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선으로 안상수나 손학규 사생결단 난다

오는 4월 재보선이 ‘미니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 구도를 알 수 있는 리트머스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선거만 노원갑 (한나라 현경병), 강남을 (한나라 공성진), 분당을 (한나라 임태희), 김해시을 (민주당 최철국), 순천 (민주당 서갑원) 등이 4월 재보선 지역구로 분류되고 있다. 사법부 역시 정치인 관련 재판을 조기에 판결을 내린다는 방침으로 오는 2월 11일 결정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광재 강원도지사, 박형상 서울 중구청장, 윤승호 전북 남원시장, 채인석 화성 시장 등이 불법 정치자금 및 공직자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각종 구설수에 오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뜨지 않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둘 중 한명의 정치적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야간 사활을 건 4월 재보선 정치적 함의를 알아봤다.
오는 4월 재보선은 여러 가지로 정치적 의미가 깊다. 지역적으로 서울을 비롯해 경기, 강원 등이 몰려 있어 수도권 및 강원 민심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간 사활을 걸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경우 ‘보온병 폭탄 발언’, ‘자연산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라 ‘대표직 사퇴론’까지 일었던 상황이다. 4월 재보선 패배는 곧 정치적 생명이 꺼짐과 동시에 집권 4년차인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정치적 환경이 별반 안 대표와 다르지 않다.
손 대표는 당 대표 취임이후 장외투쟁을 시작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추운 거리에서의 장외 투쟁에도 불구하고 ‘뜨지 않는 지지율’로 인해 곤혹스런 상황이다.
특히 2위 정동영, 3위 정세균 최고위원의 견제로 인해 4월 재보선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이 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 및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지난해 날치기 예산통과와 연평도 포격 이후 보수 진영에서조차 돌아설 정도로 악화된 민심 속에서도 패할 경우 손 대표의 리더십에도 커다란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
수도권 민심 척도 경기 분당 급부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4월 재보선 선거에 여야를 막론하고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단연 경기 분당을과 강원도지사 선거다. 한나라당의 경우 분당을 지역구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사무총장의 경우 임태희 지역사무실을 물려받아 터를 닦고 있다.
하지만 과거 2006년 ‘술집 동영상’ 사건으로 인해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안 대표의 ‘자연산’ 발언까지 겹쳐 박 전 사무총장이 공천을 받을 경우 ‘성나라당’이라는 비판이 재차 일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강 전 대표의 경우 역시 당내외 견제로 공천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선의 국회의원으로 6선이 될 경우 차기 국회의장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국회의장직을 노리는 안 대표가 강 전 대표의 복귀를 마땅치 않게 보는 배경이다. 또한 친박근혜계에서 친이명박계로 ‘월이’하면서 친박 진영에서도 강 전 대표의 정치 복귀를 꺼려하고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직을 그만 둔 후 분당을에 다시 출마를 할 수밖에 없는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정치인보다 관료출신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제3후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에선 신경민 전 MBC 아나운서와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가 하마평으로 오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연초 대법원 판결만을 남은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재보선 역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엄기영 전 MBC 앵커와 이계진 전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아나운서 출신에 또 앵커냐’라는 지역내 반감 정서가 있어 둘 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히려 강원 화천 출신에 춘천고-고려대를 나온 현 이수원 특허청장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조일현 전 3선 국회의원이 공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강원도의 경우 전통적으로 여당 성향이 강하지만 이미 민주당 출신 강원도지사를 배출했고 올해 예산안에서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의 예산이 제외되면서 집권 여당에 분노한 강원도는 사실상 ‘야도’로 변한 상황이어서 한나라당 선전이 쉽지 않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의 경우 민주당에선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변호사와 노 전 대통령 아들인 노건호씨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김태호 전 경남지사 카드를 청와대에서 강력히 디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지사 측은 19대 총선에 고향인 경남 거창·함안·산청에서 ‘무소속’ 출마해도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5곳, 단체장 4곳 여야 총력
노원구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는 장일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의 사람으로 알려진 장 전 부대변인이지만 재보선 특성상 민주당 노원갑 정봉주 당협위원장이 우세할 것으로 정치권에선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한나라당 텃밭인 강남의 경우 조윤선 전 대변인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국회의원 5곳과 광역·기초단체장 4곳 등 재보선 개최 여부는 오는 2월 11일 대법원 판결로 분명해질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영남, 호남 등 전국적으로 개최, 지역 민심의 일단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경우 정치적 생명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 안 대표나 손 대표 둘 중의 한명은 정치적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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