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장관 거짓말 한다”

검찰의 여야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이재오 특임장관 관련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사건이 정치권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본지가 869호에 보도한 ‘야권 칼 이재오 겨냥 불법 정치자금수사 밝힌다’(부제: 부산 N관광회장 정치후원금 파문)가 나간 이후 부산 N관광회사 이모회장은 전화를 걸어와 “댓가성이 없었고 이권을 받으려고 후원한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한 그는 “당시 검사가 이재오 후원회 사무실에 유무선을 통해 한나라당 9명의 후원 명단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이재오 특임장관이 인사 청문회장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없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오 불법정치자금 의혹 사건은 부산 N관광회사 이모 회장이 2007년 2월부터 5월 19일까지 한나라당 의원 9명, 열린우리당 의원 2명에게 각각 500만 원씩 5500만 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이재오 장관(당시 의원)의 종친이자 이재오 팬클럽 부산지회 고문으로 활동하던 이 회장은 당시 이 의원실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 8명에게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고, 구여권 C 의원과의 친분으로 인해 열린우리당 J, J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씩 법인자금을 활용, 정치 후원금으로 보낸 게 사단이 됐다.
현행 선거법상 법인은 정치 후원금을 낼 수 없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후원금인 2000만 원 한도를 넘어 제공함으로써 부산선관위가 이 회장을 비롯해 명의를 빌려준 측근 2명을 검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회장, “이권을 받거나 혜택을 본 게 없다”
이에 본지는 869호를 통해 ‘불법후원을 한 사람은 형사 처벌되고 불법후원을 받은 사람이나 지시한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야권의 주장과 판결문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 역시 정치자금법 33조에 따라 이재오 장관 역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입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가 나간 직후 부산 N관광회사 이모 회장은 본지에 전화 걸어와 이재오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특히 이 회장은 “내가 이재오 의원에게 후원을 한 것은 잇권을 바라거나 받은 것도 없다”며 “단지 친분이 있어서 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이재오 당시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C, L 의원과 열린우리당 J 의원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2000만 원 이상 넘게 법인자금으로 후원하면서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원래 열린우리당 C 의원과 친분이 깊어 구여권 인사 2명에게 후원금을 줬다”며 “이 의원과는 종친이자 민중당시절부터 친분이 깊었지만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들은 별로 친분이 깊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 친분이 별로 깊지 않은 한나라당 8명 의원들에게 왜 후원금을 준 것일까.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당시 이 의원의 수행비서와 친분이 깊었다”며 “그래서 수행비서에게 이 의원과 누가 친하느냐가 물어봤고 이 비서가 명단을 불러줘 후원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 기억으로는 당시 담당 검사에게 명단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고 검사가 문서상이나 유선상으로 이 의원실에 확인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며 “하지만 수행비서에게 했는지 아니면 이 의원에게 직접 했는지는 담당검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당시 부산지검 담당 검사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배모 교수에게 2007년 9월부터 2008년 11월 사이에 이재오 의원 관련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 중 이 의원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뤄졌는지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배 교수실에서는 “용건과 전화번호는 남겼다”며 “교수님이 전화를 걸지 않는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전화통화를 꺼려했다.
고대 출신-은평 주민인 담당검사 ‘곤혹’
하지만 이 회장의 발언이 사실이고 검찰이 이 의원실에 이를 확인했다면 이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한나라당 의원 8명에게 불법정치후원금 제공을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2008년 11월 13일 2심 판결문에서 “종친인 국회의원 이재오 등의 요청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이며”라는 구절이 적시돼 있다. 그리고 지난 특임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조사뿐만 아니라 전화도 받은 바 없다”는 진술 역시 거짓일 공산이 높게 됐다.
한편 당시 담당 검사인 배 교수와 관련 이 회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검찰 조사가 이뤄져 담당 검사 역시 ‘곤혹스럽고 껄끄럽다’며 ‘빨리 끝내고 말자’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당시 배 검사가 고대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동문이고 이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구에 거주한 사실이 있어 이런 점을 ‘껄끄럽다’고 얘기한 배경으로 꼽았다. 또한 이 의원이 당시 법사위원으로서 검찰과 사법부가 피감기관이었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그는 검찰 기소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난 원래 고향이 전남 광양으로 민주당 지도부와 친분이 깊은 편이었다”며 “정치인들에게 댓가를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 명의로 정당하게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으로 향후 정치 인생이 어떻게 될지 미지수여서 일단 기소부터 해놓고 보자는 검찰의 심산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나 재판부가 모두 부담스러워 BBK 사건 발표 전인 12월 5일전에 서둘러 검찰 조사를 마쳤다”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또 “어쨌든 MB 정권 탄생에 일조를 했고 혜택을 받은 것도 없는데 왜 사면을 아직까지 안해주는 지 모르겠다”며 “이 의원은 자기 때문에 형사 처벌까지 받았는데도 혼자 깨끗한 척 하는 것도 너무하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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