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장파, 친박으로 유턴 준비끝

2011년도 국회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한나라당 소장파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국회의원 20여 명은 폭력국회에 대한 자성의 일환으로 ‘조건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섰다. 향후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했을 경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순수한 자성운동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지만,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꼼수를 들여다본다.
정태근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장파 국회의원 23명이 이번 폭력국회 사태 이후 초강수를 들고 나와 주목된다. 밀어붙이기식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대한다면서 추후 자신들이 폭력사태에 참여할 경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자성을 결의하며 앞으로 국회에서의 모든 물리적 강행 처리에 동참을 거부한 것이다.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이들 국회의원 23명은 지난 12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 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 있음을 깊이 반성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리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이번 성명에는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뿐만 아니라 4선의 황우여,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과 권영세 정보위원장, 이한구 의원, 재선의 진영, 신상진, 임해규 의원 등이 동참했다.
여권 지도부 바짝 긴장
이같은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 반란’이 2011년을 목전에 두고 벌어진 사태라 여권 내부에서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지도부에서는 한나라당 소장파의 ‘탈선’이 당 내 친이계의 결집력은 물론 세력구도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의 계파를 따져보면, 황우여 의원을 포함한 다수는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정병국, 임해규, 정태근 의원 등은 친이계 핵심으로 구상찬, 김선동, 현기환 의원 등은 친박계 핵심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번 성명 발표가 한나라당 지도부들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이들 소장파 의원들의 행보가 관심을 받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빈번했던 점을 상기해본다면 계파 노선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친박계로 정치노선을 유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여의도 주변의 시각이다. 이는 현재 친이-친박계 간 정치적 입지 지형과도 연관된다.
한나라당 친이-친박계 간 계파 갈등은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MB)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 이후 잠잠해졌으나 최근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놓고 재현된 상태다.
친박계는 과거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서 판정승을 거둔 이후 여권 내 입지가 점점 넓어지는 구도인 반면, 친이계는 이번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범국민적 비난 여론이 한나라당으로 휘몰아치는 상황이 벌어지자 소장파 내 친이계 의원들로서는 “이대로 가다간 차기 총선은 답 없다”는 계산이 나온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성명 발표의 숨겨진 배경이다.
2011년은 이듬 해 치러질 대선과 총선 승리를 위한 밑그림 작업을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분주하다. 수많은 정치적 계산이 수면아래서 날카롭게 진행되는 시점인 것이다.
'선상반란’ 주역 이번 성명에도 참여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번 소장파들의 ‘반란’을 두고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선상반란’이 재현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성명을 주도한 소장파 의원들 가운데 ‘선상반란’의 주역도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측통은 “이번 성명 발표 이후 소장파 의원들이 앞으로 무슨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에서 가장 유력한 만큼 그 쪽으로 옮기기 위한 사전 물밑작업이지 않겠느냐”면서 “일단은 지켜봐야겠지만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행보에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12월 23일 연내 발의를 목표로 하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