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회 실체를 파헤친다
청산회 실체를 파헤친다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2-04-30 10:07
  • 승인 2012.04.30 10:07
  • 호수 939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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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회, 서청원 사조직인가

[일요서울|조기성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원로 그룹인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4·11 총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서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아 전국을 누비는 유세 강행군을 펼치는 등 승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나 복권(復權) 조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거 운동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서 전 대표는 자신이 만든 청산회를 통해 조직을 관리했고, 그 세를 확대해 나가는 행보를 보여 다시금 청산회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청산회는 서 전 대표가 구속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서 전 대표가 사면되거나 복권이 이뤄졌을 때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산회는 애초 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정무특보였던 노철래 의원을 비롯한 측근 30여명의 모임이었으나 2006년 6월 서 전 대표의 사면 후 활동을 감안해 산악회를 조직, 세를 확대했다. 실제 서 전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2004년 구속됐다가 2006년 8·15특사로 사면·복권됐다.

이후 청산회는 서 전 대표의 뜻에 따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친박 외곽 조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선 패배 이후인 그해 10월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산행에 참석해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친박연대, 청산회가 주축

서 전 대표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친이계의 ‘친박 학살’로 인해 공천 배제 대상이 되고, 측근들조차 공천에서 탈락하자 새로운 정당인 친박연대를 창당하기에 이른다.

친박연대에는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현역 의원들의 참여도 있었지만 정당의 근본을 이루는 세력은 청산회였다.

18대 총선에서 박근혜 바람이 불었고, 친박연대 역시 박풍을 타고 지역구 의원 6명, 비례대표만 해도 8명이란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14명의 의원을 탄생시킨 데는 물론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지만 내부적으로는 서 전 대표의 공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선 직후 친박연대 내부에서 소위 논공행상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친박연대는 이미 청산회가 모든 조직을 장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논공행상이 청산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됐고, 한나라당에서 영입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청산회와 한나라당에서 영입한 인사들 간에 보이지 않은 알력다툼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이때부터 ‘서청원 사당화’ 논란과 함께 청산회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청산회는 서 전 대표라는 거대한 산을 뒷배경으로 친박연대 곳곳을 차지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자 한나라당 영입인사들은 청산회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이들 중 지역구 배지를 달은 인사들은 친박연대를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한편, 서 전 대표는 새롭게 창당한 신당의 운영자금을 마련하려고 친박연대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공천헌금’을 받았다가 발목을 잡혔다.

17대 국회에서 “배지를 돈 받고 팔아서는 안된다”며 공직선거법을 고쳐 ‘공천헌금’ 처벌조항을 신설했기 때문. 2009년 5월 14일, 대법원은 서 전 대표가 양정례·김노식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32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데 대해 새 선거법을 처음 적용, 그와 양·김 의원의 유죄를 확정했다.

서청원 구속, 청산회도 ‘올스톱’

서 전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친박연대에서는 이규택 공동대표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친박연대 내부에 상당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초반에 대표직을 수행할 때 당 조직 대부분을 청산회가 장악했기에 거의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이 와중에 이 대표는 각종 선거를 계기로 자신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노력했고, 당명까지 미래희망연대로 변경하면서 지방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가장 타격을 받은 세력이 바로 청산회였다. 청산회로서는 서 전 대표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되고, 자신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결국 서 전 대표의 입을 빌려 지방선거에서 독자후보를 내지말 것과 한나라당과의 무조건 합당을 주장하게 됐다.

결국 이규택 대표는 탈당해 미래연합을 만들고, 미래희망연대는 청산회 회장인 노철래 의원이 대표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되면서 청산회가 주축 세력으로 다시금 전면에 나서게 됐다.

“대규모 시산제? 대다수 동원 인력”

서 전 대표가 2010년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되면서 청산회와 미래희망연대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청산회는 시도지부별로 조직을 재정비하더니 2011년 4월 23일 서 전 대표의 형기가 만료된 이후 일주일 뒤(4월 30일) 회원 1만여 명과 계룡산에서 시산제(始山祭)를 가졌다. 2007년 10월 박 위원장과 함께한 산행 이후 3년 6개월만의 일이다. 전국 16개 시도지부에서 총273대의 버스를 동원해 청산회 전국조직의 위용을 보였다.

이에 대해 청산회 전 부회장을 맡았던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시산제 참석한 청산회원들 대다수가 동원된 인원들이었고, 서 전 대표 세 과시를 위한 자리였을 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면서 “각 시도지부에서 많은 인원을 동원한 사람에게 중앙 부회장직을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의 세 과시용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산회는 각 권역별로 산행을 통한 세 확대에 나섰고, 지난해 송년 모임에서 유정복 의원을 통한 박근혜 위원장의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닙니다. 서청원 대표님과 청산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각별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노철래-이우현, 청산회 주축

이후 청산회가 주축인 미래희망연대는 지난 2월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변모한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박 위원장과의 의리(?)를 지켰고, 총선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이 과정에서 서 전 대표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고문을 맡아 막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청산회를 비롯한 자신의 측근 공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

서 전 대표 한 측근은 “서 고문은 공천 과정에서 친박연대 출신을 배제하려는 당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합당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연대 출신이라며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당내 실세그룹으로 알려진 권영세·최경환·유정복 의원 등 이른바 ‘친박 3인방’과도 가까운 사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친박계 실세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권영세 사무총장의 경우 서 고문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다. 그의 측근은 “유정복, 최경환 의원은 서 고문이 가장 아끼는 친박계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친박연대 출신인 홍사덕·송영선·김을동·노철래·김정 의원과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서장은·이우현 후보 등이 최종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산회원으로는 회장인 노철래 의원이 경기 광주에서 생환했고, 경기남부권 회장인 이우현 당선자가 당당히 여의도에 입성했다.  

청산회는 지난달 26일 종로에 위치한 중국 음식점에서 서 전 대표를 비롯한 노철래 회장, 이우현 경기남부권 회장 등 당선자들과 중앙회 부회장 등 10여 명이 모여 향후 정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대표가 석가탄신일을 기해 복권이 이뤄진다면 청산회를 기반으로 향후 대선 정국에서 네 번째 ‘킹 메이킹’에 나설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서청원과 청산회 걸어온 길>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구속 -> 2006년 6월 청산회 조직 -> 2006년 8·15 사면복권 -> 2007년 10월 대선 경선 패배 이후 박근혜 산행 참석 -> 2008년 친박연대 창당(청산회 회원 대거 영입) -> 2009년 5월 14일 징역형 -> 2011년 4월 23일 형 만료 -> 4월 30일 청산회 시산제 개최(3년 6개월만 산행)…1만 명 결집… 동원 논란 -> 연말까지 각 지부별 산행 등으로 조직 관리 -> 송년 모임에 유정복 통한 박근혜 축사 -> 2012년 2월 새누리당과 합당 -> 4·11 총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참여, 청산회원 공천 챙기기 -> 노철래(경기 광주·청산회 중앙회장), 이우현(용인갑·경기남부권 회장) 당선자 배출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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