠오른 가운데 홈플러스의 행보가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5일 오전 전 매장에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중단했다가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판매를 재개해 구설수에 올랐다. 반면 롯데마트는 가장 먼저 한시적 판매중단을 선언한 후 26일 현재도 판매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보다 미국산 소고기 판매비중이 높기 때문에 발빠르게 판매를 재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마트ㆍ롯데마트의 미국산 소고기 판매비중은 10%인 데 반해 홈플러스는 15%가량이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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