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맞은 강만수 산은 회장의 흑과 백- 정치적 변수에 돌풍? 역풍?
첫돌 맞은 강만수 산은 회장의 흑과 백- 정치적 변수에 돌풍? 역풍?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03-20 12:42
  • 승인 2012.03.20 12:42
  • 호수 933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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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측근 이미지 정권 말기에 레임덕 현상 올까 ‘전전긍긍’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하 산은 회장)이 지난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회장 취임 초반부터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강 회장은 민영화 착수라는 최대 성과를 일궈냈다.

현 정권의 정책이기도 했던 민영화 움직임은 산은 이미지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적지 않은 성과에도 ‘강만수號’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여전히 ‘경제 만신창이’ 오명이 있는가 하면 MB노믹스에 대한 평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 정권이 끝나면 과연 그의 입김이 힘을 받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금융권과 정계에선 표출되고 있다. 이로인해 첫돌을 맞이한 산은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강 회장은 알려진 바와 같이 관료 출신이다. 강 회장은 옛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일하다 외환위기 당시 IMF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그는 MB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아 다시 경제인으로 발돋움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무리한 고환율과 감세 정책 등으로 또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경제 만신창이’라는 오명을 얻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연초부터 대형은행의 회장 인선과 관련해 유력후보로 거론되더니, 급기야는 민간은행보다 한 단계 높게 평가받는 산은에 입성했다.

그는 지난해 3월 14일 취임사에서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위해 세계로 더 뻗어나가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은행이 필요하다”며 “산은금융그룹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도 ‘말보다는 행동’을 요구하며 민영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난 현 시점에 산은은 민영화 착수라는 발판을 마련했고, 강 회장의 큰 업적으로 기록됐다. 동종업계도 강 회장의 밀어붙어기식 리더십과 입김에 찬사를 보냈다.

산은 주변에서도 산은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예산과 인사에서의 독립성을 갖게 된 것은 강 회장이 아니었으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공공기관 해제는 강 회장의 ‘실세'로서의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CEO 리스크로 인한 주인 없는 회사될까
하지만 산은의 민영화가 현 정부의 금융정책 공약이었던 만큼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가 강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현 정부와 입장이 다른 야권이 정권을 잡을 경우 민영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민영화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왔고, 정권교체 때마다 기업리스크 문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강 회장도 불편해 한다는 후문이다.

산은의 IPO(주식공개상장) 완료 이후에 부각될 지배구조 문제도 중장기 과제다. IPO는 기업이 최초로 외부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으로 보통 코스닥이나 나스닥 등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IPO를 통해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면 타 금융사들이 정권교체기에 ‘CEO 리스크'로 흔들리는 것처럼 산은 역시 ‘주인 없는 회사'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IPO를 위한 매각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산은에 대해 IB(투자은행)업계의 우려가 높다는 것도 산은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은은 최근 삼성증권, 골드만삭스 등 국내외 굴지 증권사들을 매각주관사 협상적격자로 선정했다. 이때 많은 경쟁자들이 참여함에 따라 IB수수료가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산은이 제시한 주관사 선정 배점 방식이 IB간 수수료 덤핑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가뜩이나 낮은 국내 IB 수수료가 이번 거래를 계기로 더욱 낮아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산은은 IPO 완료 시점을 오는 10월로 잡고 있지만 향후 실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일정에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다.

현 정권 레임덕에서도 살아날까 ‘의문’
일각에선 강 회장이 MB 최측근인사로 분류되다보니 현 정권이 끝나도 과연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지에 대한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산은의 민영화 착수에도 이 인맥이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산은의 민영화는 오는 2014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때문에 대선 이후 정권교체에 따른 산은 CEO 교체 논란이 불거진다면 민영화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산은 측은 일단 “올해 있을 총선이나 대선 등의 정치적 이벤트는 IPO 등 민영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다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변수'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이에 강 회장의 산은 입성 논란은 앞으로도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그가 산은에서 민영화를 완료하지 못하는 한 불신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강 회장의 현 정권 이후 ‘자리 지키기'가 가능할지와 산은의 민영화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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